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 - #15 4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티모시 달튼
※ 글 내용 중에 영화 <007 골든 아이(1995)>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Sean Connery(1930~2020) 주연의 <007 살인번호 Dr. No(1962)>로 시작된 '007 시리즈' 탄생 25주년 기념작이자 15번째 작품인 <007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는 4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티모시 달튼 Timothy Dalton이 출연한 첫 번째 007 영화입니다.
달튼과 함께 영국 배우 메리엄 다보 Maryam d'Abo가 새로운 본드걸 카라 밀로비로 캐스팅되었고, 미국 배우 조 돈 베이커 Joe Don Baker, 파키스탄계 영국 배우 아트 맬릭 Art Malik,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3부작(2001~2003)의 김리 역으로 낯익은 영국 배우 존 라이스 데이비스 John Rhys-Davies, 네덜란드 배우 예룬 크라베 Jeroen Krabbé 등이 출연했습니다.
전임자였던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 Roger Moore(1927~2017)의 7번째 007 영화였던 <007 뷰 투 어 킬 A View to a Kill(1985)> 개봉 후 2년이 지난 1987년 여름 영국과 미국에서 개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1년 반이 지난 1989년 2월 개봉했습니다.
원작자 이안 플레밍 Ian Fleming(1908~1964)이 1966년 발표한 14번째이자 마지막 제임스 본드 소설인 단편 모음집 『옥토퍼시 앤 더 리빙 데이라이츠 Octopussy and The Living Daylights』 가운데 "The Living Daylights"를 각색했고, 원작 중 "Octopussy"는 로저 무어 주연의 13번째 007 시리즈 <007 옥토퍼시 Octopussy(1983)>로 제작되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존 글렌 John Glen 감독은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1977)><007 문레이커 Moonraker(1979)>, 그리고 리처드 도너 Richard Donner 감독의 <슈퍼맨 Superman(1978)> 등의 편집을 맡았으며, <007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1981)>로 연출 데뷔한 후, <007 리빙 데이라이트>를 비롯 티모시 달튼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007 영화인 <007 살인면허 Licence to Kill(1989)>까지 총 5편의 007 시리즈를 연출했습니다.
4,000만 달러(약 5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북미 박스오피스 2주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1억 9,120만 달러(약 2,725억 원)를 기록하며, 시리즈 전작인 <007 뷰 투 어 킬>의 성적인 1억 5,240만 달러(약 2,172억 원)의 성적을 약간 웃돌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2월 4일, 당시 신촌에 있었던 신영극장(현재 CGV 신촌아트레온)을 중심으로 개봉했으나, 서울 관객수 140,261명으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의 주제곡은 "Take on Me"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팝 그룹 아하 A-ha의 "The Living Daylights"로, 영화 사운드트랙은 물론 아하의 3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Stay on These Roads(1988)"에도 수록되었습니다. 아하의 기타리스트인 폴 왈타 Pål Waaktaar와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한 존 배리 John Barry가 함께 작업한 이 곡은 아하의 보컬리스트 모튼 하켓 Morten Harket의 신비로운 음색이 제목처럼 살아 꿈틀대는 빛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멜로디의 뉴 웨이브/신스 팝입니다.
아하의 노래 외에 영국의 신스팝 듀오 펫 숍 보이즈 Pet Shop Boys도 <007 리빙 데이라이트> 주제곡을 녹음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영화에 수록되지 않았고, 후에 다시 작업해 "This Must Be the Place I Waited Years to Leave"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Behaviour(1990)"에 수록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제임스 본드(티모시 달튼)는 KGB 장군 게오르기 코스코프(예룬 크라베)가 체코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콘서트 홀에서 탈출하여 망명하는 과정에서 코스코프 사령관을 돕는 임무를 맡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본드는 코스코프를 엄호하는 저격수가 오케스트라의 여성 첼리스트 카라 밀로비(메리엄 다보)라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저격수 밀로비를 해치우라는 코스코프의 명령에 불복종한 본드는 밀로비가 손에 쥔 소총을 쏘고, 시베리아 횡단 보급선을 통해 국경을 넘어 코스코프를 서방으로 밀입국시킵니다.
