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1960) - 전쟁이 남긴 상처에 관한 처절한 드라마
※ 글 내용 중에 영화 <두 여인(196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40~50년대 이탈리아 영화 산업의 황금기인 네오리얼리즘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감독이자 배우였던 비토리아 데 시카 Vittorio De Sica(1901~1974)가 연출한 <두 여인(La ciociara) Two Women(1960)>은 이탈리아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알베트로 모라비아 Alberto Moravia(1907~1990)가 1957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쟁 드라마입니다.
옴니버스 영화 <보카치오 70 Voccaccio '70(1962)> 중 '라 리파 La Riffa',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Ieri, oggi, doman) Yesterday, Today and Tomorrow(1963)><이탈리아식 결혼(Matrimonio all'italiana) Marriage Italian Style(1964)><해바라기(I girasoli) Sunflower(1970)> 등 비토리오 데 시카의 여러 대표작에 출연한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 Sophia Loren과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 Breathless(1960)><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1965)> 등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장 폴 벨몽도 Jean-Paul Belmondo(1933~2021)를 비롯, 당시 12세였던 이탈리아 배우 엘레노라 브라운 Eleonora Brown, 이탈리아 축구선수이자 배우였던 라프 발로네 Raf Vallone(1916~2002) 등이 출연했습니다.
전쟁의 공포로부터 어린 딸을 지키는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두 여인(1960)>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1944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몬테 카시노 전투 이후 로마와 라치오 지역에서 프랑스 원정군 소속 모로코 병사들에게 윤린 당한 이탈리아 여성 피해자들을 가리키는, 실제 벌어진 비극적 사태인 '마로키나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두 여인(1960)>은 1960년 12월 22일 밀라노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후, 다음 날인 12월 23일 이탈리아에서 개봉했고, 다음 해인 1961년 5월에 열린 1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소피아 로렌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1962년 15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27회 뉴욕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1961)>의 오드리 헵번 Audrey Hepburn(1929~1993), <허슬러 The Hustler(1961)>의 파이퍼 로리 Piper Laurie, <썸머 앤 스모크 Summer and Smoke(1961)>의 제럴딘 페이지 Geraldine Page(1924~1987),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1961)>의 나탈리 우드 Natalie Wood(1938~1981)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3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해 아카데미 감독상 부문에는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1920~1993)가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1960)>로 노미네이트 되었었습니다.
<두 여인(1960)>이 개봉한 지 28년이 지난 1988년, 원제인 <La Ciociara>, 영어제목은 <Running Away>인 이탈리아 TV미니시리즈로 리메이크되었는데요. 소피아 로렌이 1960년 작과 같은 체시라를 연기했고, 시드니 페니 Sydney Penny, 안드레아 오치핀티 Andrea Occhipinti, 로버트 로지아 Robert Loggia(1930~2015) 등이 출연했습니다. 1992년 알 파치노 Al Pacino 주연작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여인의 향기(Profumo di donna) Scent of a Woman(1974)> 오리지널 영화 등을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디노 리시 Dino Risi(1916~2008)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지난 2015년 6월에는 이탈리아 작곡가 마르코 투티노 Marco Tutino가 작곡하고, 이탈리아 소프라노 안나 카레이나 안토나시 Anna Caterina Antonacci가 체시라 역을 맡은 오페라로도 제작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습니다.
영화 <두 여인(1960)>의 원제인 'La ciociara'는 이탈리아 로마 남동부 일부 빈곤 지역을 일컫는 '치오키아리아(Ciociaria)' 출신 여성을 뜻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체시라(소피아 로렌)은 로마에서 홀로 가게를 운영하며 신앙심이 깊은 열두 살 난 딸 로제타(엘레오노라 브라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마가 폭격당하자 체시라는 로제타를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치오키아리아로 피난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로마를 떠나기 전날 밤, 체시라는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이웃 석탄가게 사장인 지오바니(라프 발로네)와 하룻밤을 보내고는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오바니에게 자신의 가게를 돌봐달라 부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치오키아리아에 도착한 체시라와 로제타는 마을에서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젊은 지식인 미켈레(장 폴 벨몽도)의 관심을 받습니다. 특히 로제타가 미켈레에게 크게 의지하면서 모녀와 미켈레 사이에는 서서히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얼마 후, 마을에 나타난 독일군이 미켈레를 인근 산악지대 길안내를 하도록 포로로 사로잡아 끌고 갑니다.
1944년 6월, 연합군이 로마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은 체시라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치오키아리아를 떠나 로마로 향하던 체시라와 로제타가 잠시 머물던 교회에 이탈리아 군대에 소속된 모로코 군인들이 들이닥칩니다. 모로코 군인들에게 몹쓸 짓을 당한 체시라와 로제타는 몸을 추스르고 다시 길을 재촉하지만, 극심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로제타는 더 이상 어리기만 한 딸이 아니게 됩니다.
건조한 시선의 카메라에 담긴 소피아 로렌의 열정적 열연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작품답게 영화 <두 여인(1960)>은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은 체시라와 로제타 모녀의 모습을 시종일관 덤덤한 시선으로 화면에 담아냅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결코 선정적인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고 간결하게 축약하면서도 배우들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의 여파를 관객에게 전하는데요.
특히 아카데미상과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인정받은 소피아 로렌의 명연기는 역시 대단하고, 장 폴 벨몽도의 청초한(?) 이미지는 새롭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두 여인(1960)
원제: La ciociara
영제: Two Women
제작국가: 이탈리아/프랑스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캐스트: 소피아 로렌, 장 폴 벨몽도, 엘레오노라 브라운, 카를로 닌치, 라프 발로네, 안드레아 체치, 푸펠라 마지오 등
장르: 전쟁/드라마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60년 12월 23일(이탈리아)/1961년 5월 17일(프랑스)
주요 수상내역:
1962년 3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소피아 로렌)
1962년 15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여우주연상 수상(소피아 로렌)
1962년 19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 외국어 영화상 수상
1961년 1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소피아 로렌)
1962년 27회 뉴욕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수상(소피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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