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클로즈(202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클로즈(2022) - 친밀한 관계의 종말
장편 연출 데뷔작 <걸 Girl(2018)>로 2018년 7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고, 그해 칸영화제 전 부문 초청작 가운데 가장 훌륭한 데뷔작에 시상하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벨기에 감독이자 각본가 루카스 돈트 Lukas Dhont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클로즈 Close(2022)>는 2022년 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수상했습니다.
이번이 첫 영화 출연작인 에덴 담브린 Eden Dambrine과 구스타브 드 와엘 Gustav De Waele이 각각 레오와 레미를 연기했고, 다르덴 형제 The Dardenne Brothers가 1999년 5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제타 Rosetta(1999)>에서 타이틀롤 로제타 역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벨기에 배우 에밀리 드켄 Émilie Dequenne이 레미의 어머니 소피 역을, 마티유 카소비츠 Mathieu Kassovitz 감독의 <암살자(들) Assassin(s)(1997)> 등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레아 드루케 Léa Drucker가 레오의 어머니 나탈리 역을 맡았고, 케빈 얀센스 Kevin Janssens가 레미의 아버지 페터, 마크 웨이스 Marc Weiss가 레오의 아버지 이브, 이고르 반 드셀 Igor van Dessel이 레오의 형 샤를리를 연기했습니다.
2022년 5월 26일, 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전 세계 최초 공개된 후, 2022년 11월 1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11월 2일 벨기에, 11월 3일 네덜란드에서 개봉, 프랑스 전국 관객수 207,250명을 기록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은 512만 달러(약 68억 원)입니다.
2023년 95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벨기에 대표작으로 출품되어, 독일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2022)>, 아르헨티나의 <아르헨티나, 1985 Argentina, 1985(2022)>, 폴란드의 <이오 EO(2022)>, 아일랜드의 <말 없는 소녀 The Quiet Girl(2022)>과 함께 최종 후보 5편 안에 들었습니다(수상작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5월 3일 개봉, 첫 주말 전국 관객수 2,684명(51개 스크린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4위에 올랐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벨기에 교외, 13살 소년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는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며 친형제처럼 우애를 나누며 가깝게 지내는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레오에게는 거의 매일 학교 수업 후에 레미의 집에 놀러 가 레미의 부모와 식사를 하고, 레미의 침대에서 함께 자는 일이 거의 일상입니다. 레미의 부모 소피(에밀리 드켄)와 페터(케빈 얀센스) 또한 레오를 마치 친아들처럼 아끼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꽃 농장을 운영하는 레오의 가족 또한 레미와 레오가 늘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레오와 레미는 여름 내내 함께 뛰어놀며 즐겁게 지낸 후, 중학교로 진학하여 같은 반에 배정됩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둘 사이의 친밀한 우애가 이어지던 어느 날, 같은 반에 여학생 무리가 레오와 레미에게 커플이냐고 묻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레미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레오는 매우 격렬하게 부인합니다.
그날 이후, 둘 사이에 남다른 친밀함을 알아차린 또래 남학생들이 동성애 혐오를 담은 말들을 던지는 일까지 생기자, 레오는 학교 내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또래집단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레오는 아이스하키를 하는 새로운 친구 바티스트(레옹 바타이유)에게 말을 걸며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레미와는 학교에서 점점 거리를 둡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전히 레미의 방에서 함께 자던 레오는 평소와 다르게 레미의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잡니다. 문득 깨보니, 어느새 레미가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본 레오는 레미에게 몸싸움을 걸고 처음엔 웃으며 장난처럼 시작한 두 소년의 몸싸움은 점점 격렬해집니다. 끝내 감정이 상한 채로 몸싸움을 끝낸 두 소년. 하지만 아무도 그날 있었던 일을 각자의 부모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예민한 심리를 예리하게 짚어낸 드라마
루카스 돈트 감독은 데뷔작 <걸(2018)>에서 15세 트랜스젠더 소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었는데요.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후, 두 번째 연출작 <클로즈(2022)>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에 해당하는 그랑프리를 받으며,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젊은 거장의 탄생을 알렸는데요.
<클로즈(2022)>의 원제인 'Close'는 형용사로 쓰일 때엔 '가까운, 친밀한' 등의 뜻이고, 동사로는 '닫다, (눈을) 감다, 닫히다' 등으로, 또 명사로는 '끝'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요. <클로즈(2022)>에서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레오와 레미의 관계의 친밀함과 또 누군가의 한마디로 그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Close'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한 절묘한 작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을 이끌어 가는 레오 역의 에덴 담브린과 극 중반에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퇴장하지만 남은 부분 내내 그 아우라를 남긴 레미 역의 구스타브 드 와엘, 두 소년 배우의 연기력이 압권인데요. 특히나 구구절절 대사로 점철된 이른바 '입 전개'가 아닌, 그저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거리는 눈물방울 만으로도 두 주인공의 심리 상태의 깊은 곳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이를 이끌어낸 루카스 돈트 감독의 연출력은 그저 감탄스럽습니다.
남들이 쉽게 내뱉는 한 마디에도 사람 사이의 관계가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쉽게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삶의 어두운 면이, 벨기에 어느 시골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과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아래 드리워진 그늘의 우울함으로 그려지는 섬세한 성장 드라마 <클로즈(2022)>를 보고 나니, 루카스 돈트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는 또 어떤 드라마로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클로즈(2022)
원제: Close
제작국가: 벨기에/프랑스/네덜란드
감독: 루카스 돈트
캐스트: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에밀리 드켄, 레아 드루케, 케빈 얀센스, 마크 웨이스, 이고르 반 드셀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23년 5월 3일(한국)/2022년 11월 1일(프랑스)/2022년 11월 2일(벨기에)/2022년 11월 3일(네덜란드)
주요 수상내역:
2023년 95회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상 노미네이트
2022년 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2022년 94회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어워즈 외국어 영화상 수상
2022년 영국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즈 국제 독립영화상 수상
2022년 시카고 국제영화제 2개 부문 수상 - 실버 휴고 심사위원상, 골드 Q-휴고상
2022년 노르웨이 국제영화제 노르웨이 영화평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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