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스케치(1994) - MTV, 갭(GAP), X세대, 90년대 방황하는 청춘
※ 글 내용 중에 영화 <청춘 스케치(1994)>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배우이자 코미디언이자 필름메이커인 벤 스틸러 Ben Stiller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청춘 스케치 Reality Bites(1994)>는 미국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헬렌 차일드레스 Helen Childress가 각본을 쓰고, 미국 배우이자 코미디언, 필름메이커인 대니 드비토 Danny DeVito와 미국 제작자 마이클 셰임버그 Michael Shamberg가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X세대를 대표하는 미국 배우이자 청춘스타 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와 에단 호크 Ethan Hawke, 그리고 연출을 맡은 벤 스틸러를 비롯해 재닌 가로팔로 Janeane Garofalo, 스티브 잔 Steve Zahn이 출연한 <청춘 스케치(1994)>는 영화의 제목과 같은 '쓰디쓴 현실 Reality Bites'이라는 극 중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주인공 릴레이나와 친구들, X세대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와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그렸습니다.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다섯 배우들과 함께 스우지 커츠 Swoosie Kurtz, 해리 오라일리 HArry O'Reilly, 배리 델 셔먼 Barry Del Sherman, 앤 메라 Anne Meara(1929~2015), 앤디 딕 Andy Dick, 키이쓰 데이비드 Keith David, 캐런 더피 Karen Duffy, 조 돈 베이커 Joe Don Baker, 존 마호니 John Mahoney(1940~2018) 등이 출연했습니다.
그 외에도 벤 스틸러와 저드 애파토우 Judd Apatow가 크리에이터, 각본을 맡고 스틸러와 재닌 가로팔로가 출연한 TV 코미디 시리즈 <벤 스틸러 쇼 The Ben Stiller Show(1992~1995)>에 출연했던 앤디 딕, 존 F. 오도노휴 John F. O'Donohue,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Saturday Night Live>에 스틸러와 출연했던 데이비드 스페이드 David Spade가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당시 스틸러와 사귀던 진 트리플혼 Jeanne Tripplehorn도 카메오로 출연했고, 르네 젤위거 Renée Zellweger가 극 중 에단 호크가 연기한 트로이와 하룻밤을 보낸 태미 역으로 한 장면 등장해, <청춘 스케치(1994)>가 자신의 이름을 올린 첫 번째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소울 어사일럼 Soul Asylum의 리드 싱어 데이비드 퍼너 David Pirner와 레몬헤즈 The Lemonheads'의 프런트맨 에반 댄도 Evan Dando도 카메오로 등장했습니다.
제작비 1,150만 달러(약 146억 원)가 투입된 <청춘 스케치(1994)>는 1994년 1월에 열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1994년 2월 18일, 유니버설 픽쳐스 배급으로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대통령의 날 Presidents' Day 연휴에 맞춰 북미 1,149개 극장에서 개봉, 첫 주말 수익 511만 달러(약 65억 원)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으나, 북미 최대 1,175개 극장에서 총 45주간 상영한 결과, 북미 최종 누적 수익 2,098만 달러(약 267억 원), 전 세계 최종 누적 수익 4,100만 달러(약 523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제작비 규모 대비 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극장 흥행 성적은 기대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기가 막힌 선곡이 돋보이는 사운드트랙 앨범은 꽤 인기를 얻었습니다. 북미에서만 2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빌보드 앨범차트 13위까지 올랐는데요. 리사 롭 & 나인 스토리스 Lisa Loeb & Nine Stories의 "Stay(I Missed You)"는 앨범의 리드 싱글로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서 1위까지 오르며 크게 히트했고, 미국 록밴드 더 낵 The Knack의 히트곡 "My Sharona(1978)", 아일랜드 록밴드 유투 U2의 "All I Want Is You(1989)", 호주 록밴드 크라우디드 하우스 Crowded House의 "Locked Out(1994)", 그리고 주연 배우 에단 호크가 부른 "I'm Nuthin'" 등의 노래들이 영화 본편과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영국계 미국 기타리스트이자 가수 피터 프램튼 Peter Frampton이 1975년 발표한 곡을 미국 레게 밴드 빅 마운틴 Big Mountain이 리메이크한 "Baby, I Love Your Way"도 리사 롭 & 나인 스토리즈의 "Stay" 못지않게 깊이 각인된 대표곡입니다.
지난 2019년 5월 4일, 뉴욕 다운타운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청춘 스케치(1994)> 25주년 특별 상영과 Q&A가 있었는데요. 연출과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를 포함해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재닌 가로팔로가 참석했습니다.
