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레미니센스(202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레미니센스(2021) - 기억을 볼모로 잡은 지지부진(遲遲不進)한 SF
SF 스릴러 <레미니센스 Reminiscence(2021)>는 미국 각본가이자 감독, 제작자이자 변호사인 리사 조이 Lisa Joy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조이는 HBO SF 시리즈 <웨스트월드 Westworld(2016~2022)>의 공동 기획자이자 각본, 연출, 제작총지휘자로 유명합니다. <레미니센스(2021)>는 조이가 각본과 제작을 겸했고, 조이의 남편이자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인 조나단 놀란 Jonathan Nolan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호주 배우 휴 잭맨 Hugh Jackman, 스웨덴 배우 레베카 퍼거슨 Rebecca Ferguson, 영국 배우 탠디 뉴튼 Thandiwe Newton, 뉴질랜드 배우 클리프 커티스 Cliff Curtis, 멕시코 배우 마리나 데 타비라 Marina de Tavira, 홍콩 배우 오언조(吳彥祖) Daniel Wu 등 다국적 캐스팅이 출연했는데요.
제작비 규모 5,400만 달러(약 713억 원)가 투입되어 2019년 10월 뉴올리언스와 마이애미에서 촬영을 시작했고, 애초의 개봉 일정은 2021년 4월 16일이었으나, COVID-19 팬데믹으로 2021년 9월 3일로 변경했다가 경쟁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2021)>의 개봉일인 8월 27일을 피해, 결국 2021년 8월 20일 워너 브라더스 픽쳐스 배급으로 북미 3,265개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 HBO Max에서 동시 공개되었습니다.
디지털 동시 공개의 여파인지, 첫 주말 북미 누적 수익이 195만 달러(약 25억 원)에 그치며, 같은 주 개봉한 <퍼피 구조대 더 무비 PAW Patrol: The Movie(2021)><킬링 카인드: 킬러의 수제자 The Protégé(2021)><나이트 하우스 The Night House(2021)>은 물론 기개봉작인 <프리 가이 Free Guy(2021)><정글 크루즈 Jungle Cruise(2021)><맨 인 더 다크 2 Don't Breathe 2(2021)><리스펙트 Respect(2021)><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2021)>에도 밀려 박스오피스 9위로 데뷔했습니다.
결국 북미 극장 최종 누적 수익은 390만 달러(약 51억 원), 전 세계 극장 최종 누적 수익 1,640만 달러(약 216억 원)에 그쳐, 버라이어티에서 예측한 손익분기점인 1억 1,000만 달러(약 1,454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마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미 개봉 다음 주인 2021년 8월 25일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수 15,038명으로 박스오피스 6위에 데뷔했고,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 37,227만 명으로 역시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레미니센스 Reminiscence'는 추억, 기억, 회상, 혹은 그런 기억과 추억을 담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등을 뜻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멀지 않은 미래,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마이애미가 범람하고, 낮 기온이 극심하게 상승해 인구 대부분은 밤 시간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닉 배니스터(휴 잭맨)는 에밀리 "왓츠" 샌더스(탠디 뉴튼)와 함께 고객들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추억 여행을 시켜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날 영업을 마치려던 때 들어선 메이(레베카 퍼거슨)가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닉은 메이를 보는 순간 매혹당합니다.
닉이 그날 오후 있었던 메이의 기억을 지켜보던 중, 메이가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임을 알게 되고, 마침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Where or When"을 부르는 장면을 보며, 메이와의 깊은 교감을 체감합니다. 그날 이후, 닉과 메이는 급격히 가까워지지만, 왓츠는 왠지 메이가 못 미덥습니다.
몇 달 후, 메이가 아무런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메이를 애타게 찾기를 원하던 닉은 몇 시간 동안이고 메이와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수조 안에 들어가고, 이를 멈추지 않으면 닉은 자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함몰될 위험에 처할지도 모릅니다.
