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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20년대

엄마(2022) - 우왕좌왕(右往左往)

by 조브라이언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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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엄마(202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2022) - 우왕좌왕(右往左往)

1993년 시카고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의 범인이자 희생자인 앤드류 서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시카고 한인 이민자 가정의 무너져버린 아메리칸드림을 그린 장편 다큐멘터리 <더 하우스 오브 서 The House of Suh(2010)>를 연출한 아이리스 K. 심 Iris K. Shim(한국 이름: 심경미)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이블 데드 Evil Dead> 프랜차이즈(1981~)를 비롯, <스파이더맨 Spider-Man> 3부작(2002~2007),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2022)> 등을 연출한 미국 필름메이커 샘 레이미 Sam Raimi가 제작에 참여한 공포 스릴러 <엄마 Umma(2022)>.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2005~2014)><킬링 이브 Killing Eve(2018~2022)> 등의 TV 시리즈에 출연해 골든 글로브 어워즈, 미국 배우조합상 SAG 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등에서 수상한 한국계 캐나다/미국 배우 산드라 오 Sandra Oh는 주연과 함께 제작총지휘 Executive Producer로도 참여했고, 피벨 스튜어트 Fivel Stewart, 더모트 멀로니 Dermot Mulroney, 미화 얼레이나 리 MeeWha Alana Lee, 톰 이 Tom Yi, 오데야 러시 Odeya Rush 등이 출연했습니다.

 

2022년 3월 15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코리아타운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후, 2022년 3월 18일 소니 픽쳐스 릴리징 배급으로 북미 805개 극장에서 개봉, 주말 누적 수익 91만 달러(약 12억 원)로 박스오피스 11위로 데뷔했고, 총 41주 상영한 결과 북미 최종 누적 수익 212만 달러(약 28억 원), 전 세계 최종 누적 수익 223만 달러(약 29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미 개봉 후 약 2달이 지난 2022년 5월 11일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수 10,417명으로 박스오피스 8위로 데뷔했고, 전국 최종 누적 관객수 19,485명으로 마감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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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민자 아만다(산드라 오)는 딸 크리시(피벨 스튜어트)와 함께 한적한 시골 농장에서 양봉업을 하며 거기서 만든 꿀을 팔고, 닭을 기르는 등 최첨단 현대 기술을 배제한 고즈넉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10대인 딸 크리시는 학교에 가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대신하고 있고, 그 흔한 스마트폰조차 쓰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아만다가 전자 제품과 전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진학을 꿈꾸는 크리시가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아만다는 말을 돌리며 아예 화젯거리로 삼으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아만다의 외삼촌(톰 이)이 찾아와 최근 돌아가셨다는 아만다의 어머니(미화 얼레이나 리)의 유해와 유품이 들어있는 슈트케이스를 건넵니다. 아만다는 기억에서 지우려 했던, 과거 자신을 학대했던 어머니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되살아나 괴로워합니다.

 

과거 어머니는 어린 아만다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 와,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생고생을 했고, 딸 아만다를 엄하게 훈육하는 과정에서 전기 고문까지 서슴지 않아 결국 아만다는 전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아만다는 어머니와의 인연을 끊으면서, 아예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까지 손절했고, 자신의 한국 이름인 '박수연'까지 버리며 미국 이름인 아만다로 살아오며, 딸 크리시에게 한국어 한 마디조차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만다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삼촌은 감히 어머니와의 인연을 등지고 한국 이름까지 버린 아만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고는 금세 돌아갑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의 유해 때문인지 아만다 앞에 어머니의 혼령이 나타나 아만다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아이리스 K. 심 감독에게 '한국적 공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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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한국의 모습이 담긴 스틸컷들이 이어지는 오프닝 크레디트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민 1세대를 나타내기 위해, 수십 년 전 '못 살던'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들의 몽타주는 그렇다 쳐도, 천자문(千字文)』은 꽤나 뜬금없어 보였는데요.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캐나다/미국 배우인 산드라 오의 한국어 대사가 어색한 것도 극 중 설정상 오히려 유창한 한국어 연기를 했다면 더 어색했을 테니, 그것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 1세대인 아만다의 어머니를 연기한 미화 얼레이나 리 배우의 대사 또한 아무리 좋게 들으려 해도 어눌한 한국어 대사 그 자체였고, 슈트케이스를 전하러 온 삼촌 역의 톰 이 배우도 마찬가지.

 

하지만, 일부 배우들의 어색한 한국어 대사 연기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체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아이리스 K. 심 감독에게 '한국적 공포'란 무엇인지, 대체 어떤 이미지를 품고 있었는지,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에 대한 사전 검토 과정은 없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어머니라는 존재를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짓거나, 흐뭇해지는 그런 존재가 아닌, 딸에게 전기 고문까지 자행하는 매우 엄격하고 혹독한 존재로 그려 공포의 대상으로 삼은 점은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이기는 했지만, 그 어머니의 실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동원된 거의 모든 설정들이 매우 어색합니다. 난데없는 목각 가면부터, 어색한 색감의 한복,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 1세대의 고충이 딸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나타내는 개연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터라, 아만다의 공포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50여 년 전 제작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로버트 알트먼 Robert Altman(1925~2006) 감독의 2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야전병원 매쉬 M*A*S*H(1970)>에서 전혀 한국이 아닌 아시아 어느 나라인지 모를 국적불명의 착장을 한 사람들이 한국인인양 등장했던 무지함이, 이른바 'K-컬처'의 영향력이 지구 곳곳에 뻗친 2022년작 영화에서 반복되듯 등장했다는 점이 영화 <엄마(2022)>가 전하는 진정한 공포입니다.

 

 

[영화 정보]

제목: 엄마(2022)

원제: Umma

제작국가: 미국

감독: 아이리스 K. 심

캐스트: 산드라 오, 피벨 스튜어트, 더모트 멀로니, 오데야 러시, 톰 이, 미화 얼레이나 리 등

장르: 공포/스릴러

러닝타임: 83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22년 5월 11일(한국)/2022년 3월 18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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