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맨(1988) - 한국의 터미네이터를 꿈꿨던 비운의 이름
※ 글 내용 중에 영화 <바이오맨(198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바이오맨 Bio-Man(1988)>은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로보트 태권 V Robot Taekwon V(1976)><똘이장군 General Ttoli> 시리즈(1978~1979), 1980년대를 대표하는 특촬물 <외계에서 온 우뢰매 Wuroi-mae from Outer Space> 시리즈(1986~1993) 등으로 유명한 김청기 감독이 제작과 총감독을 맡고, 장편 연출 데뷔작 <다른 시간 다른 장소 A Different Time and a Wrong Place(1983)>를 비롯 해 <뼈와 살이 타는 밤 A Night of Burning Bone and Skin(1985)> 등의 성인멜로물은 물론, <우뢰매 4 - 썬더브이 출동 Wuroi-mae and Mobilization of Thunder-V(1987)><슈퍼 홍길동 Super Hong Gil-Dong(1988)> 등을 연출한 조명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SF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타이틀롤인 바이오맨-장도일 역에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Springtime of Mimi and Cheol-su(1987)><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 Don Quixote on Asphalt(1988)><칠수와 만수 Chil-su and Man-su(1988)> 등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른 박중훈 배우가 캐스팅되었고, 신우철(1947~2014), 신미아, 남성훈(1945~2002), 현길수, 이혜진, 박동룡, 안대욱, 오요섭, 윤일봉 배우 등이 출연했습니다.
1988년 당시 제작비 5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기획된 <바이오맨(1988)>은 생명공학이 결합된 SF 영화로 홍콩과 태국 현지 로케이션 등을 통해 담아낸 이국적 풍광, 거기에 박중훈이라는 청춘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운 상당히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메인 개봉관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어린이회관 무지개극장 등에서 1989년 2월 4일 개봉해, 서울 관객수 2,971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크게 실패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대기업 총수 장만준(윤일봉)의 둘째 아들 장도일(박중훈)은 아버지의 부(富)에 기대어 흥청망청 젊음을 탕진하며 살아가는 철부지 망나니입니다. 만준의 큰 아들이자 공학박사인 영일(남성훈)은 동생 도일과 다르게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 반도체를 비밀리에 연구 중이었는데, 어느 날 괴한들이 습격해 반도체 설계도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집안에 벌어진 사고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정신 차린 도일은 빼앗긴 설계도를 되찾기 위해 홍콩으로 향하고, 현지에서 활약 중인 수지 한(신미아)을 만나 설계도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그러던 중 '스리랑카의 별'(현길수)로 불리는 악의 축과 그의 수하들의 공격을 받아 심각한 총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되어버리는 도일.
도일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비보를 들은 영일은 홍콩으로 날아오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 석도(신우철)의 도움으로 도일의 뇌파가 활발하게 살아있다는 정보를 듣습니다. 그리고 영일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죽음의 문턱까지 가있던 도일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전투 특화 사이보그로 재탄생시킵니다.
몸 안에 전자칩이 장착된 채 비밀병기로 거듭난 도일은 석도, 수지와 함께 스리랑카의 별 일당의 본거지인 라오스와 캄보디아, 태국 국경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목적은 오직 하나, 악당 스리랑카의 별을 처단하고 빼앗긴 반도체 설계도를 되찾는 것!
가열찬 야심을 담아내지 못한 작은 그릇
한국 최초의 SF 영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바이오맨(1988)>은 전투병기 인조인간은 아놀드 슈월츠네거 Arnold Schwarzenegger 주연작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1984)>, 정글에서의 사투는 실베스터 스탤론 Sylvester Stallone 주연작 <람보 Rambo> 시리즈 중 첫 3부작(1982~1988), 최대 빌런 스리랑카의 별 캐릭터와 설정은 일련의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등 단지 한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졌고 한국 배우가 주연이라는 점을 빼면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을 레퍼런스 삼았다는 의혹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설정과 내용의 유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덕션의 엉성함이 영화 곳곳에 드러나다 보니, 주조연 한국 배우들은 물론이고 현지 배우들의 연기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엉성합니다. 주인공 장도일의 개과천선도 뜬금없고, 수지 한 캐릭터는 <007 시리즈>의 '본드걸'의 역할을 본뜬 듯하지만 그 설정 역시 부실하다 보니 캐릭터의 깊이는 따질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오프닝에 난데없이 흐르던 가수 조갑경의 주제곡도 어색한 선곡이었지만, 액션 시퀀스마다 흐르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스코어도 영화 자체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립니다.
제작된 지 30여 년이 훌쩍 지나, 박중훈 배우의 흑역사로 남아있다던가, 제작과 총감독을 맡았던 프로젝트의 실질적 총책임자였던 김청기 감독이 과거를 소회 하며 드러낸 아쉬움을 들으니, 영화 본편보다 어쩌면 제작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흥미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봉 당시 무지개극장에서 <바이오맨(1988)>을 봤을 때 느껴졌던 황망함이 아직도 감지되는 듯한데, 마침 김청기 감독이 영화 본편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바이오맨(1988)>을 보는 느낌 자체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영화 정보]
제목: 바이오맨(1988)
영제: Bio-Man
제작국가: 한국
감독: 조명화
캐스트: 박중훈, 신우철, 신미아, 남성훈, 현길수, 이혜진, 박동룡, 안대욱, 오요섭, 윤일봉 등
장르: SF/액션/스릴러
러닝타임: 97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989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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