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2023) - 사랑, 두려움 그리고 불면(不眠)의 밤
※ 글 내용 중에 영화 <잠(202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단편영화 <영상편지 Video Message(2014)><부탁 The Favor(2018)> 등을 연출한 신예 유재선 감독의 장편 연출데뷔작 <잠 Sleep(2023)>은 유재선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공포 영화입니다.
2009년 10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였던 <어떤 방문 Visitors(2009)> 중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첩첩산중(疊疊山中) Lost in the Mountains(2009)>를 시작으로 홍상수 감독의 장편 연출작 <옥희의 영화 Oki's Movie(2010)><우리 선희 Our Sunhi(2013)>에 함께 출연했던 정유미, 이선균 배우가 부부인 수진, 현수를 연기하면서 같은 작품에 네 번째 동반출연했습니다.
두 배우와 함께 김금순, 이동찬 배우가 출연했고 김국희, 이경진, 윤경호 배우가 특별출연했습니다.
영화 <잠(2023)>은 지난 5월 열린 76회 칸영화제 패럴렐 섹션인 평론가주간에 초청되어 전 세계 최초 공개되었고, 2023년 9월 6일 개봉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푸드 회사에서 일하는 수진(정유미)과 무명배우 현수(이선균)는 강아지 후추와 함께 살고 있는 부부입니다. 곧 출산 예정인 만삭의 수진은 드라마 단역을 전전하는 현수가 언젠가 대배우로 성공할 거라 다독입니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일은 없다'는 모토를 가진 두 사람이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밤, 잠에서 문득 깬 수진이 보니 옆자리에서 자고 있어야 할 현수가 없습니다.
보면, 잠든 채 벌떡 일어나 앉아있는 현수는 난데없이 한 마디 내뱉습니다.
"누가 들어왔어."
다음날 아침, 현수는 전날 자신이 어땠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지껄인 '누가 들어왔어'는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대사라며 별일 아닌 듯 웃어넘깁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현수는 잠이 들기만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손으로 얼굴을 긁다 피칠갑을 하는가 하면, 잠든 채 냉장고 문을 열고 생고기며 날달걀을 우걱우걱 먹어치웁니다.
현수의 이상행동에 겁먹은 수진은 현수를 데리고 수면클리닉을 찾습니다.
미스터리와 공포, 오컬트의 신선한 충돌 그리고 정유미 배우의 광기 어린 연기
세계적인 거장으로 추앙받는 봉준호 감독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극찬한 유재선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잠(2023)>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김기영 감독(1919~1998)이나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1899~1980)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진과 현수 두 사람의 집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실내극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포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을 3개의 파트로 나누어 전개합니다.
현수가 잠든 도중에 이상한 행동을 보인 이유가 수면클리닉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의 부작용 때문인지, 의사가 제시한 사례들이 현수가 행한 행동들과 일치해 뭔가 의학 스릴러로 전개되는가 싶었으나, 갑자기 무당 해궁할매가 등장해 방울을 딸랑거리길래 오컬트로 선회를 하나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맥거핀이었습니다.
공포의 실체가 현대의학의 부작용인지 귀신이 들러붙어 그러는 것인지 명확한 방향선회를 하기도 전에, 이미 남편의 이상행동을 믿지 못하고 그 두려움에 잠들지 못해 눈이 벌게진 수진의 광기가 세 번째 장(章)을 압도하기 때문인데요. 온 집안을 부적으로 뒤덮고 현수가 잠든 사이 굿판까지 벌이고, 자신이 유추한 과정들을 파워포인트로 정리해 발표(?)하는 수진의 희번덕거리는 눈에 압살 당해 버립니다. 이를 연기하는 정유미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선균 배우는 상대적으로 격정적인 열연 대신 극 중 직업인 배우로서의 특기를 백분 발휘하여 엔딩을 사로잡습니다.
어딘가 낯익고 익숙한 듯한 분위기면서도, 어딘가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를 동시에 품은 <잠(2023)>은 분위기만 잔뜩 잡고 수습하지 못했던 일련의 '무늬만 장르영화'인 기존의 실패작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나름의 신선함을 전했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잠(2023)
영제: Sleep
제작국가: 한국
감독: 유재선
캐스트: 정유미, 이선균 등
장르: 미스터리/공포
러닝타임: 94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3년 9월 6일
주요 수상내역:
2023년 76회 칸영화제 평론가주간 초청
2023년 56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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