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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20년대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 영화(映畵)에 대한 사랑의 시(詩)

by 조브라이언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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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 영화(映畵)에 대한 사랑의 시(詩)

배우 윤여정, 정유미 주연의 단편 영화 <산나물 처녀 (2016)>로 주목받았던 김초희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 Lucky Chan-sil>는 영화를 사랑해서 영화일을 하기 시작한 주인공 이찬실 PD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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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술 먹기, '이 중에서 뫄뫄 할 것 같은 사람' 찍어서 많이 지목받으면 술 먹기 등등 술 먹기 내기 좋아하는 지감독의 신작 영화 고사 뒤풀이 자리에서 지감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크랭크인을 앞둔 영화가 엎어지고, 영화의 PD 찬실(강말금)은 갑자기 실직자 신세가 됩니다. 차도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꼭대기에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날, 영화 스태프 후배들이 이사를 돕는 찬실은 일면 '인복'은 있어 보입니다. 처음 만난 집주인 할머니(윤여정)는 무뚝뚝해 뵈지만 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그래도 밥벌이는 해야겠기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안일을 봐주기로 하면서 '일복'을 찾아갑니다. 그러다 소피의 불어 과외 선생인 영(배유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가슴 설레는 찬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자칭' 장국영이라는 남자(김영민)는 엄동설한에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에 머리 모양을 보면 언뜻 장국영을 닮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것과 직업으로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문제가 양립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찬실. 호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마음을 알아가고 싶은 영은 자신이 좋은 누나로만 보인다 그러고, 소피의 집안일을 봐주는 일이 현재로서는 생업인데 그 집을 드나드는 안면 있는 스태프들이 신경 쓰이고, 엉뚱한 남자 장국영은 불현듯 나타나 선문답 같은 이야기만 쏟아내고... 인복도 일복도 바닥을 치는 찬실이는 그 모든 복도 다 찾고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을까요?


영화에 대한 수줍은 사랑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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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불어 과외 선생 영과 술을 마시던 찬실은 술집 분위기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분위기가 난다고 합니다. 뭔가 씨네필 출신일 것 같더라니, 역시! 그러자 영은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고 하고 찬실은 그게 못내 마뜩잖습니다. 그리고 자칭 장국영이 자꾸 꿈을 포기하려는 찬실을 독려하기 위해, 찬실이 간직해 온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몰래 꺼내 카세트 플레이어에 넣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90년대 씨네필들이라면 결코 한 번만 듣고 넘어갔을 리가 없는 추억의 FM 라디오 프로그램 '정은임의 영화음악'이 흐르고, 초대손님으로는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나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을 소개할 참입니다. 그 영화를 보고 영화인이 될 꿈을 꾸지 않았냐며 찬실에게 묻는 장국영. 찬실의 몸 안에 흐르는 씨네필의 피를 은근슬쩍 알려주는 이 친절한 두 장면을 보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억눌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찬실을 연기한 강말금 배우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거쳐 30세에 연기를 시작했다는 강말금 배우의 첫 장편 영화 주연작인 이 영화에서, 씩씩한 태도를 잃지 않는 찬실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 내며 중심축을 굳건히 잘 지켰습니다. 소피 역의 윤승아 배우, 영 역의 배유람 배우, 장국영 역의 김영민 배우와의 호흡도 모두 좋았지만, 특히 집주인 할머니 역의 윤여정 배우와 등장하는 장면들은 특히 더 좋았습니다. 찬실이에게서 글자를 배운 집주인 할머니가 쓴 짧은 시를 읽고 울음을 터뜨리는 찬실처럼, 저도 뭉클한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명장면 중 으뜸으로 꼽고 싶습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제: Lucky Chan-sil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초희

캐스트: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등

장르: 드라마/로맨스/판타지/코미디

러닝타임: 96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20년 3월 5일/2020년 11월 26일(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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