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인어공주(202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어공주(2023) -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얼룩진 디즈니 리메이크
장편 연출 데뷔작인 <시카고 Chicago(2002)>가 2003년 75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게이샤의 추억 Memoirs of a Geisha(2005)><나인 Nine(2009)><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2011)><숲 속으로 Into the Woods(2014)><메리 포핀스 리턴즈 Mary Poppins Returns(2018)>를 연출한 미국 영화와 공연 감독이자 제작자이자 안무가인 롭 마셜 Rob Marshall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인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2023)>는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중흥기를 열었던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1989)>의 실사화 버전이며, 노르웨이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앙 안데르센 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이 1837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판타지 영화입니다.
자매로 구성된 미국 R&B 듀오 "클로에 x 할리 Chloe x Halle"의 멤버이기도 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 Halle Bailey가 타이틀롤 에이리얼을 연기했고, 영국 배우 조나 하우어 킹 Jonah Hauer-King이 에릭 왕자를, 미국 배우이자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멜리사 맥카시 Melissa McCarthy가 바다 마녀 우르술라를,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Javier Bardem이 트라이튼 왕을 연기했고, 데이비드 딕스 Daveed Diggs, 아콰피나 Awkwafina, 제이콥 트렘블레이 Jacob Tremblay가 각각 세바스천, 스커틀, 플라운더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 Beatury and the Beast(1991)><알라딘 Aladdin(1992)><라이온킹 The Lion King(1994)> 등 1990년대 대성공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비롯, <정글북 The Jungle Book(1967)><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1951)><잠자는 숲 속의 공주 Sleeping Beauty(1959)><덤보 Dumbo(1941)> 등 고전 애니메이션 작품을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2016년 5월 <인어공주(1989)>의 리메이크도 확정되었는데요. 2017년 12월, 롭 마셜이 연출을 맡기로 한 후,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캐스팅이 진행되었고, 2020년 3~4월 런던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되었습니다.
결국 2021년 1~7월에 영국에 있는 파인우드 스튜디오와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에서 주요 촬영이 진행되었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작곡을 맡았던 앨런 멘켄 Alan Menken이 합류해 스코어와 새로운 주제곡을 작업했고, 여기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린 마누엘 미란다 Lin-Manuel Miranda가 새로운 곡의 작곡에 참여했습니다.
2억 달러(약 2,63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인어공주(2023)>는 2023년 5월 8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돌비 시어터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후, 2023년 5월 15일, 런던에 있는 오데옹 럭스 라이스터 스퀘어에서의 런던 프리미어에 이어, 2023년 5월 26일 북미에서 개봉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북미보다 2일 빠른 2023년 5월 24일 개봉합니다.
2010년대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영화 리메이크작 중 북미와 전 세계 흥행 수익 기준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영화는 존 파브로 Jon Favreau 감독이 1994년작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라이온킹 The Lion King(2019)>이고, 우리나라 관객수 기준으로는 1992년작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가이 리치 Guy Ritchie 감독의 <알라딘 Aladdin(2019)>이 전국 관객수 1,255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은 바다 왕국 애틀랜티카에 사는 인어들을 다스리는 트라이튼 왕(하비에르 바르뎀)의 막내딸입니다. 실제 인간을 보지 못했지만 언제나 인간 세계를 동경해 온 에리얼에게 트라이튼 왕은 에리얼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아내가 인간에게 살해당했음을 상기시키며, 수면 위 인간 종족과 엮이는 일을 절대 금지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에리얼은 트라이튼 왕의 눈을 피해, 친구인 물고기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갈매기 스커틀(아콰피나)의 도움으로 인간의 물건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다 7 대양에 사는 인어공주 언니들이 모두 참석하는 코랄문 모임 참석을 깜빡한 에리얼은 트라이튼 왕에게 크게 꾸짖음을 당하고, 에리얼은 얼마 후 수면 위로 올라가 화려한 불꽃놀이를 넋을 잃고 구경합니다. 그 불꽃놀이는 지중해 인근 한 왕국의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에릭 왕자가 칸 범선에서 쏘아 올린 것으로, 에리얼은 범선 가까이 다가갔다가 총리 그림스비(아트 맬릭)와 이야기를 나누는 에릭 왕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잠시 후, 폭풍우가 갑자기 몰아닥쳐 범선을 난파시키고, 선원들은 구조선에 올라탑니다. 그러다 반려견 맥스가 범선에 남아 이를 구하러 에릭 왕자가 다시 범선에 돌아가 맥스를 구해내지만, 부서진 선체에 부딪혀 바다에 떨어져 버립니다. 바다 밑으로 하염없이 빠져내려가는 에릭 왕자를 구한 에리얼은 그를 해변으로 데려가지만, 에릭 왕자는 정신을 잃은 채 깨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특기인 노랫소리로 에릭 왕자가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던 에리얼의 진심이 닿았는지, 에릭 왕자가 조금씩 의식을 회복합니다.
