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슬픔의 삼각형(202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슬픔의 삼각형(2022) - 막무가내(莫無可奈)
5번째 장편 연출작 <더 스퀘어 The Square(2017)>로 2017년 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스웨덴 필름메이커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Östlund의 6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2022년 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블랙코미디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2022)>는 외스틀룬드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감독의 첫 영어 영화입니다.
영국 배우 해리스 디킨슨 Harris Dickinson,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델 겸 배우였던 찰비 딘 Charlbi Dean(1990~2022), 필리핀 배우 돌리 데 레온 Dolly de Leon, 크로아티아 배우 즐라트코 버릭 Zlatko Burić, 스웨덴 배우 헨리크 도르신 Henrik Dorsin, 덴마크 배우 비키 벌린 Vicki Berlin, 미국 배우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등 다국적 캐스트가 출연했는데요. 이중 지난 2022년 8월 28일,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찰비 딘에게는 안타깝게도 유작이 되었습니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 영국 합작 영화로, 제작비 규모 1,560만 달러(약 209억 원)가 투입된 <슬픔의 삼각형(2022)>은 2022년 5월 21일,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후, 2022년 9월 28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10월 7일 스웨덴, 10월 13일 독일, 10월 28일 영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했습니다. 이중 프랑스에서 총 18주 상영하여, 프랑스 전국 관객수 568,061명을 동원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2,562만 달러(약 343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북미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Parasite(2019)>의 북미 배급을 담당해, 한국 영화로서는 물론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대기록을 세웠던 네온 Neon이 배급을 맡았고, 2023년 95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5월 17일 개봉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의 원래 뜻은 양쪽 눈썹과 코끝을 잇는 삼각형 모양의 부위를 가리키는데요.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 부분에 주름이 생기고, 얼굴에 별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아도 슬픔이라던가 분노와 같은 다소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듯 그 부분이 특히 강조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의학의 산물인 보톡스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영화 내용상 '삼각형 Triangle'은 마이애미, 푸에르토 리코, 버뮤다 사이에 있는 대서양의 악명 높은 '버뮤다 삼각지대'를 뜻하는데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항공기와 선박들에 대한 미스터리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 <슬픔의 삼각형(2022)>의 내용에서는 보톡스도 버뮤다 삼각지대도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부: 칼과 야야 Carl & Yaya
남자 모델 캐스팅 콜에 참여한 모델 칼(해리스 디킨슨). 하지만 그 자리는 마냥 편하지 않습니다. 칼은 여자친구이자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야야(찰비 딘)가 서는 패션쇼에 참석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야야가 저녁값 계산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이에 발끈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던 중,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둘의 다툼은 돈과 성 역할로까지 확대되어 멈출 줄 모릅니다.
소셜 미디어 팔로워 수가 중요한 야야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 드는 습성과, 칼과 결혼을 한다 해도 그것은 쇼윈도우용 아내의 역할을 찾는 것임을 인정하자, 칼은 야야를 사랑한다고 진심 섞인 목소리로 선언합니다.
2부: 요트 The Yacht
칼과 야야는 소셜 미디어 홍보를 대가로 초호화 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럭셔리 크루즈에 초대됩니다. 부유한 손님들이 잔뜩 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비료 사업가 드미트리(즐라트코 버릭)와 아내 베라(선니이 멜레스), 개인용 화기인 수류탄 제조로 부를 축적한 노부부 클레멘타인(아만다 워커)과 윈스턴(올리버 포드 데이비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오로지 독일어 '인 덴 볼켄 in den wölken(구름 속에서)' 한마디만 반복하는 테레즈(아이리스 베르벤), 그리고 최근 회사를 팔아 떼돈을 벌었지만 혼자 여행 와서 외로운 백만장자 자모(헨리크 도르신)가 있습니다.
