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스크림 6(202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크림 6(2023) - 뻔한 길을 피하려다 갓길로 빠져버린 프랜차이즈
호러 장르 영화의 대가였던 웨스 크레이븐 Wes Craven(1939~2015) 감독이 연출한 <스크림 Scream> 시리즈 1~4편(1996~2011)에 이어 11년 만의 속편 <스크림 Scream(2022)>을 성공시켰던 맷 베티넬리 올핀 Matt Bettinelli-Olpin과 타일러 질레트 Tyler Gillett 감독이 연출한 '스크림' 프랜차이즈의 6번째 영화 <스크림 6 Scream VI(2023)>.
<스크림(2022)>에 새롭게 등장했던 샘 역의 멜리사 바레라 Melissa Barrera, 타라 역의 제나 오르테가 Jenna Ortega, 채드 역의 메이슨 구딩 Mason Gooding, 민디 역의 재스민 사보이 브라운 Jasmin Savoy Brown 등이 다시 합류했고, 시리즈 전편에 출연한 게일 웨더스 역의 코트니 콕스 Courtney Cox가 출연했고, 그 외에 조시 세가라 Josh Segarra, 잭 챔피언 Jack Champion, 데빈 네코다 Devyn Nekoda, 리아나 리베라토 Liana Liberato, 토니 레볼로리 Tony Revolori, 사마라 위빙 Samara Weaving, 헨리 처니 Henry Czerny, 더모트 멀로니 Dermot Mulroney가 함께 출연했습니다.
또한 <스크림 4.0 Scream 4(2011)>에 등장했던 캐릭터인 커비 리드 역의 헤이든 퍼네티어 Hayden Panettiere가 다시 등장하고, 과거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빌리 루미스 역의 스킷 울리히 Skeet Ulrich는 이번에도 샘의 환영 속에 등장합니다.
'스크림' 시리즈의 또 다른 핵심 주인공인 시드니 프레스캇 역의 니브 캠벨 Neve Campbell은 출연료 이슈로 이번 편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3,500만 달러(약 45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스크림 6(2023)>는 2023년 3월 6일, 뉴욕에 있는 AMC 링컨 스퀘어 시어터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후, 2023년 3월 8일 파라마운트 픽쳐스 배급으로 북미 3,675개 극장에서 개봉, 첫 주말 누적 수익 4,444만 달러(약 582억 원)를 기록하며 단숨에 제작비를 회수하면서 전 주말 1위에 올랐던 <크리드 3 Creed III(2023)>와 같은 주 개봉한 <65(2023)>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10주간 상영을 거쳐, 2023년 5월 하순 기준으로 북미 누적 수익 1억 816만 달러(약 1,418억 원), 전 세계 누적 수익 1억 6,896만 달러(약 2,215억 원)를 기록, <스크림 2 Scream 2(1997)> 이후 처음으로 북미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고, 또한 '스크림'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북미 수익 기준 시리즈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미 개봉 후 약 두 달 반이 지난 2023년 5월 24일, VOD와 극장 동시 개봉으로 뒤늦게 공개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리치 커쉬(잭 퀘이드)와 앰버 프리먼(마이키 매디슨)이 계획한 우즈보로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1년 후, 뉴욕.
블랙모어 대학 영화과 교수 로라 크레인(사마라 위빙)이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던 중, 장소를 못 찾겠다는 소개팅남과 전화통화를 하다 건물 사이 골목에 접어들고 갑자기 나타난 고스트페이스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고스트페이스가 가면을 벗자 드러나는 얼굴은 블랙모어 대학 영화과 학생인 제이슨 카비(토니 레볼로리)는 곧 망토와 가면을 가방에 넣고 유유히 현장을 벗어납니다.
제이슨은 룸메이트 그레그(톰 뉴웰)와 작당하여 샘(멜리사 바레라)과 타라 카펜터(제나 오르테가) 자매를 살해하여 리치와 앰버가 만들려던 "영화"를 완성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제이슨이 집에 돌아오지만 그레그는 집에 없고 대신 다른 고스트페이스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고스트페이스는 이미 그레그를 해치운 뒤였고, 제이슨도 곧 그의 손에 살해당합니다.
