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집으로...(200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으로...(2002) - 감정과잉으로 인한 감동을 강요당하다
심은하, 이성재, 안성기 배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미술관 옆 동물원 Art Museum by the Zoo(1998)>으로 데뷔한 이정향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집으로... The Way Home(2002)>는 당시 9세 어린이였던 유승호 배우가 외손자 한상우 역을 맡았고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당시 76세였던 고(故) 김을분 할머니(1926~2021)가 외할머니를 연기한 가족 드라마로, 2002년 4월 5일 개봉, 전국 관객수 41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2003년 39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수상을 비롯, 2002년 39회 대종상 작품상, 각본상, 기획상 등 3개 부문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잔뜩 찌푸린 표정의 엄마(동효희)의 손에 이끌려 기차를 한참 타고나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어딘가 시골로 가고 있는 7살 상우(유승호). 태어나서 처음 본 외할머니(김을분) 앞에서 쭈뼛거리는 상우를 다그치는 상우 엄마는 열아홉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가 상우 생부와는 진즉에 헤어지고 혼자 상우를 키워왔다며, 말문이 막힌 어머니를 붙잡고 딱 두 달만 상우를 봐달라고 부탁합니다.
인적 드문 시골 마을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집에 홀로 살던 외할머니와 단둘이 지내게 된 상우는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를 대놓고 무시하며,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제멋대로 굽니다. 서울에서 싸 온 스팸을 반찬삼아 밥을 먹다가도 외할머니가 손으로 죽죽 찢어준 김치를 마다하는 버릇없는 행동도 불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터리가 떨어져 게임기가 잠들어버리지만, 시골에서 배터리 하나 사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자, 외할머니가 마련해 준 것은 구수한 백숙 한 마리. 서울깍쟁이이자 버릇없는 외손자 상우와 평생 시골에서 외롭게 살아온 외할머니와의 동거 생활은 순탄해 보이지 않습니다.
앙상한 내러티브의 단점을 보완하듯 넘쳐나는 스코어로 감동을 강요받다
영화 <집으로...(2002)>가 전국 관객수 41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7살 배기 서울내기의 시골 생활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단편적으로 이어지는데, 그 관계는 듣기만 해도 아련해지는 외할머니와 외손자 사이. 모든 사람의 어린 시절 기억이 반드시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외할머니의 존재를 떠올리면 마음 한편에 몽글몽글해지는 추억 한 조각쯤은 있을 텐데요. 그런 감성적인 부분을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집으로...(2002)>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87분이라는 경제적인 러닝타임 동안, 상우와 상우 엄마를 연기한 두 배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현지에서 캐스팅한 연기 경력이 전무한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해 신선함을 강조했지만, 매장면마다 그런 싱그러움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일부 어색한 대사톤이 최종본에 그대로 담기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기성배우의 능숙함이 엿보이는 유승호 배우의 연기가 유독 튀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달까요. 게다가 거의 모든 장면을 감싸고돌아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선율의 스코어에 귀가 먼저 반응하게 된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눈물을 강요당한 허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감성을 건드리는 어떤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흥행에도 성공하고 백상 예술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했지만, 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나고 다시 본 영화 <집으로...(2002)>는 결국 당시 기준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자본이 투입되어,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이정향 감독 특유의 고집과 뚝심, 그리고 야망이 배어든 지독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집으로...(2002)
영제: The Way Home
제작국가: 한국
감독: 이정향
캐스트: 유승호, 김을분, 동효희, 민경훈, 임은경, 이춘희, 이동지월, 유성기, 윤재근 등
장르: 가족/드라마
러닝타임: 87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02년 4월 5일/2019년 9월 5일(재개봉)
주요 수상내역:
2002년 39회 대종상 3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각본상, 기획상
2003년 39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수상
2002년 3회 부산 영화평론가협회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2002년 10회 춘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2002년 22회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상 음악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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