한편, 갖가지 요구사항이 난무하는 온갖 종류의 고객들에 응대하는 승무원들도 승무원 총괄인 파울라(비키 벌린)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맞춰 업무를 수행 중입니다. 그러다 갑판 위 야외에서 자쿠지를 즐기던 베라가 승무원 알리샤(알리샤 에릭슨)에게 역할 바꾸기를 하자며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좀 쉬라는 엉뚱한 요구를 하고, 알리샤가 근무 시간 중에 그럴 수 없다며 마다하자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발끈하고, 결국 알리샤는 못 이기는 척 자쿠지에 들어갑니다. 그러자, 베라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났다며 아예 승무원 전체가 슬라이드를 타며 수영을 즐기게 하면 되겠다고 합니다.
한창 그날 있을 선장(우디 해럴슨) 주최 만찬을 준비하던 주방에까지 승무원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집합하라는 연락이 가고, 음식 재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남긴 채 주방장까지 몽땅 수영을 하러 나갑니다.
파울라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객실에서 꼼짝도 않던 선장에게 만찬 날짜를 묻던 중, 목요일만 제외하고 정하면 된다는 말에 선장은 목요일이 제격이라고 한터. 저기압권에 진입 예정이라 목요일만 빼고 다른 요일로 하자는 파울라의 의견은 묵살된 채, 만찬은 목요일에 맞춰 준비 중이었고, 하필 그날 베라의 이상한 변덕 때문에 승무원 전체는 난데없이 단체 수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폭풍우가 들이닥쳐 여객선이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가운데 선장 주최 만찬이 시작되고, 코스 요리가 하나둘씩 서빙되는 가운데, 손님들도 하나둘씩 뱃멀미와 상한 음식으로 인한 체기로 인해 너도나도 구토를 하기 시작합니다.
3부: 섬 The Island
다음 날 아침, 해적들이 크루즈 여객선을 공격하고, 해적이 던진 수류탄이 터지면서 여객선이 폭파됩니다. 몇 시간 후, 칼과 야야, 드미트리, 테레즈, 파울라, 자모, 그리고 여객선 엔지니어 넬슨(장-크리스토프 폴리)이 가까스로 살아남아 어디인지 모를 무인도에 하나둘씩 도착합니다. 드미트리는 넬슨을 처음 본다며 해적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넬슨은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기계실에서 근무하느라 손님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것이라 항변하면서, 혹시 자신이 흑인이라 그런 거냐고 따져 묻습니다. 거기에 더해 승무원 총괄 매니저인 파울라는 승무원의 수가 하도 많아서 자신도 모두의 얼굴을 다 알지 못한다고 변명합니다.
잠시 후, 해변에 닿은 구명선을 발견한 사람들이 헐레벌떡 몰려가자, 그 안에는 여객선 화장실 관리 총괄인 아비게일(돌리 데 레온)이 타고 있습니다. 일단 파울라는 구명선 안에 있던 물과 과자를 모두 꺼내라고 아비게일에게 지시하고, 이를 일행들에게 나눠줍니다. 곧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아비게일에게 여객선 손님인 일행들의 시중을 들라고 파울라가 지시합니다.
얼마 후 아비게일이 바닷속에 있던 커다란 문어를 잡아 올리자 일행은 며칠 만에 먹을 것이 생겼다며 환호합니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불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 없자, 아비게일이 문어를 손질하고 불을 지펴서 요리하는 일까지 도맡습니다. 문어 구이 요리가 완성되자, 파울라는 일행들에게 이를 나눠주려 하지만, 아비게일은 이를 거부합니다. 모든 일을 자신이 도맡아 했기 때문에 문어를 나눠주는 일도 자신이 할 것이며, 또한 살아남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총책임자임을 인정하라며, 이를 인정한 사람에게만 문어 조각을 나눠줍니다.
