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 - 실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허술한 플롯으로 감 떨어지는 밋밋한 수사극
로맨틱 코미디 <S 다이어리 S Diary(2004)>로 데뷔한 후, 앙상블 캐스트가 등장한 로맨스 드라마 <새드 무비 Sad Movie(2005)>를 연출한 권종관 감독의 3번째 장편 연출작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Proof of Innocence(2016)>는 김명민, 김상호, 성동일, 김영애(1951~2017), 김향기, 김뢰하, 박수영, 박혁권, 최병모, 오민석, 이지훈, 박지환, 김성현, 민진웅, 곽지형, 이동용 배우 등이 출연하고, 신구, 이한위, 이문식, 김명국 배우가 특별출연한 범죄 드라마입니다.
2016년 6월 16일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수 42만 명으로 전 주에 이어 2주 연속 1위를 지킨 <정글북 The Jungle Book(2016)>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고,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 124만 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애초에 제목이 <감옥에서 온 편지>였으나 개봉 제목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로 변경되었고, 2002년 실제 있었던 영남제분 회장 부인이 사위와 한 여자대학생의 관계를 의심해 대학생을 청부살인한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권종관 감독이 각본을 썼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전과자라는 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택시운전 일을 하며 딸 동현(김향기)과 새 인생을 살고 있는 권순태(김상호)는 동현을 태우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던 어느 날, 대해제철 며느리(민지아)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긴급체포 후 기소되고, 급기야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경찰 출신이자 전과자 출신 아버지(신구)와 함께 살고 있는 최필재(김명민)는 전직 검사였던 변호사 김판수(성동일)의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 일을 하며,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 영업을 뛰며 사건을 확보합니다. 필재가 현역 경찰 시절 파트너이자 앙숙이었던 양 형사(박혁권)와 과거의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며, 필재의 브로커 행위를 만천하에 까발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양 형사.
아닌 게 아니라, 아버지의 전과 기록 때문에 말단 형사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던 필재는 지나친 가혹행위로 고발당해 퇴직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경찰에서 쫓겨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던 필재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사형수로 감옥살이 중인 권순태가 자신은 진범이 아니며, 누군가에 의해 누명을 썼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고, 심문 당시 살인죄를 인정하면 15년 형을 받게 해 주겠다는 담당 형사의 꼬드김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 마침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이가 다름 아닌 양 형사였습니다.
권순태는 딸 동현이 다니던 학원 앞에서 동현을 태우기 위해 기다렸다고 진술했으나, 그에 대한 명확한 알리바이마저 확인되지 않았고, 그날 대해제철 며느리를 마지막 손님으로 태웠다는 것 말고는 아무 연관도 없었습니다. 집 앞에 도착한 며느리가 택시비가 모자라다며 값비싼 향수를 대신 맡긴 것이 그와의 마지막이었지만, 하필 동현의 서랍에서 그 향수병이 발견되자 꼼짝없이 권순태가 죄를 뒤집어쓴 것.
양 형사의 수사기록을 살펴본 필재는 어딘가 엉성한 구석을 발견하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현을 찾아갑니다. 권순태가 수감된 후 면회조차 한 번 가지 않았던 동현을 데리고 교도소로 찾아간 필재. 마침 담배 밀반입으로 징벌방에 갇혀 이미 매수당한 교도관 한기주(오민석)의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는 필재의 억울함은 감옥 안에서도 끝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동현은 아버지 권순태는 흡연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필재는 담배 밀반입조차 조작되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권순태는 우연히 신문에서 필재가 전과자의 아들이라는 약점을 딛고 모범경찰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었고,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실체를 조사하던 필재는 점점 진실의 핵심에 접근해 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배후에 대해제철 여사님(김영애)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반복되는 설명을 과도하게 배치해 퍼즐을 푸는 즐거움은 제로
실제 벌어진 청부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은 이 영화에 크게 장점으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영화화를 위해 설정된 인물들, 특히 선과 악의 두 축을 이루는 최필재와 대해제철 여사님, 두 캐릭터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해 극의 재미를 돋우지 못했는데요.
정의의 사도를 담당한 최필재에게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구구절절 서사를 부여했으나 그의 과거와 현재 사이 교집합이라는 것이 결국 예전 경찰동료들과 얽히는 것이며, 이는 필재의 제목처럼 특별하지 않은 물 흐르듯 술술 풀어가는 실타래의 중간중간에 형식적으로 가미된 설정에 그칩니다.
절대악을 담당한 대해제철 여사님은 캐릭터에 이름 하나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특히나 이를 연기한 고(故) 김영애 배우가 연기했던 이전 캐릭터들 중 MBC 수목 드라마 <로열패밀리 Royal Family(2011)>에서 맡았던 JK그룹 공순호 회장 캐릭터의 재탕에 불과했는데요. <로열패밀리>에서의 명대사 중 "저거 치워"를 차용한 것은 일종의 (셀프)오마주였으려나요.
김영애 배우가 별다른 대사 없이 그저 화면에 등장만 해도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정작 대해제철 여사님 캐릭터 자체는 그런 배우의 카리스마를 한껏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밋밋하게 살짝 가져다 썼을 뿐이라 몹시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천하무적이자 완전범죄의 표상이던 여사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 단서인 보이스 레코더의 등장은, 안 그래도 맥 빠지던 영화를 아예 절벽 끝으로 밀어 떨어뜨린 듯했습니다. 그만큼 최필재의 '특별수사'가 촘촘하거나 치밀하지 못했고, 요행히 해결점에 다다랐다는 것에 대한 반증처럼요.
[영화 정보]
제목: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
영제: Proof of Innocence
제작국가: 한국
감독: 권종관
캐스트: 김명민, 김상호, 성동일, 김영애, 김향기, 김뢰하, 박수영, 박혁권 등
장르: 범죄/드라마
러닝타임: 12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6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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