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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20년대

오펜하이머(2023) - 프로메테우스가 된 천재 핵 물리학자

by 조브라이언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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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2023) - 프로메테우스가 된 천재 핵 물리학자

※ 글 내용 중에 영화 <오펜하이머(202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3부작(2005~2012), <인셉션 Inception(2020)><인터스텔라 Interstellar(2014)><덩케르크 Dunkirk(2017)><테넷 Tenet(2020)> 등을 연출한 영국계 미국 필름메이커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의 열두 번째 장편 연출작 <오펜하이머 Oppenheimer(2023)>는 미국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카이 버드 Kai Bird와 미국 역사학자 마틴 J. 셔윈 Martin J. Sherwin(1937~2021)이 함께 집필한,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American Prometheus: The Triumph and Tragedy of J. Robert Oppenheimer(2005)》를 원작으로, 2차 세계대전 중 핵무기 개발에 주력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핵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Julius Robert Oppenheimer(1904~1967)의 생애를 그린 전기 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역의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를 비롯, 에밀리 블런트 Emily Blunt, 맷 데이먼 Matt Damon,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Robert Downey Jr., 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조시 하트넷 Josh Hartnett, 케이시 애플렉 Casey Affleck, 라미 말렉 Rami Malek, 케네스 브래너 Kenneth Branagh, 베니 사프디 Benny Safdie, 제이슨 클라크 Jason Clarke, 딜런 아놀드 Dylan Arnold, 톰 콘티 Tom Conti, 제임스 다아시 James D'Arcy,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David Dastmalchian, 데인 드한 Dane DeHaan, 올든 에런라이크 Alden Ehrenreich, 토니 골드윈 Tony Goldwyn, 제퍼슨 홀 Jefferson Hall, 매튜 모딘 Matthew Modine, 게리 올드먼 Gary Oldman 등 이전의 놀란 감독 연출작 못지않은 앙상블 캐스트가 출연했습니다.

 

킬리언 머피는 <다크 나이트> 3부작, <인셉션(2010)><덩케르크(2017)>에 이어 놀란 연출작에 여섯 번째 출연했고, 맷 데이먼은 <인터스텔라(2014)>에 이어 놀란과 두 번째 협업을 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는 놀란의 전작 <테넷(2020)>과 <덩케르크(2017)>에 출연했었습니다.

 

화려한 출연진 가운데 해리 S. 트루먼 Harry S. Truman 대통령(1884~1972) 역의 게리 올드먼, 핵 물리학자 데이비드 L. 힐 David L. Hill(1919~2008) 역의 라미 말렉, 미 육군 정보 장교 보리스 패시 Boris Pash(1900~1995) 역이 케이시 애플렉 등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3명이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짧고 굵게 등장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제작비 1억 달러(약 1,336억 원)가 투입된 <오펜하이머(2023)>는 오랜 기간 놀란과 작업한 워너 브라더스가 아닌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판권을 획득해 2022년 2월부터 넉 달 동안 IMAX 65mm와 70mm 필름으로 촬영했고, 최초로 흑백 시퀀스들도 모두 IMAX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입니다. 또한 놀란답게 VFX를 최소화하고 되도록 많은 분량의 실제 효과를 사용해 완성했는데요. <인썸니아 Insomnia(2002)> 이후 놀란 연출작 중 북미에서 'R등급'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파리 프리미어에 참석한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토퍼 놀란(왼쪽부터)(출처-구글 이미지)

2023년 7월 11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 그랑 렉스 Le Grand Rex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후, 2023년 7월 21일 북미와 영국에서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8월 15일, 광복 78주년에 개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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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에서 같은 주 개봉한 <바비 Barbie(2023)>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바벤하이머 Barbenheimer"로 묶여 일종의 밈으로 유행하면서, 두 영화를 함께 관람하도록 독려하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북미 3,610개 극장에서 개봉한 <오펜하이머(2023)>의 첫 주말 수익은 8,245만 달러(약 1,101억 원)로, 4,243개 극장에서 개봉해 첫 주말 1억 6,202만 달러(약 2,164억 원)의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 <바비(2023)>에 이어 2위로 데뷔했고, 개봉 3주 차 북미 누적 수익 2억 6,428만 달러(약 3,530억 원), 전 세계 누적 수익 6억 4,812만 달러(약 8,658억 원)를 기록하며 2023년 개봉작 중 흥행 순위 7위에 올랐습니다(2023년 8월 초 기준).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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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22세의 J.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영국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실험 물리학자 패트릭 블랙켓(제임스 다아시)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 지내며 향수병을 앓고 있던 오펜하이머는 연구 실험을 하는 동안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케네스 브래너)의 강연이 있던 날, 오펜하이머에게 강연을 듣는 대신 하던 실험이나 마치라며 들들 볶아대는 블랙켓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과 표면에 독성 물질을 바르는 오펜하이머. 잠시 후, 강연을 마친 후 보어가 블랙켓의 연구실에 들러 대화를 나누다, 그 사과를 먹으려 하자 오펜하이머는 이를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한편, 자신의 강연을 들은 오펜하이머의 지력에 감명받은 보어는 오펜하이머에게 독일로 가서 물리학 이론을 깊게 공부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결국 오펜하이머는 독일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오펜하이머는 나중에 스위스의 학회에서 독일 이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를 만납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양자 물리학 연구를 좀 더 깊게 하고 싶어 하던 중, 캘리포니아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학생 한 명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수강생 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공산당원인 진 태틀록(플로렌스 퓨)과 때때로 만나던 오펜하이머는 어느 파티에서 장차 자신의 아내가 될 전직 생물학자이자 공산당원 출신인 캐서린 "키티" 푸닝(에밀리 블런트)과 운명적으로 만납니다. 키티는 의사인 남편과 두 번째 결혼생활 중이었으나 곧 이혼하고 오펜하이머와 결혼하고, 오펜하이머는 진과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1938년, 나치 독일의 핵분열 연구가 진척했다는 소식을 접한 오펜하이머와 동료 과학자들은 나치 독일의 연구 결과를 따라 자신들의 연구에 박차를 가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미 육군 장군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는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오펜하이머를 영입해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하도록 합니다. 유대인인 오펜하이머는 하이젠베르크가 이끄는 나치 독일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더욱 맨해튼 프로젝트에 열의를 다합니다.