한편, 샘과 타라는 우즈보로를 떠나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타라는 1년 전 함께 살아남은 쌍둥이 남매 채드(메이슨 구딩)와 민디 믹스-마틴(재스민 사보이 브라운)이 재학 중인 블랙모어 대학에 다니며, 새로운 룸메이트 퀸 베일리(리아나 리베르토)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민디에게는 새 여자친구 애니카 카요코(데빈 네코다)가 생겼고, 채드의 룸메이트 에단 랜드리(잭 챔피언)가 이들과 어울려 다닙니다. 자신이 우즈보로 살인사건의 진정한 배후라는 인터넷 음모론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샘은 1년째 크리스토퍼 스톤 박사(헨리 처니)를 만나 심리 상담을 받고 있지만, 그다지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이슨이 살해당한 현장에서 1년 전 사건 때 살인범이 썼던 고스트페이스 가면과 샘의 신분증이 발견되자, 퀸의 아버지이기도 한 웨인 베일리 형사(더모트 멀로니)가 샘을 경찰서로 소환합니다. 샘이 타라와 함께 베일리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가던 중, 샘이 아직 삭제하지 않은 리치의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고, 불현듯 나타난 고스트페이스가 샘과 타라를 공격합니다. 공격을 피해 샘과 타라가 어느 상점으로 들어가지만, 고스트페이스는 그곳에서 여러 시민들을 살해한 후, 2011년 우즈보로 살인사건 때 썼던 고스트페이스 가면을 남겨두고 사라집니다.
샘과 타라가 가까스로 경찰서에 도착하자, 2011년 사건 때 생존자인 커비 리드(헤이든 퍼네티어)가 FBI 요원이 되어 나타나, 베일리에게 공조 수사를 요청합니다.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 밖으로 나온 샘과 타라를 기다리던 기자들이 몰려들고, 그중에는 샘과 타라가 겪은 일을 소재로 기어이 책을 펴낸 게일 웨더스(코트니 콕스)도 있습니다. 게일이 전혀 반갑지 않은 샘은 주먹부터 나가지만 게일은 이를 용케 피하고, 대신 타라가 게일에게 한방 먹입니다. 그리고 게일은 최근 있었던 공격을 피해 가족들과 잠적했다는 시드니 프레스캇(니브 캠벨)의 근황을 전합니다.
얼마 후, 샘을 치료하던 스톤 박사가 고스트페이스의 공격을 받아 살해당하고, 그 현장에는 할리우드 살인사건 때 썼던 고스트페이스 가면이 남겨져 있습니다. 일련의 살인사건을 통해, 민디는 새로운 살인범이 영화 프랜차이즈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등장인물 중 주인공이더라도 살해당할 수 있고 그렇더라도 프랜차이즈는 이어질 거라 말합니다. 이는 곧 샘과 타라, 자신과 채드 중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
민디의 말처럼, 고스트페이스는 샘과 타라, 퀸이 사는 아파트를 공격하고, 퀸과 애니카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샘의 새로운 남자친구 대니 브래킷(조시 세가라)이 생존자들의 탈출을 돕습니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한 '스크림' 프랜차이즈의 전통
'스크림'의 창조자인 웨스 크레이븐이 세상을 떠난 후, 4편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스크림' 시리즈의 5편이 2022년 개봉하면서, 이 멋진 호러 프랜차이즈의 근사한 부활에 들떴었는데요. 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1년 후, '스크림' 프랜차이즈의 6번째 영화이자 <스크림(2022)>의 속편인 <스크림 6(2023)>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5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베티넬리-올핀과 질레트 콤비는 <스크림(1996)> 1편과 맞닿아 우즈보로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5편에 이어, 6편에서는 아예 작정을 하고 1996년 1편 이후 27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스크림'의 유산(legacy)을 총망라했는데요. 이는 '스크림' 프랜차이즈의 팬들에게는 과거의 유산을 돌아보는 추억여행의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두 감독의 어정쩡한 걸음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5편에서 1편의 범인 빌리 루미스를 소환하고 그의 두 딸인 샘과 타라 자매를 메인 캐릭터로 등장시켜 뭔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인데요.
