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카모메 식당(200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2006) - 헬싱키에서 맛보는 오니기리와 시나몬롤, 그리고 코피루왁
일본 작가 무레 요코(群ようこ) Yoko Mure가 2006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요시노 이발관(バーバー吉野) Barber Yoshino(2004)> 등을 연출한 일본 감독이자 각본가, 촬영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荻上 直子) Naoko Ogigami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일본과 핀란드 합작 코미디 드라마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Kamome Diner(2006)>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일본 식당을 연 일본 여성 사치에가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고바야시 사토미(小林聡美) Satomi Kobayashi, 카타기리 하이리(片桐 はいり) Hairi Katagiri, 모타이 마사코(罇真佐子) Masako Motai 등 일본 배우와 핀란드 배우 마르쿠 펠톨라 Markku Peltola(1956~2007)가 출연했습니다.
주연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는 <카모메 식당(2006)>에 이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차기작 <안경(めがね) Megane(2007)>에도 출연했고, 오기가미 감독과 <요시노 이발관(2004)>에도 출연했던 모타이 마사코는 <안경(2007)>에 이어, <토일렛(トイレット) Toilet(2010)>에도 출연했습니다. 또한 고바야시 사토미와 모타이 마사코는 이후, 오오모리 미카(大森美香) Mika Oomori 감독의 <수영장(プール) Pool(2009)>에도 함께 출연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카모메 식당'은 헬싱키 다운타운에 실제로 운영 중이었던 '카페 수오미 Kahvila Suomi'에서 촬영되었다는데요. 영화 촬영을 위해 기존 집기와 가구들을 들어내고 핀란드 디자인 가구로 채웠다고 합니다. 물론 촬영이 끝난 후 원래 모습대로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테마로 하여 식당 이름도 '카모메 식당 Ravintola Kamome'으로 바꿔 영업 중이라고 합니다('카모메 식당' 홈페이지).
'카모메 かもめ'는 갈매기를 뜻하는데요. 해안 도시인 헬싱키에 유난히 갈매기가 많기 때문에 식당 이름을 '카모메 식당'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헬싱키에서 혼자 사는 일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일본 음식을 파는 '카모메 식당'을 새로 열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습니다. 식당 밖에서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안쪽을 쳐다보는 핀란드 중년 여성 세 명은 결코 안으로 들어오진 않고, 사치에가 친절한 눈웃음으로 목례라도 할라치면, 부끄러운 듯 입으로 손을 가리고 줄행랑치기 일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몹시 좋아한다는 핀란드 청년 토미(야르코 니에미)가 '카모메 식당'의 공식 첫 손님으로 등장해 커피를 주문합니다. 사치에는 첫 손님인 토미에게 커피와 식사 값을 받지 않기로 합니다.
한편,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눈을 감은채 아무 목적지를 찍었던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가 핀란드에 막 도착합니다. 얼마나 머물지 무엇을 하며 지낼지 특별한 계획도 세우지 않은 미도리는 서점에서 우연히 사치에를 만나게 되고, 사치에는 기꺼이 미도리를 자신의 집에서 머물게 합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미도리는 식당 일을 돕기 시작합니다.
얼마 후, 카모메 식당에 또 다른 일본 여성 마사코(모타이 마사코)가 등장합니다. 마사코는 핀란드 공항에서 짐가방을 잃어버렸고, 미도리와 함께 식당 일을 거듭니다.
낯선 도시에서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들기
핀란드 하면 아키 카우리스마키 Aki Kaurismäki의 영화에 등장한 살풍경한 핀란드의 풍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영화 <카모메 식당(2006)> 속의 핀란드는 따스한 햇살 가득한, 카우리스마키의 영화에서 봤던 것과는 정반대의 훈훈한 기운이 감돕니다. 어딘가 새침하고 깍쟁이 같아 보이는 사치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당장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절박함은 배제된,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음의 소유자인데요.
그래서인지 머나먼 타지에서 우연히 만난 미도리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식당 일을 돕겠다는 제안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연이어 등장한 마사코도 식당 일을 거들게 합니다. 사실 그러한 자세한 연유를 따지고 들자면, 우리가 간직하는 <카모메 식당(2006)>의 여유로움과 한적한 분위기가 금세 깨졌겠지만요.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다 해도, 왠지 노곤한 기분으로 그 정도쯤은 눈감고 넘어가주자 싶은 것이 영화 <카모메 식당(2006)>을 대하는 마음자세랄까요.
일본인에게 고향의 맛이라는 오니기리(번역 자막에서는 '주먹밥'이라고 한 단계 걸러 나오더군요)의 깊은 맛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더라도, 시나몬롤이 일본의 맛인 것 같지는 않지만, 왠지 그 달큼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 좋은 나른함이 영화 <카모메 식당(2006)>을 볼 때마다 느껴집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카모메 식당(2006)
원제: かもめ食堂
영제: Kamome Diner
제작국가: 일본/핀란드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캐스트: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마르쿠 펠톨라, 야르코 니에미, 타르자 마르쿠스, 페르티 로이스코, 펜트티 헤이노넨, 마르야타 살린, 이르자 펀노넌, 에인 라이하 등
장르: 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07년 8월 2일(한국)/2006년 3월 11일(일본)/2006년 9월 29일(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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