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2007) - 추억을 일깨우는 바로 그 맛
※ 글 내용 중에 영화 <라따뚜이(200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07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며 누가 그러란 것도 아닌데, 치를 떨며 싫어했던 바로 그 영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Ratatouille>를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지난날 저의 경솔함(?)에 눈물의 반성을 하며, 진하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떤 영화는 '금사빠'처럼 보자마자 반해버리기도 하지만, 이 영화처럼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서야 깨닫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예전엔 분명히 좋아하던 영화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영화들도 조만간 포스팅해 보려 합니다.
너를 다시 보게 됐어
5년 전쯤, 파리 디즈니랜드에 갈 기회가 있었고, 거기에서 당시 핫한 어트랙션 '라따뚜이: 디 어드벤처 Ratatouille: The Adventure'도 체험하고 테마 레스토랑에서 그 '라따뚜이'도 맛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구스토 레스토랑을 완벽하게 재현한 외관부터 레스토랑 안에서 쥐의 관점으로 엄청난 모험이 펼쳐지는 라이드 경험도 훌륭했고, 지금 그 맛을 떠올리라면 뭔가 심심한 야채 찌개 같은 맛이었나,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실제 라따뚜이 요리를 맛보는 것까지 이어지는 체험은 꽤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그 영화를 다시 본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가진 채 또다시 5년이 흘러, 드디어 다시 보게 된 겁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탁월한 미각, 재빠른 상황판단과 대처능력, 누구 못지않는 피 끓는 열정까지 겸비해 1등 셰프가 될 자질이 충분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쥐로 태어난 태생적 한계를 지닌 잘 나서 슬픈 생쥐 레미.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던 레미는 하다 하다 하수구에서 길까지 잃고 헤매다 운명처럼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 구스토에 닿습니다.
거기서 마주친 수습 조리사 링귀니. 세상 둘도 없이 어벙 벙한 데다 셰프로서의 재능 따윈 없어 보이는 링귀니는 손만 댔다 하면 사고가 터지는 골칫덩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맞닥뜨린 레미와 링귀니! 레미의 요리 본능이 링귀니의 머리채(?)와 만나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기까지 고군분투가 이어집니다.
잘 알지도 못했으면서
1995년 <토이 스토리 Toy Story>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은 늘 평타 이상이거나 최고 거나, 무엇 하나 크게 뒤쳐지는 작품 없이 늘 탄탄한 스토리와 기술력이 합쳐진 매끈한 완성본을 세상에 내놓고 있습니다. 제가 <라따뚜이>를 싫어했던 포인트는 두 군데, 생쥐 주제에 사람 머리끝을 붙잡고 지시를 해?라는 인간 우월주의(?)와 쥐떼가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도 징그러웠던 기억입니다. 고백하건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볼 때 몹시 고단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점도 떠오르고, 그러다 와다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쥐떼 장면에서 몸서리를 쳤던 그 기억의 끝을 잡고 내내 싫어했던 걸 깨달았습니다.
링귀니와 레미 콤보는 픽사 영화 답게 끝 간 데 없이 악독하지는 않은 은은한 빌런을 상대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완벽한 라따뚜이 요리를 내놓아 악명 높은 요리평론가의 마음까지 사로잡습니다. 역시나 픽사 답게 예측 가능하고, 해피 엔딩이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은 틀리지 않았지만, 정해진 길대로 뻔하게 가지 않고, 잠깐씩 옆길로 새면서도 다시금 중심을 잡아 우직하게 밀어붙입니다. 링귀니와 꼴레뜨와의 티키타카도 극의 재미를 위한 귀여운 요소로 제 몫을 톡톡이 합니다. 결국 80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면서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그래픽은 세심하고 아름다우며, 방금 내온 라따뚜이 요리처럼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듯한 따스한 감성까지, 이 영화를 싫어할 이유를 단 한 가지도 이제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라따뚜이 요리 자체는 낯설고 낯선 데다 한 번 맛본 경험 자체도 기억 속 저편에 가물거리지만, 그 따뜻한 느낌만은 계속 간직할 것 같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라따뚜이
원제: Ratatouille
제작국가: 미국
감독: 브래드 버드
캐스트: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브라이언 데니, 재닌 가로팔로, 이안 홈, 피터 오툴 등
장르: 애니메이션/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14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07년 6월 28일(한국), 2007년 6월 22일(미국)
주요수상내역
2008년 80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
2008년 65회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2008년 61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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