바로 그때, 왕자를 찾던 사람들이 해변에 나타나고, 에리얼은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숨깁니다. 어렴풋이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기억하던 에릭은 몸을 회복한 후부터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찾기 위해 애쓰기 시작합니다. 아들 에릭 왕자를 걱정한 셀리나 여왕(노마 두메즈웨니)은 에릭에게 다시는 항해를 나가지 못하도록 당부합니다.
그날 이후, 정신이 반쯤 나간 에리얼의 상태를 걱정한 트라이튼 왕은 조력자인 가재 세바스천(데이비드 딕스)에게 에리얼에 대해 묻자, 세바스천이 그만 에리얼이 인간을 구했다는 사실을 실토해 버립니다. 몹시 화가 난 트라이튼 왕은 에리얼의 비밀 동굴로 찾아가 불같이 화를 내며, 다시는 인간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엄중한 경고를 하는 의미에서 에리얼이 애지중지 모아놓은 수집품들을 박살 내 버립니다.
크게 상심한 에리얼에게 나타난 곰치 두 마리가 트라이튼 왕에게 축출당한 왕의 여동생이자 바다 마녀인 우르술라(멜리사 맥카시)의 영상을 보여주고, 우르술라는 에리얼을 도와주겠다며 음흉한 계략을 슬쩍 드러냅니다. 고심하던 에리얼은 우르술라를 찾아가고, 우르술라는 3일 동안 에리얼을 인간으로 변하게 해 줄 테니 그 3일 안에 에릭 왕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담은 키스를 받는다면 영원히 인간으로 살 것이고, 그러지 못하게 되면 다시 인어로 돌아와 영원이 우르술라의 소유물이 될 것이라 제안합니다.
대신 에리얼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3일 동안 자신에게 저당 잡혀야 한다며, 인간이 되는 대신 목소리가 없어야 공평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잠시 고민하던 에리얼은 우르술라의 간교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금세 두 다리를 가진 인간으로 변신해 바다 위로 헤엄쳐가지만, 더 이상 인어가 아니기에 숨이 찹니다.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간 에리얼은 플라운더와 세바스천의 도움으로 수면 위에 다다르고, 어느 어부가 에리얼을 발견해 에릭 왕자의 왕국으로 데려갑니다.
그사이 애타게 은인을 찾던 에릭 왕자는 에리얼을 만나러 가지만, 목소리를 우르술라에게 빼앗겨버린 에리얼이 아무 말도 하자, 에릭 왕자는 자신이 찾던 은인이 아님을 알고는 실망합니다. 그날 저녁, 에릭 왕자의 성 곳곳을 구경하던 에리얼은 에릭이 그간 모은 수집품을 구경하던 중 에릭과 다시 마주치고, 에릭은 에리얼에게 자신이 겪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음날, 에릭은 에리얼을 데리고 왕국 곳곳을 구경시켜 주고, 에리얼을 따라 뭍으로 올라온 세바스천은 스커틀과 플라운더의 도움을 받아, 에릭이 에리얼에게 사랑의 키스를 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애씁니다.