얼마 후, 검사 에이버리 카스티요(나탈리 마르티네즈)가 닉과 왓츠를 고용해 뉴올리언스 마약왕 세인트 조(오언조)의 부하였으나 현재 혼수상태에 빠진 용의자의 기억을 되살리게 합니다. 용의자의 기억을 살펴보던 중, 닉은 메이가 세인트 조의 정부였으며, 메이가 중독성이 매우 강한 마약 바카에 중독되었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메이가 세인트 조의 은신처에서 바카를 훔친 후, 그에게서 달아났다는 사실도 용의자의 기억 속 장면에서 봅니다. 닉은 메이가 바카 중독자였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만, 왓츠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닉은 뉴올리언스로 직접 가 세인트 조를 만나지만, 세인트 조는 메이가 떠난 후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인트 조는 부하들을 시켜 닉을 익사시키려 하지만, 왓츠가 나타나 세인트 조를 비롯한 일당을 모두 처치하고 닉을 구해냅니다.
닉은 마이애미로 돌아와 왓츠의 기억을 되살려내어, 메이가 닉의 고객들의 기억 저장 장치를 보관하는 금고를 부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메이가 닉의 고객인 엘사 카린(앤젤라 새러피언)의 기억을 훔쳤음을 알게 됩니다. 엘사는 돈 많고 나이도 많은 연인과의 기억을 반복해서 끄집어내던 닉의 단골 고객이었고, 닉은 엘사의 연인의 목소리가 최근 사망한 땅부자 월터 실반(브렛 컬렌)이었음을 알아냅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닉은 엘사가 최근에 살해당했고, 엘사의 어린 아들이 메이와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한 여성에 의해 납치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계속해서 메이의 행적을 쫓던 닉은 세인트 조의 전 부하였던 사이러스 부스(클리프 커티스)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엘사의 아들이 월터 실반의 핏줄이었고, 따라서 월터의 재산에 대한 잠정적 상속인이 그 아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닉은 기억이 손상된 월터의 아내 타마라 실반(마리나 데 타비라)을 만납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의 동생이자 각본가, 제작자, 감독, 작가인 조나단 놀란의 아내이기도 한 리사 조이의 시나리오는 한때 할리우드에서 실제 영화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유명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손꼽혔다고 하는데요. 해마다 250명이 넘는 영화 관계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영화화되지 않은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를 선정하는 '더 블랙리스트'에서 20표 이상을 받았던 것이 지난 2013년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리사 조이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할 것이라 발표했고,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권을 획득하면서 급물살을 탔는데요.
막상 완성된 영화 <레미니센스(2021)>를 보고 나니, 읽어보지 못했지만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어떤 면에서 유명세를 치렀을지 짐작이 가기도 하더군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인간이 가진 '기억'이라는 무형자산을 VFX 기술로 구현하고, 이를 실마리로 사라진 연인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사투라는 콘셉트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정작 영화 본편에서는 그렇듯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콘셉트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맥락 없이 꼬인 실타래처럼 허우적대는 미스터리가 어기적거립니다. 휴 잭맨의 내레이션은 지루함을 더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잡기도 모호한 데다, 디스토피아 설정도 살지 못합니다. 인간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장치 설정도 다소 조악한 데다, 각 인물들의 기억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따라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져 집중하기조차 버거워집니다.
근미래의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를 담아낸 절망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은 눈부시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은 매력이 떨어지니, 그들이 엮인 스토리조차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레퍼런스로 언급되는 타이타닉이니 오르페우스 등도 관객에게 익숙한 것들을 주입하려는 의도처럼 들려 진부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레미니센스(2021)
원제: Reminiscence
제작국가: 미국
감독: 리사 조이
캐스트: 휴 잭맨, 레베카 퍼거슨, 탠디 뉴튼, 클리프 커티스, 나탈리 마르티네즈, 앤젤라 세러피언, 오언조, 브렛 컬렌, 마리나 데 타비라, 모잔 아리아 등
장르: SF/스릴러
러닝타임: 116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21년 8월 25일(한국)/2021년 8월 20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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