영화의 원제인 'Reality Bites'는 어려움과 곤란, 말썽을 유발하는 현실적 문제나 상황을 뜻하거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골칫덩이라는 뜻으로, 영화 속에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연애, 정체성 등으로 고민하는 스물셋 청춘들의 삶을 표현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텍사스주(州) 휴스턴. 갓 대학을 졸업한 릴레이나 피어스(위노나 라이더), 비키 마이너(재닌 가로팔로)가 사는 집에 트로이 다이어(에단 호크), 새미 그레이(스티브 잔)가 합류해 신세를 지며 네 친구가 한 집에 살기 시작합니다. 레스토랑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트로이와 자신과 친구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릴레이나는 몇 년 전 술에 취해 잠깐 만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에 충실하기보다는 친구 사이로 우정을 나누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끌리는 중입니다.
트로이는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던 직장 여러 곳에서 해고당한 후,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문판매점에서 일하던 중, 사장의 초콜릿 바를 훔치는 바람에 해고당했습니다. 릴레이나는 졸업생 대표로 졸업식에서 연설을 할 정도로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장차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TV 토크쇼 진행자 그랜트 거블러(존 마호니)의 치다꺼리나하는 방송국 보조 일에 만족해야 합니다.
릴레이나는 아버지 톰(조 돈 베이커)에게서 졸업선물로 받은 BMW를 몰고 비키와 어딘가 가던 중, 무심결에 담배꽁초를 차 밖으로 던졌다가, 그 꽁초가 옆에 있던 마이클 그레이츠(벤 스틸러)의 컨버터블 안에 들어가 화재를 일으킵니다. 갑자기 불이 붙어 당황한 마이클의 차가 릴레이나와 비키가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박았고, 이 사고를 계기로 알게 된 마이클과 릴레이나는 데이트를 하기 시작합니다. MTV 스타일의 채널 '당신 얼굴 안에서 In Your Face'의 중역인 마이클은 릴레이나가 작업 중인 다큐멘터리를 본 후, 자신의 채널에서 방영하기를 원합니다.
의류 브랜드 '갭 GAP'에서 일하는 비키는 하룻밤 상대인 남자들과 짧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비키의 자유로운 생활은 비키를 성병 감염의 위기로 몰아넣지만, 매장 판매원에서 매니저로 승진한 비키는 자신의 일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편, 새미는 동성애자로 에이즈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자신의 부모에게 정체성을 밝히게 만들까 두려워 아무하고도 만남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랜트의 거만함과 오만함, 그리고 자신을 막 대하는 것을 참지 못한 릴레이나는 생방송 대본에 장난질을 친 후 곧장 해고당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줄담배나 피고 '1-900' 심령사와 통화를 하며 전화비를 축내는 등 인생을 허비해, 룸메이트인 비키와 새미의 심기를 거스릅니다.
무언가 되고 싶었던 나이, 스물셋
영화 <청춘 스케치(1994)>는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90년대를 상징하는 몇 가지 요소들 - 갭(GAP), MTV, 세븐 일레븐의 빅 걸프 등과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초중반 X세대의 고민을 담아낸 청춘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극 중 캐릭터의 나이대와 딱 맞았던 위노나 라이더와 에단 호크를 비롯한 청춘스타들의 20대 풋풋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제작된 지 한참 지난 최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는데요.
극 중 릴레이나가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가 MTV 스타일의 거친 영상 클립으로 간간이 삽입되어, '이것은 90년대 청춘 로맨스 영화'라고 계속 상기시키는데, 이는 작품 전체로 봤을 때 분위기를 잡는 데에는 득이 되지만 플롯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실이 됩니다.
마이클과 트로이 사이에 낀 릴레이나의 고민은 본격적인 삼각관계 로맨스라고 보기엔 다소 어정쩡합니다. 순간순간 '감각적'인 장면들이 신선하고, 또 적절하게 삽입된 노래들이 그런 장면들을 더욱 예쁘게 만들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헐거운 플롯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청춘들의 고민을 담았지만, 그 고민의 깊이는 다소 얕기 때문에 1994년 개봉 당시에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청춘 스케치(1994)
원제: Reality Bites
제작국가: 미국
감독: 벤 스틸러
캐스트: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벤 스틸러, 재닌 가로팔로, 스티브 잔, 스우지 커츠, 해리 오라일리, 배리 델 셔먼, 앤 메라, 앤디 딕, 키이쓰 데이비드, 데이비드 퍼너, 에반 댄도, 캐런 더피, 조 돈 베이커, 존 마호니 등
장르: 로맨스/드라마
러닝타임: 99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94년 2월 18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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