'스크림' 시리즈뿐 아니라 슬래셔 영화들의 공통점이자 클리셰 중 하나인, 범인일 것 같은 인물이 누구일지 예측하는 재미, 그 예측이 들어맞았을 때나 벗어났을 때 각기 다른 느낌으로 관객에게 선사하는 쾌감을, 어떻게든 뻔하지 않게 그리려 애쓴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가령, 사마라 위빙을 등장시킨 오프닝에서 어김없이 고스트페이스의 살인행각이 등장하는데, 6편에서는 고스트페이스가 가면을 벗어버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기존 시리즈의 오프닝과 차별화를 꾀했고, 곧이어 진짜 고스트페이스가 등장해 한번 더 비틀기를 시도했는데, 이는 꽤 신선했습니다.
어차피 고스트페이스는 어디든 신출귀몰한 예외적 허용이 주어져, 저 장소에 어떻게 소리소문 없이 등장했는지 의아하더라도 그 정도쯤은 눈감고 넘어간다 쳐도, 중간중간 다소 심한 비약이 덜컹거리며 이후 전개가 다소 삐걱거리는 와중에 더욱더 브레이크를 건 느낌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면, 게일의 고급 아파트에 갑자기 출몰한 고스트페이스는 너무 뜬금없었죠. 딱 봐도 펜트하우스 급의 호화 아파트인데 보안이 엉망인 건지... 그뿐 아니라, 샘과 타라 자매를 번잡한 뉴욕 거리에서 공격한 고스트페이스가 자매가 피해 들어간 상점에서 낯 모르는 사람들을 그렇게 죽인다? 거기에다 고스트페이스가 총을 난사한다? 살인에 명분이나 살인범에게 서사가 부여되는 것은 물론 온당치 못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로써 고스트페이스가 그간 쌓아 올린 나름의 명성에 금이 가는 듯했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호러 영화의 법칙에 대한 썰을 푸는 담당이었던 랜디의 조카로 등장한 민디가 지난 5편에 이어 규칙 담당이 되었는데요. 메인 캐릭터도 죽을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의 법칙에 대한 그의 말은 이전에 신선하게 끄집어냈던 논리와 비교했을 때 다소 진부했고,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민디가 살해당하는 시퀀스는 기대보다 길고 지루했습니다.
범인이 아닐 것 같은데 범인인 것으로 드러나거나, 왠지 수상한데 알고 보니 범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인물들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은, 오프닝부터 내내 기대했던 범인 예측의 결과에 따른 카타르시스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미 1편부터의 고스트페이스들이 남긴 증거물과 의상 등을 모아놓은 일종의 박물관과도 같은 공간 구성도 기대이하였던 데다, 범인으로 드러난 인물들의 관계성이 진부했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죽은 줄 알았던 퀸이 죽지 않았다고 떡허니 등장하는 트릭이 그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총에 맞아 죽은 줄 알았던 커비도, 칼에 찔려 죽은 줄 알았던 민디와 채드도, 숨이 꼴까닥 넘어간 줄 알았던 게일도 모두 되살아나니, 영화의 제목을 아예 <스크림: 리저렉션>으로 지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게일은 병원에 실려간 이후 재등장하지도 않고 죽지 않았다고 대사로 퉁쳐집니다. 안 그래도 시드니가 빠져 어딘가 헛헛한데, 게일마저 푸대접받아 서운한 마음이었달까요.
하지만 '스크림' 프랜차이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죽은 줄 알았던 민디와 채드가 되살아나고, 4편에 이어 재등장한 커비도 죽지 않았고, 이번에도 생존하게 된 샘과 타라 자매의 다음 이야기가 못내 궁금한 것도 사실입니다. 단, 감독들의 바람처럼 7편이 제작된다면, 그땐 시드니 프레스캇도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뻔하지 않게 하려고 아등바등하다가, 결국 뻔한 길로 발이 빠져버린 각본도 7편에서는 다시 초심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스크림 6(2023)
원제: Scream VI
제작국가: 미국
감독: 매트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레트
캐스트: 멜리사 바레라, 재스민 사보이 브라운, 잭 챔피언, 헨리 처니, 메이슨 구딩, 로저 L. 잭슨, 리애나 리베르토, 더모트 멀로니, 데빈 네코다, 제나 오르테가, 토니 레볼로리, 조시 세가라, 스킷 울리히, 사마라 위빙, 헤이든 퍼네티어, 코트니 콕스 등
장르: 공포/스릴러
러닝타임: 122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23년 5월 24일(한국)/2023년 3월 10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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