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부산행(釜山行)(201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산행(釜山行)(2016) - 흥미롭게 출발해 울면서 도착한 열차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사이비 The Fake(2013)> 등의 연출, 각본, 제작을 맡은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실사영화 연출작 <부산행(釜山行) Train to Busan(2016)>은 프리퀄로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 <서울역 Seoul Station(2016)>의 내용과 연결되는 SF 재난 공포 액션 드라마입니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최귀화, 정석용, 예수정, 박명신, 심은경, 장혁진 배우 등이 출연했고, 2016년 69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스에 초청되어 전 세계 최초 공개되었습니다.
서석우를 연기한 공유 배우와 성경 역의 정유미 배우는 <도가니 Silenced(2011)><부산행(2016)><82년생 김지영 Kim Ji Young: Born 1982(2019)>까지 총 3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고, 마동석, 김수안, 예수정 배우는 <신과 함께-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2017)>에 출연했는데요. 예수정 배우는 <82년생 김지영(2019)>에서 지영의 외할머니로도 특별출연했었습니다.
칸영화제 상영 후인 2016년 7월 20일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수 321만 명으로 <나우 유 씨 미 2 Now You See Me 2(2016)><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 Ice Age: Collision Course(2016)> 등 경쟁작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고, 단숨에 손익분기점인 28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2016년 8월 7일,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2016년 처음이자 유일한 천만영화이자 통산 18번째 천만영화에 등극했습니다.
<부산행(2016)>의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는 11,567,341명으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Brotherhood of War(2004)>(11,746,135명)에 이어 역대 흥행 순위 20위에 올라있습니다(2023년 4월 현재).
국내 흥행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봉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최종 누적 수익 1억 2,922만 달러(약 1,704억 원)를 기록했고, 이는 <기생충 Parasite(2019)>(2억 6,916만 달러), <명량 Roaring Currents(2014)>(1억 3,934만 달러)에 이어 한국영화 글로벌 흥행 수익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극 중 최대 빌런인 고속버스 회사 천리마고속 상무이사 용석을 연기한 김의성 배우는 53회 백상 예술대상, 25회 부일영화상, 3회 한국 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시니컬한 워커홀릭 펀드 매니저 서석우(공유)는 딸 서수안(김수안)의 양육권을 두고 아내와 소송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수안의 생일이 다가오고, 기껏 생일선물로 준 게임기가 이미 어린이날 때 줬던 것과 같은 제품일 정도로 무심한 아빠이기도 한 석우. 잔뜩 실망한 수안에게 생일선물로 원하는 것을 묻자, 수안은 주저 없이 부산에 있는 엄마를 보고 싶다고 말하고, 석우는 바쁜 일을 핑계로 대며 이를 무마시키려 하지만, 늘 다음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거짓말이었다는 수안의 말이 가슴에 꽂혀 결국 부산행 KTX에 올라타기로 합니다.
다음날 새벽, 서울역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부산행 KTX에 탑승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중에는 민영국(최우식)을 비롯한 야구부원들과 응원단장 김진희(안소희), 고속버스 회사 천리마고속 상무이사 용석(김의성), 만삭의 아내 성경(정유미)과 남편 윤상화(마동석), 대전으로 가는 길인 인길(예수정)과 종길(박명신) 자매도 있습니다. 그들이 탑승할 KTX 101편 기장 김동현(정석용)도 한창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추레한 행색의 가출소녀(심은경)가 숨을 헐떡이며 직원의 눈을 피해 열차에 몰래 올라타고, 이를 보지 못한 역무원의 수전호에 따라 승무원 팀장 한성수(한성수)가 승강문을 닫고 드디어 열차는 출발합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쳐다보던 수안의 눈에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감염자가 역무원을 덮치는 광경이 들어오고, 놀란 수안이 보면 옆자리에 앉은 석우는 이미 잠들어 있습니다. 결국 그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현재로서는 수안뿐.
잠시 후, 열차 화장실에 어딘가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승무원이 확인하자, 공포에 질려 헛소리를 하고 있는 노숙자(최귀화)가 덜덜 떨며 쭈그려 앉아있고, 마침 화장실에 갔던 수안은 용석과 함께 그를 보게 됩니다. 한편, 승무원 정민지(우도임)가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가출소녀를 발견하고 팀장에게 긴급 환자가 있다는 보고를 하고, 석우는 김대리와 통화하며 화장실로 향하던 중 무차별 폭력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열차 내 TV를 통해 전해집니다.