논란에 휩싸이며 사라져 버린 본질
침체기를 겪던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성기를 연 첫 작품으로 기억되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의 리메이크는 그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들인 <미녀와 야수(1991)><알라딘(1992)><라이온킹(1994)>의 리메이크보다 조금 더 늦게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장편 연출 데뷔작 <시카고(2002)> 이후 필모그래피가 기대 이상의 튼실함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롭 마셜 감독의 이름값에 거는 기대도 상당했고, "Under the Sea", "Kiss the Girl", "Part of Your World" 등 30년이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명곡들을 다시 들을 기대에 부풀기도 했었는데요.
타이틀롤 에리얼 역에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예고편 영상이나 스틸이 발표될 때마다 기대감은 우려와 걱정으로 변했지만,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실사 리메이크 <알라딘(2019)> 때를 생각하면, 그때 지니로 분장한 윌 스미스 Will Smith의 스틸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래도 본편을 보고 나면 <알라딘(2019)>때처럼 작품 자체로 모든 것이 상쇄될 것이라 다시 기대감을 다졌습니다.
첫 시사를 마친 후, 그간의 논란에 불을 지핀 듯 찬반양론이 들끓었고, 이건 내 두 눈으로 실제 보기 전까지는 모든 것은 판단보류라 생각하며, (그럴 것까진 없었지만 나름) 비장한 태도로 개봉 첫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블랙 워싱, 미스 캐스팅 논란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실사로 리메이크한 <인어공주(2023)>는 이전의 실사화 프로젝트인 <미녀와 야수(2017)><알라딘(2019)><라이온킹(2019)><뮬란 Mulan(2020)> 등과 비교했을 때,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거의 그대로 옮긴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예 뮤지컬 요소를 빼버려 죽도 밥도 아니게 되었던 <뮬란(2020>과 (굳이) 비교한다면, 그래도 앨런 멘켄이 작곡한 아름다운 멜로디가 살아 움직이는 듯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니, 그 점만큼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새롭게 작사 작곡한 노래들은 일면 즐겁기도 하고, 또 원작과의 차별화를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라고 좋게 봐줄 수도 있었지만, 90분 남짓의 원작을 135분으로 늘였음에도 별반 새로움이 가미되지 않은 플롯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할리 베일리는 인어공주일 때 바닷속에서의 모습은 그래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으나, 역시 육지로 올라온 후 목소리를 빼앗겨 말도 노래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배우의 설익은 연기력이 그대로 드러나버려 논란이 사그라들기엔 역부족이라 느껴졌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어두운 화면 톤도 디즈니라는 브랜드가 주는 견고한 믿음에 의문점을 남기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고, 우려했던 플라운더와 세바스천 캐릭터는 실사 영화로 넘어오면서 기괴해져 버렸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 애니메이션의 리메이크 영화들이 워낙 크게 성공했으니, 디즈니 입장에서는 <인어공주(1989)>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원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실사로 재현하는 것이 흥행 성공의 열쇠라 믿었겠지만, <잠자는 숲 속의 공주 Sleeping Beauty(1959)>나 <101 달마시안 One Hundred and One Dalmatians(1961)>의 빌런을 주인공으로 원작을 살짝 비틀어 오히려 개성이 부각된 <말레피센트 Maleficent> 시리즈(2014~2019)나 <크루엘라 Cruella(2021)>처럼, 매력 넘치는 빌런인 우르술라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인어공주(2023)
원제: The Little Mermaid(2023)
제작국가: 미국
감독: 롭 마셜
캐스트: 할리 베일리, 조나 하우어 킹, 데이비드 딕스, 아콰피나, 제이콥 트렘블레이, 하비에르 바르뎀, 멜리사 맥카시 등
장르: 뮤지컬/판타지/로맨스/코미디
러닝타임: 135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23년 5월 24일(한국)/2023년 5월 26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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