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올가미(199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가미(1997) - 아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올해로 개봉 25주년을 맞이한 본격 '시월드' 사이코 스릴러 영화 <올가미 The Hole>는, <손톱>에 이은 김성홍 감독, 여혜영 각본 콤비의 두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신혼부부를 연기한 최지우, 박용우 배우는 20대의 풋풋한 매력을 숨기지 못하고, 외아들에 대한 초현실적이고 초극단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사이코 시어머니 역의 故 윤소정 배우의 연기가 압권인 영화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외아들 동우(박용우)만 바라보며 살고 있는 50대 엄마 진숙(윤소정). 2층 집에서 동우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꿈결처럼 감미롭던 진숙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동우가 결혼할 여자라며 수진(최지우)을 소개한 그날, 진숙의 완벽하던 삶은 와장창 깨져버립니다.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진숙, 약속 장소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수진, 오시는 길일 거라며 천하태평인 동우. 하지만 그 시각 진숙은 아들 동우의 갑작스러운 결심에 치를 떨며 분노하며 화장대 거울에 펀치를 먹여 손이 피범벅이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우와 수진의 결혼식. 부모님을 여읜 수진은 시어머니와의 새로운 생활에 들뜨지만, 진숙의 진면목은 아들 동우가 출근하고 나서 단둘이 남았을 때 밝혀집니다. 반갑게 수진을 맞이할 때는 언제고 금세 정색하며 차갑게 대하는 진숙. 매사가 신경 쓰이는 수진은 동우에게 조심스럽게 상의하지만, 단둘이서 내내 살다가 새 식구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런 걸 거라며 이번에도 천하태평인 동우.
하지만 진숙이 다 큰 아들의 온몸 구석구석을 씻기는 광경에 기겁을 한 수진은 모자간에 뭔가 묘한 기류를 눈치챕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우의 속옷 빨래를 계속 고집하는 진숙과 이를 만류하는 수진이 계단참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진숙은 수진을 확 밀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진숙의 히스테리는 점점 더 극에 달해 급기야 수진의 머리채를 잡고 욕실로 끌고 가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물고문까지!
이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수진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리고, 동우는 죽고 싶지 않다며 외치며 집을 나간 수진의 절규로 급기야 진숙의 만행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도 짐을 싸며 나가겠다고 선언한 동우. 그런 상황에서도 이제 둘만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진숙에게 동우는 이럴 거면 결혼을 왜 허락했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어릴 때부터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주지 않은 적이 있냐며, 수진도 장난감 중 하나일 뿐이라 답하는 진숙의 말에 기겁하는 동우. 짐 싸던 손을 재촉해 남은 짐까지 모조리 싸는 동우에게, 너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한단 말도 한 번 못 했다면서, 식칼로 팔을 그어 자해하는 진숙. 이를 말리는 동우와 진숙의 몸싸움이 시작되는데...
과연 이 소름 끼치게 무섭고 충격적인 시월드의 비극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극단적인 고부갈등 스릴러
요즘 유행 중인 TV 프로그램 중에 채널A에서 방송 중인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 부부>가 있습니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고심하는 아내나 남편, 시댁과의 갈등으로 고통받는 며느리, 처가와의 갈등에 시달리는 남편 등의 사연을 토대로 재연배우들의 열연이 가미된 영상을 보면서 패널들이 놀라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며, 패널 중 정신과 전문의와 변호사가 나름 전문적인 조언까지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영화 <올가미>의 이야기는 뭔가 <애로 부부>에 소개될 법한 느낌의 외아들에 대한 시어머니의 집착 스토리입니다. 엄마의 아들, 특히 외아들에 대한 집착은 근친상간으로 오인받을 만한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영화화되는 소재는 아니지만, 1998년 개봉한 제시카 랭,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블러드라인 Hush>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수위는 <올가미>가 훨씬 높습니다. 세상에,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고백을 못 한 어머니라뇨! 특히나 저 대사가 故 윤소정 배우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더욱 소름 돋습니다. 그만큼 <올가미>에서 진숙의 역할은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로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아우라를 내뿜습니다. 동우와 함께 있을 때와 없을 때 180도로 돌변하는 표정은 다시 봐도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입니다.
여혜영 작가, 김성홍 감독은 전작 <손톱>에 이어 이번 <올가미>에서도 '여성의 적은 여성', 즉 '여적여' 설정을 친구 관계에서 고부 관계로 옮겨가 다시 강조합니다. <손톱>의 정민(이경영)과 <올가미>의 동우(박용우)의 역할이 미미한 것도 공통점 중 하나이고요. <올가미>에서 수진이 진숙의 만행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상황은 꽤 답답한데, 결국 동우 옆에서 숨을 거둔 진숙과 동우의 합동 장례 후에 두 사람의 유골을 하나로 합쳐 뿌려주는 엔딩에 이르면 수진의 행동이 좀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아쉬운 지점도 있기는 하지만, 연이어 스릴러 장르를 연출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위상을 구축했던 김성홍 감독은 이후 시도는 신선했던 절반의 성공을 거둔 호러 코미디 <신장개업 (1999)>을 거쳐 본격 사이코 스릴러 <세이 예스 (2001)>의 실패 이후, 2000년 대에는 스릴러 졸작인 <실종 (2009)>과 <닥터 (2012)>를 연달아 내놓아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올가미
영제: The Hole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성홍
캐스트: 윤소정, 최지우, 박용우, 문수진 등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97년 11월 1일
주요수상내역:
1998년 3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 수상 - 최지우
1998년 21회 황금촬영상 3개 부문 수상 - 금상(이동삼), 준회원특별상(신범섭), 신인여우상(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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