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포세이돈(200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세이돈(2006) - 34년 만의 리메이크, 결과는 참패
미국 소설가 폴 갤리코 Paul Gallico(1897~1976)가 1969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3번째 영화이자, 로널드 님 Ronald Neame(1911~2010) 감독이 연출한 <포세이돈 어드벤쳐 The Poseidon Adventure(1972)>를 느슨하게 리메이크한 <포세이돈 Poseidon(2006)>은 <특전 유보트 Das Boot(1981)><사선에서 In the Line of Fire(1993)><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1997)><퍼펙트 스톰 The Perfect Storm(2000)><트로이 Troy(2004)> 등으로 유명한 독일 각본가이자 제작자이자 감독이었던 볼프강 페터젠 Wolfgang Petersen(1941~2022)의 12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생전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마지막 영화로, 각색은 <더 셀 The Cell(2000)>로 데뷔한 미국 각본가 마크 프로토세비치 Mark Protosevich가 맡았는데요. 프로토세비치는 후에 <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2007)><토르: 천둥의 신 Thor(2011)>등의 각본을 집필했습니다.
독일에서 데뷔한 페터젠 감독은 각색까지 맡은 세 번째 연출작 <특전 유보트(1982)>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각색상 후보에 오르면서 크게 각광받은 후, 할리우드로 진출해 20년 넘게 활동했었는데요.
1억 6,000만 달러(약 2,097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 <포세이돈(2006)>의 전 세계 최종 누적 수익이 1억 8,170만 달러(약 2,382억 원)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한 후, 오슨 스콧 카드 Orson Scott Card가 1985년 발표한 SF 소설 『엔더의 게임 Ender's Game(1985)』의 영화화 작업에서 배제되었고(후에 개빈 후드 Gavin Hood 감독 연출 <엔더스 게임 Ender's Game(2013)>으로 개봉), 곤 사토시(今 敏) Satoshi Kon(1963~2010)의 장편 애니메이션 <파프리카(パプリカ) Paprika(2006)> 실사화 프로젝트 및 존 스칼지 John Scalzi 원작 『노인의 전쟁 Old Man's War(2005)』 영화화 프로젝트 등에서도 빠지며 할리우드에서의 경력이 끝나 버렸습니다.
<포세이돈(2006)>의 참패 후 10년이 지난 2016년, <특전유보트(1982)> 이후 20여 년 만에 독일에서 연출한 범죄 코미디 <뱅크 어택: 은행습격사건 Vier gegen die Bank(2016)>이 결국 페터젠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1972년작 오리지널과 같이, <포세이돈(2006)>에는 커트 러셀 Kurt Russell, 조쉬 루카스 Josh Lucas, 리처드 드레이퍼스 Richard Dreyfuss, 에미 로섬 Emmy Rossum, 재신다 배럿 Jacinda Barrett, 마이크 보겔 Mike Vogel, 미아 마에스트로 Mía Maestro, 지미 베넷 Jimmy Bennett, 안드레 브라우퍼 Andre Braugher, 케빈 딜런 Kevin Dillon, 프레디 로드리게즈 Freddy Rodriguez 등 앙상블 캐스트와 함께, 가수이자 래퍼 퍼기 Fergie가 극 중 새해맞이 파티에서 노래를 담당한 가수 글로리아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2006년 5월 12일 워너 브라더스 배급으로 북미 3,555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 첫 주말 수익 2,215만 달러(약 290억 원)로 전 주 1위에 올라 2주 연속 1위를 지킨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III(2006)>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한 후, 2주 차 주말에는 -58.4% 드롭률과 함께 주말 수익 922만 달러(약 120억 원)로 신규 개봉작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2006)><헷지 Over the Hedge(2006)>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4위로 내려앉았고, 이후 총 33주간 상영한 결과 북미 최종 누적 수익 6,067만 달러(약 795억 원), 전 세계 최종 누적 수익 1억 8,170만 달러(약 2,382억 원)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무리되어, 제작비 규모 1억 6,000만 달러(약 2,097억 원) 대비, 워너 브라더스에 7,700만 달러(약 1,009억 원) 상당의 손실을 안기며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그래도 영화에서 구현한 VFX 기술에 대한 성취는 높이 평가받아, 2007년 79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2006)>이 오스카를 수상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초호화 여객선 RMS(Royal Mail Ship: 영국 우정 공사 선박) 포세이돈호(號)가 대서양을 횡단하고 있습니다. 소방관 출신의 전(前) 뉴욕 시장 로버트 램지(커트 러셀)는 딸 제니퍼(에미 로섬)와 제니퍼의 곧 약혼 예정인 남자친구 크리스천 샌더스(마이크 보겔)와 함께 포세이돈호에 탑승해 뉴욕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포세이돈호에는 전직 해군 잠수함 승무원 출신이자 현재 직업 도박사인 딜런 존스(조쉬 루카스), 건축가 리처드 넬슨(리처드 드레이퍼스), 남편을 잃은 싱글맘 매기 제임스(재신다 배럿)와 매기의 아들 코너(지미 베넷), 식음료 담당 직원 마르코 발렌타인(프레디 로드리게즈)과 마르코와 술집에서 만나 몰래 밀항 중인 엘레나 모랄레스(미아 마에스트로), 그리고 선장 마이클 브래드포드(안드레 브라우퍼)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한창 새해맞이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그때, 엄청나게 커다란 파도가 포세이돈호를 향해 덮칠 듯 다가오는 광경이 포착됩니다. 흉폭스럽고 거대한 파도를 피하기 위해 배의 방향을 우현으로 향하게 조종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포세이돈호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온 파도는 순식간에 거대한 선체를 뒤집어버리고, 배 안에 타고 있는 승무원과 승객들은 순식간에 재앙의 늪에 빠져버립니다.
