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아수라(阿修羅)(201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수라(阿修羅)(2016) - 눈앞에서 펼쳐지는 지옥도(地獄道)
<아수라(阿修羅) Asura: The City of Madness(2016)>는 이병헌, 김은정 배우 주연 스릴러 <런어웨이 Runaway(1995)>로 데뷔한 김성수 감독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비트 Beat(1997)><태양은 없다 City of the Rising Sun(1998)><무사(武士) The Warriors(2001)>에 이은 정우성 배우와의 4번째 협업작입니다.
가상의 도시 경기도 안남시에서 안남시장 박성배와 박성배의 뒤를 캐는 검사 김차인, 그리고 비리경찰 한도경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불구덩이 속에서 나뒹구는 범죄 액션 영화로, 정우성 배우가 한도경을 연기했고, 황정민 배우가 안남시장 박성배, 곽도원 배우가 김차인 검사 역을 맡았습니다. 그 외에 주지훈, 정만식, 윤지혜, 김해곤, 김원해, 오연아, 김종수 배우 등이 함께 출연했고, 윤제문, 박정학 배우가 특별출연했습니다.
2016년 9월, 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되어 전 세계 최초 공개된 후, 9월 28일 정식 개봉해 첫 주말 전국 관객수 106만 명으로 같은 주 개봉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2016)><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Bridget Jones's Baby(2016)><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2016)> 등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습니다.
결국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 259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인 380만 명에는 이르지 못해 극장 흥행에서는 실패했으나, 이후 이슈가 있을 때 뒤늦게 회자되면서 VOD 다운로드 등이 급증해 결국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목인 '아수라'는 불교에서 일컫는 머리가 3개, 팔이 6개 달린 요괴를 뜻하기도 하는데요. 악한 신 아수라와 선한 신 제석천(帝釋天)의 싸움터인 '아수라장(阿修羅場)'도 많이 쓰는 용어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재개발 열풍이 몰아닥친 인구 48만 명이 사는 안남시(安南市)를 관장하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선거법 위반이나 조직폭력배와의 결탁 등 범법행위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르는 파렴치한 정치인입니다. 얼마 전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재판에서 패소한 박성배는 2심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이복동생 정윤희(오연아)의 남편이자 형사 일을 하는 한도경(정우성)에게 검찰 측에서 증인으로 내세우려는 이민섭(최원경)의 이름이 증인 목록에서 제거되도록 사주합니다.
박성배가 준비한 자료는 이민섭이 한 여고생과 엮이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으로, 이를 들이밀어 이민섭으로 하여금 증언을 거부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고, 작대기(김원해)가 나서 검찰과 이민섭을 통화하게 한 후, 도저히 증언을 할 수 없겠다고 말하도록 강요합니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성배는 법정 밖에 진을 치고 있던 지지자들로부터 터져 나온 열화와 같은 환호에 휩싸입니다.
한편, 한도경은 경찰 일을 조만간 그만두고 박성배의 수행팀장이 되기로 내정되어 있었고, 자신의 끄나풀인 작대기의 공로를 인정해 대가를 치를 겸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와 잠복근무를 위장해 작대기를 만나기 위해 한 낡은 건물로 갑니다. 증언을 거부한 이민섭은 필리핀으로 보내졌다는 작대기의 보고를 받은 한도경은, 작대기가 이기죽거리자 주먹을 날려 매운맛을 보여준 뒤 안주머니에서 5만 원권 다발을 꺼내 건넵니다.
마침 박성배와 한도경의 관계를 눈치챈 황인기 반장(윤제문)이 나타나 한도경과 시비가 붙고, 그 과정에서 작대기까지 동원해 검찰 측 증인을 빼돌린 사실에 대해 황 반장이 추궁하다 작대기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려 합니다. 그때 한도경이 몰래 열쇠를 건넸다가 작대기가 열쇠를 떨어뜨리며 둘의 수작이 들통나자 작대기는 줄행랑을 치고, 문선모까지 가세해 난데없이 야밤의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그러다 한도경과 몸싸움을 벌이던 황 반장이 추락사하게 되고, 한도경은 작대기에게 황 반장 살인죄를 뒤집어씌워버립니다.
꽤 인상적인 엔딩, 하지만 그곳에 가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고 돌아가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네 명의 주요 캐릭터를 중심으로 어둡고 음침한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는 영화 <아수라(2016)>는 결국 거의 모든 인물들이 끝장을 보는 장례식장에서의 엔딩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저벅저벅 옮깁니다. 어딘가 어수룩한듯한 한도경, 뱀처럼 교활한 박성배, 냉철한 듯 예민한 듯 하지만 마지막에 무너져 내리는 검사 김차인을 비롯한 경찰, 정치인, 검사 등, 하나같이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들이 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그 처절한 몸놀림이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다소 부족한 개연성으로 인해 힘을 받지 못합니다.
극 중 가상도시인 안남시는 이른바 무법천지처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총과 칼에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비명횡사가 끊이지 않지만, 극 중 인물들의 욕망에 관객이 온전히 공감하기에는 다소 버겁습니다. 인물들의 특성이 완전히 새롭지 않고, 그들이 명확히 추구하는 바가 불분명한 구석이 많기 때문인데요. 소모적으로 버려지는 몇몇 조연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반복되는 이야기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펼쳐지는 엔딩 시퀀스는 꽤 인상적입니다. 주요 인물들이 모두 죽는 비극적 엔딩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어정쩡한 해피 엔딩이나 희망의 메시지를 내느라 억지 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아수라(阿修羅)(2016)
영제: Asura: The City of Madness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성수
캐스트: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윤지혜, 김해곤, 김원해, 오연아, 김종수, 김현빈, 윤대열, 유정호, 정미남, 최병모, 박민이, 현봉식, 황병국, 조준, 정형석, 박유밀, 염동현, 정동규, 박효근, 최원경, 최성원, 김수진, 윤제문, 박정학 등
장르: 범죄/액션
러닝타임: 132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6년 9월 28일
주요 수상내역:
2016년 37회 청룡영화상 2개 부문 수상 - 인기스타상(정우성), 촬영상
2017년 26회 부일영화상 감독상 수상
2016년 1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2개 부문 수상 - 남우주연상(정우성), 기술상(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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