※ 글 내용 중에 영화 <천녀유혼(倩女幽魂)(198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천녀유혼(倩女幽魂)(1987) - 아름다운 귀신 섭소천의 슬픈 운명
<천녀유혼(倩女幽魂) A Chinese Ghost Story(1987)>은 중국 청나라 초기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포송령(蒲松齡) Pu Songling(1640~1715)이 1600년대 후반부터 1700년대 초반까지 40여 년에 걸쳐 집필하고, 포송령이 사망한 후인 1766년 처음 발표된 소설집 『요재지이(聊齋誌異)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에 수록된 판타지 단편 "섭소천(聶小倩) The Magic Sword"을 느슨하게 각색했고, 이한상(李翰祥) Li Han-hsiang(1926~1996) 감독 연출, 요체(樂蒂) Betty Loh Ti(1937~1968), 조뢰(趙雷) Zhao Lei(1928~1996) 주연의 <천녀유혼(倩女幽魂) The Enchanting Shadow(1960)>에서 영감을 받은 홍콩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 호러 영화입니다.
정소동(程小東) Ching Siu-tung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서극(徐克) Tsui Hark 감독이 제작했고, 장국영(張國榮) Leslie Cheung(1956~2003)이 가난한 서생 영채신, 왕조현(王祖賢) Joey Wong이 귀신 섭소천, 우마(午馬) Wu Ma(1942~2014)가 무공의 고수 연적하를 연기했습니다.
1987년 7월 18일 홍콩에서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12월 25일 청계천에 있었던 아세아 극장과 논현시장 입구에 있었던 다모아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은 약 380만 달러(약 50억 원)이고, 1987년 24회 대만 금마장상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메이크업&의상 디자인상 등 5개 부문, 7회 홍콩 필름 어워즈에서는 미술상, 오리지널 스코어상, 오리지널 주제가상 등 3개 부문의 상을 받았습니다.
1편의 성공 이후 3년이 지난 1990년, 정소동 감독 연출, 서극 감독 제작, 그리고 1편의 주인공 장국영과 왕조현, 우마가 다시 모이고, 이가흔(李嘉欣) Michelle Reis, 장학우(張學友) Jacky Cheung, 이자웅(李子雄) Li Zixiong이 새롭게 합류한 속편 <천녀유혼 2(女幽魂 II: 人間道) A Chinese Ghost Story II: The Story Continues...(1990)>가 제작되었고, 다시 1년 후 정소동 감독, 제작자 서극 감독, 왕조현, 장학우와 함께 양조위(梁朝偉) Tony Leung Chiu-Wai, 리지(利智) Nina Li Chi가 새롭게 캐스팅된 <천녀유혼 3(倩女幽魂 III:道道道) A Chinese Ghost Story III(1991)>가 제작되어, '천녀유혼' 3부작이 완성되었습니다.
1997년에는 서극 감독이 시나리오와 제작, 편집을 맡고, 진준문 Andrew Chen 감독이 연출한 장편 애니메이션 <천녀유혼(小倩) A Chinese Ghost Story: The Tsui Hark Animation(1997)>이 제작되었는데요.
광둥어 더빙에는 임해봉(林海峰) Jan Lamb, 원영의(袁詠儀) Anita Yuen, 양채니(楊采妮) Charlie Yeung, 진혜림(陳慧琳) Kelly Chen, 갈민휘(葛民輝) Eric Kot, 황바이밍(黃百鳴) Raymond Wong Pak-ming, 서극 감독이 참여했고, 북경어 더빙에는 오기륭(吳奇隆) Nicky Wu, 실비아 창(張艾嘉) Sylvia Chang, 왕싱핑(王馨平) Linda Wong, 홍금보(洪金寶) Sammo Hung, 소유붕(蘇有朋) Alec Su, 서극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1편이 개봉한 지 24년이 지난 2011년, 엽위신(葉偉信) Wilson Yip 감독이 연출하고, 고천락(古天樂) Louis Koo, 유역비(劉亦菲) Liu Yifei, 여소군(餘少群) Yu Shaoqun, 혜영홍(惠英紅) Kara Wai가 출연한 중국 리메이크작 <천녀유혼(倩女幽魂) A Chinese Ghost Story(a.k.a. A Chinese Fairy Tale)(2011)>이 제작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소심하고 겁 많은 세금징수원 영채신(장국영)은 본업인 세금 징수를 하러 먼 길을 걷고 걸어 곽북현에 가까스로 도착하지만, 예기치 못한 폭우에 장부가 젖어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세금을 걷지 못할 지경에 처합니다. 수중에 땡전 한 푼 없이 하룻밤 공짜로 묵을 곳을 찾던 중,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사가 알려준 '난약사'라는 사찰에서 지친 몸을 누이기로 합니다.