망명 후 브리핑에서 코스코프는 "스파이에게 죽음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KGB의 오래전 정책 "스미어트 스피오남 Smiert Spionam"이 최근 KGB의 새로운 수장인 레오니트 푸시킨(존 라이스 데이비스)에 의해 부활되었음을 MI6에 알립니다. 얼마 후, 코스코프는 블라덴 사유지에 있는 은신처에서 납치당해 모스크바로 다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본드는 MI6 요원들에 대한 추가 살해는 물론 소련과 서방국 사이에 감도는 긴장 상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탕헤르에서 푸시킨을 추적합니다. 한편, 지브롤터에서 004 요원을 살해한 암살자가 "스미어트 스피오남"이라는 동일한 메시지가 적인 메모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본드는 임무 수행에 동의합니다.
얼마 후, 본드는 첼리스트 카라 밀로비를 추적하기 위해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로 돌아가고, 코스코프의 망명은 모두 거짓 쇼였으며 사실 카라는 코스코프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본드는 자신이 코스코프의 친구임을 카라가 확신하도록 하는 한편, 카라가 코스코프와 접선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엔나까지 자신과 동행하도록 카라를 설득합니다. 결국 본드와 카라는 KGB와 체코 경찰의 추적을 피해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고, 그 사이 푸시킨은 탕헤르에서 무기밀매상 브래드 휘테커(조 돈 베이커)를 만나 이전에 코스코프와 휘테커 사이에 맺어진 무기 계약은 KGB가 취소시켰다고 알립니다.
새로운 이미지의 제임스 본드 탄생
<007 여왕 폐하 대작전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1969)> 단 한 편에 출연했던 조지 라젠비 George Lazenby와 더불어, 단 두 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한 4대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는 아직 할리우드 직배영화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았던 때에 우리나라 극장 개봉 당시 홀대를 당하며 흥행에 참패하기는 했으나, 꽤 재미있게 만들어진 첩보물입니다.
워낙 시리즈 전작인 <007 뷰 투 어 킬>이 흥행에도 성공하고 가장 재미있는 007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인식되어 있는 데다, 전임 제임스 본드였던 로저 무어 Roger Moore(1927~2017)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터라, 무어에 비해 좀 더 거친 매력을 가진 티모시 달튼이 본드를 연기하는 것이 007 시리즈 팬들에게는 쉽게 적응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오히려 달튼의 그런 면이 로저 무어 스타일의 본드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했고,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그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또한 이전의 본드걸 계보에서 살짝 비껴간 듯한 신선한 이미지의 메리엄 다보도 연기도 <007 리빙 데이라이트> 출연 후에도 딱히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폴 버호벤 Paul Verhoeven이 네덜란드에서 연출한 영화 중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포스맨(De vierde man) The Fourth Man(1983)>을 비롯해 <사랑과 추억 The Prince of Tides(1991)><도망자 The Fugitive(1993)><불멸의 사랑 Immortal Beloved(1994)> 등으로 낯익은 예룬 크라베의 젊은 시절도 반가웠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007 리빙 데이라이트
원제: The Living Daylights
제작국가: 영국/미국
감독: 존 글렌
캐스트: 티모시 달튼, 메리엄 다보, 조 돈 베이커, 아트 맬릭, 존 라이스-데이비스, 예룬 크라베, 안드레아스 위스니에프스키, 토머스 위틀리, 줄리 T. 월러스, 데스몬드 르웰린, 로버트 브라운 등
장르: 액션/범죄/로맨스/모험/스릴러
러닝타임: 13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89년 2월 4일 (한국)/1987년 6월 30일 (영국)/1987년 7월 31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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