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거짓말(1999)>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짓말(1999) - 세기말을 핑계로 논란만 일으킨 이상한 영화
선우완 감독과 공동 연출한 <서울 황제 Seoul Emperor(1986)>로 데뷔한 후, <성공시대 The Age of Success(1988)><우묵배미의 사랑 A Short Love Affair(1990)><경마장 가는 길 The Road to Race Track(1991)><화엄경 The Avatamska Sutra(1993)> 등을 거쳐,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던 <너에게 나를 보낸다 To You from Me(1994)>에 이어 장선우 감독이 장정일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 번째 영화이자, 통산 9번째 장편 연출작인 <거짓말 Lies(1999)>는 장정일 작가가 1996년 발표한 장편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각색했습니다.
1999년 9월 열린 5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으나, 정작 우리나라에서의 개봉은 그보다 4개월 지난 2000년 1월 8일 가능했는데요. 그 이유는 당시 두 번의 등급보류 결정으로 극장 개봉이 막혀있다가 극적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종로 3가 단성사를 비롯한 전국 43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서울 관객수 31만 명을 기록하며 논란의 문제작답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제이 역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사진작가 이상현이 캐스팅되었고, 와이 역은 <거짓말(1999)>로 데뷔한 김태연 배우가 맡았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한때 각광받던 조각가였으나 이제는 작품활동은 커녕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38세 제이(이상현).
시골 소도시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생 와이(김태연).
와이의 친구이자 우등생이었던 고우리(전혜진)가 어느 날 공부하기 싫어졌다며 가방에 제이의 작품집을 넣고 다니며 온종일 그것만 들여다보자, 와이는 이를 딱하게 여겨 우리의 존재를 알게 하기 위해 제이에게 직접 전화합니다. 그런데 웬걸,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제이의 음색에 반해버린 와이는 원래 의도는 오간데없이 자신이 제이와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 통화를 합니다. 그러다 와이의 졸업식이 다가오던 어느 날, 와이는 제이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제이와 와이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논란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결핍된 그냥 문제작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장선우 감독은 <거짓말(1999)>이 불러일으킨 온갖 논란을 뚫고, 당당하게 흥행 성공까지 이룬 후 호기롭게 탄생시킨 차기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Resurrection of the Little Match Girl(2002)>이 참패하면서 이후 신작 소식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에서 청바지 입은 여자 역으로 파격적인 신고식을 치른 후 한때 탑티어 주연급 스타의 자리까지 올랐던 정선경 배우의 음색과 이미지를 연상시켰던 김태연 배우는 데뷔작으로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으며 화려한 스타탄생을 예고했지만, <거짓말(1999)>의 명성을 재탕한 졸속 기획작 <그녀에게 잠들다 Sunk into Her(2000)>의 실패 이후 몇 편의 TV시리즈의 조단역으로 출연한 후 2000년대 중반 이후 배우로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영화 <거짓말(1999)>은 좋게 보면 파격적이고 과감한 표현으로 무장한 문제작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제이와 와이 두 캐릭터의 감정선은 철저히 배제한 채, 그들의 행위를 나열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내러티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실험작의 외피를 쓴 이상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화 <거짓말(1999)>의 예술적 성취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며, 애꿎은 배우들의 노출과 해묵은 논란만 남았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거짓말(1999)
영제: Lies
제작국가: 한국
감독: 장선우
캐스트: 이상현, 김태연, 전혜진, 최현주, 한관택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3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00년 1월 8일
주요 수상내역:
1999년 5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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