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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70년대 이전

제17 포로수용소(1953) - 생생한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색다른 전쟁 블랙 코미디

by 조브라이언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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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제17 포로수용소(195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17 포로수용소(1953) - 생생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색다른 전쟁 블랙 코미디

프랑스 영화 <나쁜 혈통 Mauvaise Graine(1934)>으로 데뷔 후, <이중배상 Double Indemnity(1944)><잃어버린 주말 The Lost Weekend(1945)> 등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의 대표 감독으로 손꼽히던 오스트리아계 미국 필름메이커였던 빌리 와일더 Billy Wilder(1906~2002)의 11번째 장편 연출작 <제17 포로수용소 Stalag 17(1953)>는 미국 극작가였던 도널드 베번 Donald Bevan(1920~2013)과 에드먼드 트르진스키 Edmund Trzcinski(1921~1996)가 쓴 같은 제목의 1951년작 희곡을 원작으로 미국 각본가였던 에드윈 블룸 Edwin Blum(1906~1995)과 빌리 와일더 감독이 공동 각색한 전쟁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윌리엄 홀든(왼쪽)과 빌리 와일더(출처-구글 이미지)

빌리 와일더 감독과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1950)><사브리나 Sabrina(1954)><페도라 Fedora(1978)>와 함께 생전 총 4편의 작품을 함께 한 1950년대를 대표하는 흥행 배우였던 윌리엄 홀든 William Holden(1918~1981)을 비롯, 돈 테일러 Don Taylor(1920~1998), 로버트 스트라우스 Robert Strauss(1913~1975), 하비 렘벡 Harvey Lembeck(1923~1982), 피터 그레이브스 Peter Graves(1926~2010), 네빌 브랜드 Neville Brand(1920~1992), 리처드 에드먼 Richard Erdman(1925~2019),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1925~1998), 시그 루먼 Sig Ruman(1884~1967), 그리고 오스트리아계 미국 감독이자 배우였던 오토 프레밍거 Otto Preminger(1905~1986)가 출연했습니다.


William Holden wins Oscar 1954(출처-오스카 유튜브 공식 채널)

주연 J.J. 세프턴을 연기한 윌리엄 홀든은 빌리 와일더 감독과의 첫 작업이었던 <선셋 대로(1950)>로 생애 첫 오스카 후보에 오른 후, 두 번째 후보지명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요. 당시 수상소감이 'Thank you, thank you." 단 두 마디로 끝나, 조 페시 Joe Pesci가 <좋은 친구들 Goodfellas(1991)>로 63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당시 "It's my privilege, thank you.(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로 초간단하게 끝낸 수상소감의 원조격이 된 셈인데요. 당시 수상소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제작진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고맙다는 한마디로 끝낸 후, 별도로 광고를 통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수상소감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오드리 헵번의 이름이 각인된 오스카 트로피를 전달하는 윌리엄 홀든(왼쪽)과 오드리 헵번(출처-구글 이미지)

홀든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해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1953)>의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1929~1993)이었는데요. 2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기는 했으나, 약 두 달 후인 1954년 5월 3일, 오드리 헵번의 이름이 새겨진 오스카 트로피를 별도로 다시 시상했다고 합니다. 시상자는 윌리엄 홀든이었고, 두 배우는 빌리 와일더의 차기작 <사브리나(1954)>에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1899~1957)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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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 'Stalag 17'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운영한 전쟁포로수용소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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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 다뉴브강 인근에 위치한 독일군 산하 '제17 포로수용소'에는 630명의 미군 공군 전쟁포로가 수용되어 있으며, 소장은 오베르스트 폰 셰르바흐 대령(오토 프레밍거)이 맡고 있습니다.

 

1944년 12월, 막사 선임으로 임명된 "호피" 호프먼(리처드 에드먼)과 보안 담당 프랭크 프라이스(피터 그레이브스)를 위시한 4번 막사에 수용된 병사들이 맨프레디(마이클 무어)와 존슨(피터 볼드윈)의 탈출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맨프레디와 존슨은 탈주 중 총에 맞아 사망하고, 병사들은 누군가 내부 밀고자가 정보를 흘렸다고 믿습니다.