그날 밤, 영채신은 미모의 여성 섭소천(왕조현)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아침이 밝자, 전날 밤 섭소천과의 일들을 떠올리는 영채신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커져만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난약사에 칩거하며 도를 닦던 연적하(우마)로부터 난약사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사실 모두 혼령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밤이 찾아오고, 영채신은 섭소천이 인간이 아닌 혼령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섭소천은 천년 묵은 악귀인 나무요괴의 저주에 걸려 귀신이 되었음을 고백하는데, 나무요괴의 계략으로 섭소천과 다른 여성 혼령들이 인간 남성을 유혹해 양기를 빨아들여 해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나무요괴는 3일 후, 섭소천을 지옥 마왕 흑산노야와 강제로 혼인시키려 하고 있었으니, 영채신이 있는 힘을 다해 섭소천을 구해 환생시켜야만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적하의 도움을 받아 나무요괴를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영채신.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나무요괴 둥지에서 섭소천의 유골을 회수하도록 영채신은 연적하에게 재차 도움을 간절히 청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슬프도록 눈부신 사랑 이야기
예전에 유행했던 '책받침 여신'의 계보를 잇는 배우들은 소피 마르소 Sophie Marceau, 피비 케이츠 Phoebe Cates, 브룩 쉴즈 Brooke Shields, 알리사 밀라노 Alyssa Milano 등 '서양' 배우들과 김혜수, 하희라, 최수지, 이미연, 김혜선, 이상아 등 '한국' 하이틴 스타들, 그리고 왕조현을 비롯해 종초홍(鐘楚紅) Cherie Chung, 장만옥(張曼玉) Maggie Cheung 등으로 대표되는 '홍콩' 배우들, 이렇게 크게 삼각편대를 갖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중 홍콩 여성 배우의 대명사처럼 추앙받던 존재가 바로 왕조현이었습니다. 왕조현이 곧 섭소천 그 자체인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천녀유혼(1987)>의 극장 개봉 당시 성적이 어땠는지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깝지만, 극장 개봉 이후 홈비디오로 출시되면서 그 인기가 오히려 더 뜨거웠으리라 짐작되는데요.
<영웅본색(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1986)>로 대표되던 주윤발(周潤發) Chow Yun-fat이 광고 모델로 발탁된 롯데칠성음료 '밀키스'의 "사랑해요 밀키스"에 대적한, 해태음료 '크리미'의 "반했어요 크리미"를 외치던 왕조현의 모습은 또 얼마나 친근했던지요. 주윤발도 좋아하니 밀키스도 마시고, 왕조현도 좋아하니 크리미도 마시며, 한때 유행을 선도했던 우유 소다음료의 양대산맥이었던 밀키스와 크리미의 광고를 보며 즐거웠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천녀유혼(1987)>의 이야기 자체는 국적을 불문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옛날이야기처럼 쉽고도 단순하지만, 쉽게 한눈팔기 어려운 특유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인 남자를 유혹하는 '처녀귀신' 이야기는 우리나라 설화에 등장하는 구미호를 연상시키기도 해 친근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섭소천을 연기한 왕조현과 영채신을 연기한 장국영, 두 배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장센이 완성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천녀유혼> 시리즈 외에도 엉뚱하고 유쾌한 코미디 <동성서취(射英雄傳之東成西就) The Eagle Shooting Heroes(1993)>에서 두 배우의 모습을 보는 일도 즐겁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천녀유혼(1987)
원제: 倩女幽魂
영제: A Chinese Ghost Story
제작국가: 홍콩
감독: 정소동
캐스트: 장국영, 왕조현, 우마, 유조명, 임위, 왕정, 호대위 등
장르: 판타지/공포/로맨스/액션
러닝타임: 98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987년 12월 25일(한국)/2015년 3월 19일(한국 재개봉)/2019년 4월 4일(한국 재개봉)/1987년 7월 18일(홍콩)
주요 수상내역:
1987년 24회 대만 금마장상 5개 부문 수상 - 작품상, 남우조연상(우마), 각색상, 편집상, 메이크업&의상 디자인상
1987년 7회 홍콩 필름 어워즈 3개 부문 수상 - 미술상, 오리지널 스코어상, 오리지널 주제가상("黎明不要來(Dawn, Please Do Not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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