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서치(2018)>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치(2018) -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꽉 채워진 숨 막히는 102분
러시아 태생 감독 겸 제작자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Timur Bekmambetov가 제작한 신인 감독 아니시 차간티 Aneesh Chaganty이 공동 각본 및 첫 장편 연출을 맡은 영화 <서치 Searching>는 102분의 러닝타임 전체가 컴퓨터 화면, 스마트폰, 뉴스 화면만으로 구성된 독특한 스타일의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2018년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소니 산하 스크린 젬스 Screen Gems에 픽업되어 2018년 8월 개봉한 <서치>의 제작비는 88만 달러 (약 10억 원). 그리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7,550만 달러 (약 920억 원)의 성적을 거둬, 제작비 대비 거의 100배 가까이 수익을 기록한 성공작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캘리포니아주 산 호세에서 딸 마고(미셸 라)와 단둘이 살고 있는 데이비드 킴(존 조). 데이비드의 아내 파멜라(사라 손)는 마고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림프종으로 사망했습니다. 어느 날 밤, 데이비드가 잠든 사이 걸려온 마고의 전화 세 통.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 학교 수업 후 피아노 레슨을 갔으리라 짐작한 데이비드는 피아노 선생에게 연락해 보지만, 마고가 이미 반년 전부터 레슨을 받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꼬박꼬박 레슨비를 챙긴 마고가 그 돈을 모아, 이제는 삭제된 모바일 계좌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낸 데이비드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이 담당 형사로 배정됩니다. 마고의 SNS 계정을 살펴보던 데이비드는, 엄마 파멜라의 죽음 이후 마고가 큰 슬픔에 빠져 외로워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와중에 마고가 가짜 운전면허증을 만들었다고 데이비드에게 알리는 로즈메리 형사. 게다가 마고가 차를 몰아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교통 감시 카메라 영상을 증거로 보여주며, 아무래도 마고가 가출을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중,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유캐스트'에 올려진 마고의 예전 영상들을 조사하던 데이비드는 '피시 앤 칩스 fish_n_chips'라는 닉네임을 쓰는 젊은 여성이 마고의 영상에 댓글을 자주 달았고, 둘이 꽤 친하게 지냈음을 알아냅니다. 로즈메리 형사는 '피시 앤 칩스' 닉네임 사용자가 마고의 실종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마고가 실종되었을 즈음에 '피시 앤 칩스'가 핏츠버그에서 목격되었다고 데이비드에게 알려줍니다. 마고의 텀블러 계정을 보던 데이비드는, 마고가 바보사 호수에 자주 갔음을 확인합니다. 그곳은 바로 마고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고속도로 근처. 호숫가에서 마고의 소지품인 포켓몬 열쇠고리를 발견하는 데이비드. 경찰은 호수 아래에 잠긴 마고가 몰던 차를 건져내지만, 차 안에는 마고의 시신 대신 피아노 레슨비가 든 봉투만 있었습니다. 수색대가 주변을 샅샅이 살피지만, 다가오는 폭풍 때문에 수색 작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
마고는 왜 그 호수를 찾아간 걸까요? 데이비드는 마고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는 컴퓨터 화면에 뜬 사진, 기사, 영상, SNS 계정들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드러낼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아갑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살려준 기발한 스토리텔링
영화의 오프닝은 마고가 태어나면서 데이비드, 파멜라가 부모가 되고, 2명의 가족이 3명이 되고, 아기 마고가 자라는 동안의 중요한 순간들과 파멜라가 림프종 진단을 받아 투병하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마고의 고등학교 입학식 날 데이비드와 마고 둘만의 사진이 보이기까지 6분 남짓한 시간 동안 10여 년의 시간을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컴퓨터 화면만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장치는 사진들 뿐 아니라, 윈도우 버전이 바뀌고 로그인 계정과 폴더가 만들어지고 일정표가 바뀌는 등 도구들을 백분 활용합니다. 이 인상적인 오프닝은 픽사 애니메이션 <업 Up (2009)>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일정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나열하기에 더없이 효과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흐뭇함과 뭉클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시퀀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마고와 아내 없이 혼자 딸을 돌봐야 하는 아빠 데이비드는 윈도우에서 맥으로 넘어와 아이폰 전화통화,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등을 활용한 부녀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실종된 마고의 행적을 쫓는 동안 손 빠른 데이비드의 검색 능력과 맥북의 다양한 기능, 온갖 SNS 계정의 접속 방법을 동원하는 방법들은 감탄스럽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면서 발견하는 중요한 증거물들 또한 모두 데이비드의 면밀한 관찰 덕에 속속 드러나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런 아이디어를 짜낸 명민한 각본에 놀라게 됩니다. 실제 영화의 촬영 기간은 13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사전 준비와 편집,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포함한 후반 작업까지 2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화면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겠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도 나름 치밀합니다. 그냥 지나쳤을 마고의 SNS 계정, 온라인 뉴스 기사, 사고 현장의 증거 사진 등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내고 이를 파헤치는 데이비드의 맹활약은 여느 범죄 수사물 못지않게 긴박감이 넘칩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저러다 어느 순간 컴퓨터 화면 밖의 데이비드를 보여주겠지 생각했는데 이는 커다란 오산이었습니다. 영화는 끝까지 컴퓨터 화면을 벗어나지 않고 사진과 영상 등을 조합하여 실체를 밝혀내고, 엔딩까지 이어집니다.
이야기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데이비드를 연기한 배우 존 조의 존재감도 상당합니다. '분노한 아버지의 복수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테이큰 Taken> 시리즈의 리엄 니슨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데, 화려한 액션 없이도 총을 쏴대지 않아도 오로지 컴퓨터 화면만으로 긴장감을 드높입니다.
영화 <서치>는 소니 배급작이라 그런지, 넷플릭스에서 우리말 더빙으로도 서비스됩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서치
원제: Searching
제작국가: 미국
감독: 아니시 차간티
캐스트: 존 조, 데브라 메싱, 미셸 라, 사라 손, 조셉 리 등
장르: 범죄/미스터리/스릴러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18년 8월 29일 (한국)/2018년 8월 31일 (미국)
주요수상내역:
2018년 선댄스 영화제 Alfred P. Sloan Feature Film Prize, 관객상 수상
2019년 34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존 조)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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