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202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2020) - 뒤늦은 심기일전(心機一轉)
신예 황동석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 The Boxer(2020)>는 황동석 감독이 각본, 제작, 편집까지 맡았고, <손님 The Piper(2015)><연평해전 Northern Limit Line(2015)><게이트 Gate(2017)><결백 Innocence(2019)> 등에 출연한 결휘(한이진) 배우와 <남한산성 The Fortress(2017)><7년의 밤 Seven Years of Night(2018)><호텔 레이크 Hotel Lake(2020)> 등에 출연한 문창길 배우를 비롯, 김소이, 류제승, 강병구, 손제원, 차영남, 배명진, 정경호, 기주봉 배우 등이 출연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전국체전에서 우승까지 했지만, 복싱체육관 '청무관' 관장인 아버지 순일(문창길)의 든든한 뒷배경으로 인한 봐주기 덕분이라는 상대 선수의 음해 때문에 승리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는 동석(결휘)은 성실한 복싱선수로 대성할 생각은 접어두고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삶을 허비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봐주기 루머를 퍼뜨린 상대 선수의 형 상환(손제원)이 청무관에 등록하면서, 동석과 동일한 체급으로 맞추려 평소 자신의 체급보다 낮은 웰터급으로 선수권 대회 준비에 돌입하면서 동석의 심기는 극도로 불편해집니다. 거기에 더해 순일의 후배인 기택(정경호)이 프랜차이즈 체육관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경영 악화로 곤경에 처한 순일에게 별도의 가맹료를 받지 않고 자신이 경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변경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상환의 체급을 조정했다는 사실이 동석을 더욱더 화나게 합니다.
하지만 동석의 화는 가라앉을 틈이 없습니다. 상환과의 선발전 경기에서 동석이 보기 좋게 패했기 때문입니다. 울화통이 터진 동석이 청무관을 뛰쳐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헛짓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 아버지 순일이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되는 일 하나 없이 원망에 가득하던 동석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올까요?
계속 화만 내는 주인공의 심리를 쫓아가다 지쳐버리다
영화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의 주인공 동석은 내내 화가 나 있습니다. 세상에 화가 나 있고, 아버지 순일에게도 늘 화가 나 있고, 아무튼 계속 화가 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잠자고 일어나자마자 잠이 덜 깨 짜증 난 동석, 청무관에서도 계속 화나는 상황이 닥쳐서 짜증 내는 동석, 부당한 취급을 하는 편의점 사장에 대해 화내는 동석 등 시종일관 화를 내고 짜증 내는 동석으로 가득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화만 낼 것인지 지쳐가던 중, 동석의 아버지 순일이 돌연사합니다. 그 이후, 예측을 벗어나지 않고 동석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성실히 훈련에 임합니다.
제목처럼 탄탄대로가 아닌 위험천만한 갓길로 달릴 수밖에 없는 성난 코뿔소와 같은 동석의 인생이 화로 가득한 것이 그저 자신을 둘러싼 환경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동석은 아버지의 돌연사 전까지는 잠시도 그에 대해 돌아보는 일조차 하지 않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의 심기일전을 응원하기에는, 너무도 기나긴 화(火)와 짜증에 지쳐 나가떨어진 터라, 응원의 박수를 원하는 것 같은 엔딩에 다다라서는 차라리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2020)
영제: The Boxer
제작국가: 한국
감독: 황동석
캐스트: 결휘(한이진), 문창길, 김소이, 류제승, 강병구, 손제원, 차영남, 배명진, 정경호, 기주봉, 장의수, 윤병희, 김태준, 홍은주, 이규희, 이석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89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2년 6월 23일
'영화리뷰 202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즈메의 문단속(2022) -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미와 작화(作畫) (0) | 2023.03.17 |
---|---|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2021) - 서바이벌 게임으로도 호러 액션으로도 매력이 없는 밋밋한 리부트 (0) | 2023.03.17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 제임스 건의 긴급 심폐소생술로 되살아난 DCEU (0) | 2023.03.11 |
똑똑똑(2023) -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찾아온 낯선 자들에 대처하는 방법 (0) | 2023.03.08 |
더 웨일(2022) - 죄책감과 용서와 화해와 구원에 관한 장황설(張皇說) (0) | 2023.03.07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