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여자(1990) - 그저 진부하기만 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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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물 위를 걷는 여자(199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물 위를 걷는 여자(1990) - 그저 진부하기만 한 삼각관계

수필 《백치애인》으로 유명한 한국의 시인 신달자 작가가 1990년 2월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홍구 작가가 각색한 <물 위를 걷는 여자 The Woman Who Walks on Water(1990)>는 <어미 Woman Requiem(1985)><안개 기둥 A Pillar of Mist(1986)><접시꽃 당신 You My Rose Mellow(1988)> 등을 연출했던 박철수 감독(1948~2013)이 연출한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박철수 감독과 <서울, 에비타 Seoul Evita(1991)><테레사의 연인 Theresa's Lover(1991)><301 302(1995)><산부인과 Push! Push!(1997)>까지 총 5편을 함께 한 황신혜 배우가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한 난희를 연기했고, 강문영 배우가 난희의 단짝 친구 민희를, 박철수 감독의 전작 <접시꽃 당신(1988)>에 출연했던 이덕화 배우가 민희의 남편 재민을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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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는 여자(1990)>는 1990년 9월 29일, 추석 특선프로로 을지로 3가에 있었던 명보극장과 명보아트홀에서 개봉, 당시 서울 관객수 약 15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마침 같은 날, 황신혜 배우가 주연한 배창호 감독의 <꿈 Dream(1990)>도 종로 3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했었는데요. 서울 관객수는 채 3만 명이 들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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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후 2년이 지난 1992년 9월, 같은 제목의 16부작 SBS 월화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는데요. 최수지, 박지영 배우가 난희와 민희를 연기했고, 최상훈 배우가 재민 역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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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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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인 난희(황신혜)와 민희(강문희). 가정 형편이 어려운 난희를 친자매, 친자식처럼 여기는 민희와 민희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로 난희는 민희와 함께 대학에도 진학해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실력을 연마하는 데 매진하는 난희는 선배의 소개팅 주선도 마다합니다. 그리고 난희가 거절한 소개팅 자리에 민희가 대신 나가 재민(이덕화)을 만나게 됩니다.

 

난희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성복 디자인 전문학교 에스모드로 유학 가고, 민희는 디자이너로서의 꿈 대신 재민과 결혼해 전업주부의 길로 갑니다. 그러는 중에도 난희와 민희의 끈끈한 우정은 변하지 않고, 재민과 민희의 아이들도 난희를 가족처럼 대하며 가깝게 지냅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난희는 패션회사의 중역으로 일하게 되면서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으로 승승장구하던 중, 운명의 장난처럼 민희의 남편 재민과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재민을 밀쳐내지 못하면서도 민희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운 난희.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민희가 재민과 난희의 사이를 눈치채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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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포장되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빈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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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 자체가 그다지 촘촘하지 않은 구성이기는 하지만, 각색을 거친 <물 위를 걷는 여자>의 플롯은 부실합니다. 난희와 민희의 우정을 중심으로 한 초반 구성은 다소 엉성하고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극장용 영화의 러닝타임을 감안했을 때 구구절절 긴 설명보다는 황신혜, 강문영 두 배우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우정의 끈을 조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재민이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밀도가 급격히 옅어지게 되는데요. 난희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자체가 워낙 느닷없어서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민희가 둘 사이를 눈치채는 과정과 이에 대처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성공한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진 도덕적 회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난희 캐릭터도 급격히 무너져 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전개를 피하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나 다시 보니, 당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인지라 '우리는 진짜로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직관적인 장면들이 나름 귀엽습니다. 지하철을 타도 에펠탑을 꼭 지나치고, 숙소 창문을 열어도 에펠탑이 보여야 하고, 유학 중인 난희는 반드시 바게트로 끼니를 때우는 등 이건 누가 봐도 파리라는 걸 모를 수가 없거든요.

 

 

[영화 정보]

제목: 물 위를 걷는 여자(1990)

영제: The Woman Who Walks on Water

제작국가: 한국

감독: 박철수

캐스트: 황신혜, 강문영, 이덕화, 정혜선, 오승명, 소피 디레주이안, 캬롱 장 뤽, 소피 멜윅 등

장르: 로맨스/드라마

러닝타임: 112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90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