칸영화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루벤 외스틀룬드가 던지는 거대한 농담
루벤 외스틀룬드의 존재를 처음 알게 해 준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Force Majeure(2014)>과 그에게 생애 첫 황금종려상을 선사한 <더 스퀘어(2017)>에 이어 5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2022)>까지 일종의 '비틀고 비꼬기 3부작'이 완성되었는데요. 특히 <더 스퀘어(2017)>에서 비(非) 전공자, 비 전문가는 미처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심오한" 예술감각에 대해 날카로운 농담을 던지더니, <슬픔의 삼각형(2022)>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허상, 평등과 불평등, 인종과 계층, 재력에 의한 계급, 인간의 본성과 본능 등 전 세계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녹아들어 가 있는 편견을 토대로 거대한 농담을 정색하고 내던졌습니다.
그보다 3년 전인 2019년 72회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비 영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Parasite(2019)>이 사회적 계급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를 다룬 최후의 영화가 될 수는 없었겠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은근한 비틀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맛깔났었는데요. <슬픔의 삼각형(2022)>에서는 '3부: 섬'에 이르러서는 아예 대놓고 노골적으로, 또한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상황에 따른 계급 뒤집기를 길게 끌고 갔는데요. 외스틀룬드 자신이 언급했던 대로 리나 베르토뮬러 Lina Wertmüller(1928~2021)의 <귀부인과 승무원 Swept Away... by an Unusual Destiny in the Blue Sea of August(1974)>이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듯한 3부 에피소드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헛웃음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레퍼런스가 떠올라 기대보다 신선한 느낌은 덜했습니다.
특히나 다르덴 형제 The Dardenne Brothers, 박찬욱, 크리스티앙 문주 Christian Mungiu,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 Hirokazu Kore-eda 등 대대로 칸이 사랑한 감독들의 신작들이 여느 해처럼 즐비했던 2022년 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그것도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큼의 예술적 성취가 엄청났느냐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찬반이 크게 갈렸습니다.
외스틀룬드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게 한 최근 3부작 영화를 통해, 허허실실 농담 따먹기를 하려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 매우 시니컬한 비판주의를 내면에 탑재한 강단 있는 아티스트임을 확실히 알렸고, 그의 명성은 쉽사리 무너져 내릴 듯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의 첫 번째 영어 영화인 <슬픔의 삼각형(2022)>은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이후, '로컬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주요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까지 했는데요. 그의 차기작이 앞선 3부작의 연장선에서 또 어떤 거대한 농담거리를 던지게 될지, 아니면 아예 다른 기조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슬픔의 삼각형(2022)
원제: Triangle of Sadness
제작국가: 스웨덴/독일/프랑스/영국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캐스트: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디킨슨, 찰비 딘, 돌리 데 레온, 즐라트코 버릭, 비키 벌린, 해너 올덴부리, 캐롤리나 지닝, 린다 앤보그, 올리버 포드 데이비스, 아이리스 베르벤, 아르빈 카나니안, 선니이 멜레스, 헨리크 도르신, 아만다 워커, 알리샤 에릭슨 등
장르: 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47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3년 5월 17일(한국)/2022년 9월 28일(프랑스)/2022년 10월 7일(스웨덴)/2022년 10월 13일(독일)/2022년 10월 28일(영국)
주요 수상내역:
2023년 95회 아카데미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작품상, 감독상, 오리지널 각본상
2023년 76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여우조연상(돌리 데 레온), 오리지널 각본상, 캐스팅상
2023년 80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 2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작품상(뮤지컬 코미디), 여우조연상(돌리 데 레온)
2023년 27회 새털라이트 어워즈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작품상(코미디 뮤지컬), 여우조연상(돌리 데 레온), 오리지널 각본상
2022년 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022년 35회 유러피언 필름 어워즈 4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즐라트코 버릭), 각본상
2022년 48회 로스앤젤레스 영화평론가협회상 조연상 수상(돌리 데 레온)
2023년 노스 다코타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수상(돌리 데 레온)
[관련 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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