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토리와 로키타(202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토리와 로키타(2022) - 그저 함께 있고 싶었던 남매의 기구한 운명
'다르덴 형제 The Dardenne Brothers'로도 불리는, 형 장-피에르 다르덴 Jean-Pierre Dardenne(1951~)과 동생 뤽 다르덴 Luc Dardenne은 벨기에 필름메이커 듀오로, 각본과 제작, 연출을 함께 하는 형제 감독입니다. 1987년, 장편 연출 데뷔작 <거짓 Falsch(1987)>을 시작으로 <로제타 Rosetta(1999)><더 차일드(L'Enfant) The Child(2005)>로 두 차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12번째 장편 연출작인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 Tori and Lokita(2022)>로 2022년 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생애 9번째 진출했고, 칸영화제 75주년 특별상 Prix du 75e Festival de Cannes을 수상했습니다.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새 얼굴인 파블로 실스 Pablo Schils와 졸리 음분두 Joely Mbundu가 각각 11살 토리와 16살 로키타를 연기했고, <쿠오바디스, 아이다 Quo Vadis, Aida?(2021)>에 출연했던 코소보-알바니아 배우 알반 우카이 Alban Ukaj, <디판 Dheepan(2015)><007 스펙터 Spectre(2015)> 등과 다르덴 형제의 전작 <언노운 걸(La Fille inconnue) The Unknown Girl(2016)><소년 아메드(Le Jeune Ahmed) Young Ahmed(2019)> 등에 출연한 콩고 출신 배우 마크 진가 Marc Zinga, <걸 Girl(2018)><쿠르스크 Kursk(2018)> 등에 출연한 타이멘 고바에트 Tijmen Govaerts 등이 함께 출연했습니다.
2022년 5월 24일, 75회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 후, 2022년 9월 7일 벨기에, 10월 5일 프랑스에서 개봉해, 프랑스 전국 관객수 67,896명을 동원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643,914 달러(약 8억 6,252만 원)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어 다르덴 형제가 개막식에 맞춰 우리나라를 처음 찾았고, 2023년 5월 10일 개봉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이민자인 11살 토리(파블로 실스)와 16살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입국허가를 위해 서로 남매로 관계를 설정한 사이지만, 친남매 이상으로 애틋한 정을 나누며 공동생활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베팀(알반 우카이)이 일하는 식당을 드나들며, 마약 심부름을 통해 수고비를 받아 모으고 있지만, 시시때때로 베팀이 추가 비용을 미끼로 로키타를 성적(性的)으로 착취합니다. 로키타는 베팀의 괴롭힘을 견디기 어렵지만, 고향인 카메룬에 남겨진 어머니와 다섯 형제들에게 송금을 하기 위해 돈을 부지런히 벌어야 하기도 하고, 또한 벨기에로 이민올 당시 이민 브로커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하고, 또한 가짜 남매이긴 하지만 토리와 자신의 밥벌이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체류증을 받아 어서 전문 가사 도우미로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고 싶습니다.
토리와 그렇게 사전 연습을 철저히 했지만, 로키타는 이민국 인터뷰를 통과하지 못해 체류증 발급이 좌절되자, 베팀의 제안에 따라 격납고에서 몰래 재배하고 있는 대마초를 관리하는 일을 맡기로 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과는 별개로, 토리와 전화 통화조차 못하게 되자 공황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괴로워하는 로키타.
그러던 어느 날, 베팀이 로키타에게 저녁을 가져다준다고 하자, 토리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전해줄 수 있냐고 베팀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베팀의 차에 싣고는, 베팀 몰래 뒷자리에 숨어 타 격납고까지 이동한 토리는 베팀 몰래 격납고 안에 잠입해 그토록 그리워하던 로키타와 재회합니다.
감정을 배제한 카메라를 통해 전하는 냉혹한 현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을 보면 늘 떠오르는 다른 감독이 있는데요. 바로 켄 로치 Ken Loach입니다. 두 감독들의 영화에서 감지되는 공통점은, 물론 벨기에와 아일랜드라는 지역적 특성이 배제될 수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고, 혹은 어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생기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불편하고도 불평등한 사건사고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2022년 75회를 맞이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계급의 갈등이라고 한마디로 축약할 수는 없지만, 냉소적인 시각으로 이를 견지한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Östlund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2022)>에게 수여되면서, 이미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칸영화제 단골 감독 중 하나인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2022)>에는 단 한 번만 시상되는 '칸영화제 75주년 특별상'을 시상했는데요.
다르덴 형제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벨기에 혹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누군가에게 벌어진 이야기가 이번에는 아프리카 이민자인 두 청소년에게 해당되는 것이었고,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는 충격적 결말로 인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출구 없는 골방에 갇힌 듯한 토리와 로키타의 기구한 운명은, 로키타가 돈을 벌기 위해 갇히기를 자처한 격납고 안의 갑갑한 공기와도 같은 것이었는데요.
마약 심부름 외에 음흉한 의도를 가진 일종의 악덕 고용주인 베팀은 물론이고, 푼돈을 빼앗기 위해 신발까지 벗기는 악질 이민 브로커도 그저 로키타의 두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못된 어른들일 뿐입니다. 그런 로키타의 고달픈 타향살이에 한줄기 빛은 똘똘하고 정 많고 속 깊은 토리뿐이었는데요. 그런 로키타에게 결국 해피 엔딩조차 허락하지 않는, 다르덴 형제의 못된(?) 연출과 시나리오가 원망스러웠다면, 결국 감독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겠죠?
[영화 정보]
국내 제목: 토리와 로키타(2022)
원제: Tori et Lokita
영제: Tori and Lokita
제작국가: 벨기에/프랑스
감독: 뤽 다르덴, 장-피에르 다르덴
캐스트: 파블로 실스, 졸리 음분두, 샤를로테 데 브뤼네, 타이멘 고바에트, 마크 진가, 알반 우카이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88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3년 5월 10일(한국)/2022년 9월 7일(벨기에)/2022년 10월 5일(프랑스)
주요 수상내역:
2022년 75회 칸영화제 75주년 특별상 수상
2023년 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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