팀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던 승무원 정민지가 갑자기 통신장애가 일어났는지 지직대는 무전기를 조작하는 사이, 정민지의 등뒤에서 스르륵 일어선 가출소녀가 온몸의 관절을 우두둑 꺾더니 급기야 정민지를 덮칩니다. 가출소녀에게 물어뜯긴 정민지는 심각한 감염상태에 빠져 좀비가 되어버리고, 이제 부산행 KTX 101편 안에는 아비규환이 펼쳐집니다.
팬데믹을 겪은 후 달리 보이는 감염 재난 영화
멀게는 조지 A. 로메로 George A. Romero(1940~2017)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1968)>부터, 루벤 플레셔 Ruben Fleischer 감독의 <좀비랜드 ZombieLand(2009)><좀비랜드: 더블 탭 ZombieLand: Double Tap(2019)>, AMC 시리즈 <워킹 데드 The Walking Dead(2010~2022)>까지 호러 영화의 서브장르로 B급 취급을 당하던(?) 좀비물이 어느새 주류로 인정받은 지 꽤 되었는데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은 이전의 인식이었다면 역시 B급 호러 영화로 소수의 관객들만이 즐기는 전유물에 그쳤겠지만, 천만 영화의 대열에 오를 정도로 좀비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좀비라는 끔찍한 존재들을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로 지칭하며, 부산행 KTX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감염 위험자로 분류되어 격리조치 되는 등 영화 속 상황이, 2016년 당시로서는 어느 정도 감독의 상상력에 근거한 것이지만, COVID-19 팬데믹이 온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2023년에 다시 보니, 영화 속 상황이 더 이상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소름이 돋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살면서 전혀 연관 없던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고, 이를 헤쳐나가며 유대감이 형성되는 상황은 기존의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빠질 수 없는 공식이죠. 공공의 적이 있다면, 그에 대적하는 사람들 사이는 더욱 끈끈해지는 법. 거기에 천리마고속 상무이사 용석이라는 극악의 빌런까지 더해지니 좀비/감염자들로 인한 공포 상황과 이에 맞서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극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됩니다.
재난 상황에 처한 주요 캐릭터들이 다소 수동적이라 평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좀비물의 필수 요소는 딱히 아닌 신파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 더욱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이는 <부산행(2016)> 이후 일부 한국 좀비물에서도 반드시 나타난 상황인데요. 좀비가 되어버린 누군가가 인간 본연의 특성을 잃어버린 채 좀비로서의 본능에 맞춰,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존재가 된 상황은 물론 슬프지만, 관객에게 그 슬픔을 공감하도록 강요하는 듯한 억지 눈물 잔치가 반드시 필요했을까 싶은 의문이 듭니다. 소위 '신파'에 대한 일부의 거부 반응을 신경 쓰느니, 눈물샘을 자극받아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대작 블록버스터'의 숙명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영화 정보]
제목: 부산행(釜山行)(2016)
영제: Train to Busan
제작국가: 한국
감독: 연상호
캐스트: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최귀화, 정석용, 예수정, 박명신, 심은경, 장혁진 등
장르: SF/재난/공포/스릴러/액션/드라마
러닝타임: 118분(극장판)/120분(확장판)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6년 7월 20일
주요 수상내역:
2016년 69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스 초청
2017년 53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2개 부문 수상 - 남자조연상(김의성), 신인감독상
2016년 37회 청룡영화상 2개 부문 수상 -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기술상(특수분장)
2016년 36회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상 기술상(특수분장) 수상
2016년 25회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김의성)
2017년 22회 춘사영화제 2개 부문 수상 - 기술상, 관객이 드리는 최고영화상
2017년 17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장르영화상 수상
2017년 8회 올해의 영화상 2개 부문 수상 - 남우조연상(마동석), 올해의 발견상
2016년 3회 한국 영화제작가협회상 3개 부문 수상 - 남우조연상(김의성), 각본상, 기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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