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시간이탈자(時間離脫者)(201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간이탈자(時間離脫者)(2016) - 퍼즐이 완성된 후에도 남아있는 헛헛함
장편연출 데뷔작 <비 오는 날 수채화 A Sketch of a Rainy Day(1989)> 이후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l(2001)><클래식 The Classic(2003)><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Windstruck(2004)> 등 로맨스 영화들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한일 합작 SF로맨스 <싸이보그 그녀(僕の彼女はサイボ-グ) Cyborg Girl(2008)> 이후 8년 만에 연출한 <시간이탈자(時間離脫者) Time Renegades(2016)>.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정진영, 이기우, 온주완, 이태리, 전신환, 김보라, 지수, 정웅인, 박준규, 임예진 배우 등이 출연한 타임슬립 SF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 <시간이탈자(2016)>는 2016년 4월 13일 개봉해 첫 주말 전국 관객수 33만 명으로 같은 주 개봉한 <헌츠맨: 윈터스 워 The Huntsman: Winter's War(2016)><해어화(解語花) Love, Lies(2016)> 등 경쟁작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고, 개봉 2주 차 주말 전국 관객수 23만 명으로 2주 연속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 12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인 260만 명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83년, 같은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지환(조정석)과 윤정(임수정)은 연인 사이입니다. 1983년 첫날인 1월 1일, 지환이 윤정에게 프러포즈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강도에게 습격당해 칼에 찔리는 바람에 의식을 잃어버리는 지환.
32년 후인 2015년 1월 1일, 달아나는 범인을 추격하던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가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각자 1983년과 2015년, 하지만 1월 1일 같은 날짜, 그리고 같은 병원에 실려간 지환과 건우는 죽음 직전까지 내달리는 위급한 상황을 겪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지환과 건우를 꿈속에서 각자의 삶을 목격하기 시작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떠오르는 간밤의 꿈. 지환과 건우는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건우의 꿈속에 나타났던 지환의 연인 윤정과 쏙 빼닮은 소은(임수정)이 건우의 인생에 등장하고,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건우는 소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1980년대 발생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사건을 조사하던 건우는 꿈속에서 본 윤정이 30여 년 전 살해당했다는 기록을 찾게 되고, 그때부터 이 사건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1983년의 지환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윤정이 머지않아 죽음을 맞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1983년의 지환과 2015년의 건우는 각자의 방법으로 예정되어 있는 윤정의 죽음을 막기 위한 필사의 추적을 시작합니다.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다 준비했다지만, 그 어느 쪽으로도 손이 가지 않는 애매함
영화 <시간이탈자(2016)>는 타임슬립과 로맨스, 범죄 스릴러와 미스터리 등 많은 재료를 작은 그릇에 욱여넣고 억지로 비빈 비빔밥 같습니다. 3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꿈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서로의 일상을 보는 두 남자 사이에 분명 뭔가 있기는 있을 텐데 그게 뭔지 너무 늦게까지 꽁꽁 숨겨두면서 감질맛만 나게 하는데요. 결국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짠! 하는 카타르시스는커녕 내내 억지스럽게 엮은 이야기들을 따라잡느라 지쳐버렸을 뿐입니다.
임수정 배우의 1인 2역도 기대만큼 큰 충격 효과가 있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과거의 윤정과 현재의 소은의 존재 자체만 갈등의 핵일 뿐이지, 사건 해결에 있어서는 어떤 역할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소모적으로 치부당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두 인물이 똑같이 생겼다는 설정 또한 그다지 극적으로 활용되지도 못했고요.
정웅인 배우가 연기한 강형철 캐릭터는 전형적인 맥거핀으로, 뭔가 음산한 기운으로 '저 사람이 범인인 것처럼 분위기를 모는구나' 금세 눈치챌 정도인데, 더 허탈한 것은 강형철이 진범이 아닌 맥거핀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맥없이 밝혀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요소는 많지만, 타임슬립물, 범죄 스릴러, 로맨스 어느 쪽으로도 방점을 찍지 못하고 허우적거린 어정쩡한 장르영화에 그쳐버려 아쉬움도 큰 영화였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시간이탈자(時間離脫者)(2016)
영제: Time Renegades
제작국가: 한국
감독: 곽재용
캐스트: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정진영, 이기우, 온주완, 이태리, 전신환 등
장르: SF/판타지/스릴러/로맨스
러닝타임: 107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6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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