 

곧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주(州) 로스 알라모스의 에드워드 텔러(베니 사프디), 이시도어 아이작 라비(데이비드 크럼홀츠)를 비롯 엔리코 페르미(대니 드페라리), 데이비드 L. 힐(라미 말렉) 등 과학자들을 프로젝트에 영입합니다. 한창 핵무기 개발 연구가 진행되던 중, 진의 자살 소식을 접한 오펜하이머는 큰 충격에 빠지지만, 아내가 된 키티는 진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남편 오펜하이머를 다그칩니다.

 

얼마 후 히틀러의 자살과 함께 독일이 항복하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 중 일부는 핵무기 개발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오펜하이머는 핵폭탄을 사용하는 길만이 아직도 태평양 인근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참전 중인 연합군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것이라 믿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열두 번째 뚝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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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광복 78주년을 맞이한 광복절에 본 영화 <오펜하이머(2023)>는 놀란의 원래 연출 의도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뭔가 뭉클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쟁을 마치기 위한 결정적 수단이 된 핵폭탄을 개발한 천재 과학자가 겪은 심리적 갈등과 결과에 따른 아이러니가 절묘하게 맞닿았는데요.

 

전기 영화의 전형적인 틀인 실존 인물의 유년 시절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막바로 박사과정에 접어든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역시 놀란답게 시간대순으로 전개되는 '친절한 내러티브'는 일찌감치 접어두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컬러 시퀀스, 1954년 오펜하이머 청문회를 중심으로 한 약간 빛이 바랜 컬러 시퀀스, 그리고 1959년 상무부 장관에 임명된 루이스 스트로스 청문회를 중심으로 한 흑백 시퀀스 등 세 가지 다른 시간대가 교차합니다.

 

놀란의 전작 <테넷(2020)>처럼 몇 번을 반복해서 보고, 내용을 해석한 여러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총집합한 엑셀 표까지 봐도 100%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과는 달리, <오펜하이머(2023)>는 그렇게까지 정신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40명이 넘는 인물들이 줄기차게 등장하고 그들의 이름과 얼굴, 직업 혹은 역할을 단박에 파악하는 일이 주요 몇 캐릭터를 제외하면 다소 버겁기는 했습니다.

 

실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영화이다 보니, 해당 사실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아주 대략 표면적인 정도만 알고 있었으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적인 VFX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최소화했다는 놀란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였는지, 전체 극의 정점이랄 수 있는 트리니티 실험 시퀀스는 다소 소박하게(?) 구현합니다. 또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의 경우에도 대사를 통해 전할 뿐, 직접적인 장면 묘사는 생략되었는데요. 이렇듯 눈을 현혹시키는 현란한 VFX가 거의 없다고 해서 영화 <오펜하이머(2023)>의 미학적 성취가 폄하될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에 대한 재발견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머피를 처음 영화에서 봤던 것은 대니 보일 Danny Boyle 감독의 포스트 아포칼립틱 호러 영화 <28일 후 28 Days Later(2002)>였는데요.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식시켰던 영화는 조나단 크레인 박사/스케어크로우를 연기했던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2005)>였습니다. 이후에도 켄 로치 Ken Loach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2006)>라던가, <오펜하이머(2023)>에서 부부로 출연한 에밀리 블런트와 이전에 함께 연기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2 A Quiet Place Part II(2020)> 등에서 특유의 서늘한 푸른빛 눈이 어딘가 어둡고 섬뜩한 기운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요.

 

이번에 연기한 오펜하이머도 그렇게 다정한 성격은 아니지만, 킬리언 머피가 그간 연기한 많은 캐릭터들 가운데 러닝타임 3시간 거의 대부분에 등장할 정도로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로 더없이 적합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놀란이 그동안 연출한 영화들 가운데 <오펜하이머(2023)>를 최고작으로 꼽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그의 확고한 연출관이 고스란히 담긴 3시간은 관객에게 '시네마'로서의 영화관람 경험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오펜하이머(2023)

원제: Oppenheimer

제작국가: 미국/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캐스트: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시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라미 말렉, 케네스 브래너, 베니 사프디, 제이슨 클라크, 딜런 아놀드, 톰 콘티, 제임스 다시 등

장르: 전기/드라마/스릴러

러닝타임: 18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3년 8월 15일(한국)/2023년 7월 21일(미국/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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