원작과 비교해 엄청나게 발전한 기술력에 비해 매우 진부한 스토리
만약,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를 숏 바이 숏으로 모든 장면을 똑같이 촬영하되, 세트며 VFX는 당연히 오리지널로부터 34년이 지나 발전된 기술력을 첨가했다면, <포세이돈(2006)>은 성공했을까요? 이미 벌어진 결과를 두고 '만약 그랬다면? What if?'를 들이대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지만, 할리우드에서 꽤 성공적으로 필모그래피를 꾸려온 볼프강 페터젠의 경력에 치명타를 입힌 얄미운(?) 프로젝트이니만큼, 그런 가정을 한번 해봅니다.
거기에 대한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오리지널 영화가 가지고 있는 1970년대 재난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은 분명하지만, 제작진은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만큼은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각색을 통해 구성원들의 면면을 재창조했겠죠. VFX 기술은 당연히 최첨단의 그것을 적용할 테고, 플롯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되, 캐릭터들은 2006년에 맞게 바꾼다. 바꿀 거였으면 '제대로' 바꿨어야 했을 텐데, 그들이 제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얼마나 흡족했는지 모르겠지만, 커트 러셀-조쉬 루카스-리처드 드레이퍼스를 위시한 앙상블 캐스트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은 충분히 매력적인데, 캐릭터가 재미가 없었다는 말이 맞겠네요.
커트 러셀의 극 중 설정을 굳이 전직 소방관으로 한 점은 혹시 러셀의 전작 중 <분노의 역류 Backdraft(1991)> 때문은 아니었겠지 싶다가도, 그것 말고는 도통 이유를 찾을 수 없었는데요. 마침 그가 소방관 출신이니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 상황에서 능숙하게 사람들을 이끕니다. 심지어 전직 뉴욕 시장 출신이니, 리더십까지 갖춘 걸 테니까요. 여기에서 오리지널에서 진 핵크먼 Gene Hackman이 연기했던 목사 프랭크 스콧과 차이점이 생겨버립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부터가 잘못 채워진 첫 단추나 다름없었죠.
그뿐이었겠습니까. 캐릭터들의 관계성도 구구절절한 사연도 어느 것 하나 흥미롭거나 극전개에 효과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각자 배우들은 최첨단 세트에서 최첨단 VFX에 밀려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린 듯 보였고, 그나마 오리지널과 거의 동일한 플롯 안에서 몇몇 변주를 한 지점에서 그나마 없던 흥미가 생기긴 했습니다.
오리지널이 아무리 성공작이라고 해도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언제나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는 합니다. 리메이크작으로 크게 평가받은 사례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가 될까 말까 하고, 웬만한 경우에는 오리지널과 비교당하랴 독창성 결여에 대해 비판받으랴, 작품을 옷으로 비유한다면 그야말로 누더기가 될 정도로 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포세이돈(2006)>도 결국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포세이돈(2006)
원제: Poseidon
제작국가: 미국
감독: 볼프강 페터젠
캐스트: 조쉬 루카스, 커트 러셀, 리처드 드레이퍼스, 에미 로섬, 재신다 배럿, 마이크 보겔, 미아 마에스트로, 케빈 딜런, 프레디 로드리게즈, 지미 베넷, 퍼기, 안드레 브라우퍼 등
장르: 재난/액션/스릴러
러닝타임: 98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06년 5월 31일(한국)/2006년 5월 12일(미국)
주요 수상내역:
2007년 79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노미네이트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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