 

의심의 촉은 아예 대놓고 독일군과 온갖 사치품을 교환하며 수용소 안에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냉소주의자 J.J. 세프턴(윌리엄 홀든)을 향합니다. 이에 아랑곳없이, 세프턴은 여타 병사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쥐 경주 도박판을 벌인다던가, 밀주를 만들어 판다던가, 인근 캠프에 수용된 러시아 여군들을 훔쳐볼 수 있도록 급조한 망원경 앞에 병사들을 줄 세운다던가 하면서, 매번 담배 개피를 돈 대신 받습니다.

 

세프턴의 수족 역할을 하는 클라렌스 "쿠키" 쿡(길 스트래튼)이 극 전체에 걸쳐 내레이션을 담당합니다.

 

4번 막사는 막사 내에서 개그를 담당하는 스태니슬라스 "애니멀" 쿠자와(로버트 스트라우스)와 해리 샤피로(하비 렘벡) 콤비의 익살과 수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지만, 때때로 라디오를 통해 전쟁 뉴스를 들으며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한편, 4번 막사를 감독하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 펠드베벨 슐츠 상사(시그 루먼)는 병사들이 막사 밖으로 나갈 때면, 테이블 위 전구줄이 한 번 감겨 있는 것을 신호삼아, 체스판에 놓인 속이 빈 여왕 체스말속에 담긴 비밀 편지를 통해 막사 내 정보를 취합니다. 물론 비밀 편지는 슐츠가 4번 막사에 심어놓은 내부 고발자가 남기고, 소식이 있을 때면 전구줄을 한 번 감아올려놓습니다. 메시지를 확보한 슐츠는 다시 전구줄을 풀어놓는 것이 서로에게 보내는 신호.

 

그러다 크리스마스 직전, 사로잡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제임스 던바 중위(돈 테일러)가 장교 수용소로 보내지기 전, 4번 막사로 임시 배치됩니다. 던바 중위와 동행한 바그라디언(제이 로렌스)이 제17 포로수용소로 이동하던 중 던바 중위가 시한폭탄을 설치해 군수품 수송열차를 폭파시켰다는 사실을 병사들에게 말합니다. 한편, 던바 중위가 부유한 가정환경 덕에 장교 사관학교를 나왔다고 생각한 세프턴은 던바와의 관계에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빌리 와일더+윌리엄 홀든의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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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뿐 아니라 근대에 발생한 여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상당히 많지만, 그중 <제17 포로수용소(1953)>는 그 흔한 전투장면 하나 없이 전쟁 중의 긴장감과 재치와 유머를 적절하게 버무린 특색 있는 전쟁 영화입니다.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몹씬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4번 막사에 수용된 병사들을 중심으로 장소 이동도 거의 없이 쫀득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윌리엄 홀든이 있고, 그 외에 주요 캐릭터들의 개성이 한데 어우러지는데요. 포로수용소라는 공포스러운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애니멀과 샤피로 콤비가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통에 정신이 빠질 지경이지만, 그 속에서도 홀든이 연기한 세피턴 캐릭터는 압권입니다. 대체 어떻게 저런 수단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표정만 짓더라도 일단 수긍이 갑니다.

 

그 와중에 내부 밀고자를 찾아내는 추리극의 재미까지 더해, 2시간 러닝타임을 매우 효율적으로 꾸렸는데요.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 굳이 카메라를 전장 한가운데에 밀어 넣지 않아도, 살벌한 포로수용소 내 4번 막사 안에서 벌어진 이런저런 사건사고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제17 포로수용소(1953)

원제: Stalag 17

제작국가: 미국

감독: 빌리 와일더

캐스트: 윌리엄 홀든, 돈 테일러, 오토 프레밍거, 로버트 스트라우스, 하비 렘벡, 리처드 에드먼, 피터 그레이브스 등

장르: 전쟁/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20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961년 5월 4일(한국)/1953년 6월 6일(미국)

 

주요 수상내역:

1954년 2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윌리엄 홀든)

1954년 26회 아카데미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감독상, 남우주연상(윌리엄 홀든), 남우조연상(로버트 스트라우스)

 

1954년 6회 미국 감독조합 DGA어워즈 감독상 노미네이트

1954년 6회 미국 작가조합 WGA 미국 코미디 영화 각본상 노미네이트

1953년 25회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어워즈 Top 10 영화

1954년 19회 뉴욕 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윌리엄 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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