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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20년대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2021) - 그래도 시리즈는 이어져야 한다

by 조브라이언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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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202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2021) - 그래도 시리즈는 이어져야 한다

1998년 시작된 '여고괴담'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인 <여고괴담 5: 동반자살 (2009)>이 거의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2년 후, 시리즈 전체로 따지면 1편 개봉 후 23년이 지난 2021년,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Whispering Corridors 6: The Humming>가 개봉했습니다.

 

그보다 1년 전인 2020년, 24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된 후 거의 1년이 지나 정식 개봉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기는 했습니다. 개막작 상영 당시 러닝타임이 117분이었는데, 최종 개봉판은 108분 (추후에 나온 감독판은 109분)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도 뭔가 좀 의아하긴 했지만, '여고괴담'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 6번째 시리즈를 놓칠 수 없기에 개봉 직후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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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된 은희(김서형)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은희는 부임하자마자 첫 번째 회의 시간에서 상담교사가 부재중이니 자신이 상담 업무를 맡겠다고 자청하고, 그런 은희가 못마땅한 교장 석공녀(김성녀). 하지만 부임 이후 은희의 주변에 정체 모를 여고생이 나타나고, 은희의 귀에 환청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한편, 반항미 넘치는 학생 하영(김현수)은 '고스트 스팟'이라 불리는 폐쇄 공간 앞을 막아둔 캐비닛에서 굴러 떨어진 반지를 발견하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그 공간에 발을 디딥니다.

 

은희 앞에 나타나는 의문의 여고생의 환영은 실내화 한짝만 신은 채 학교를 돌아다니고, 이로 인한 괴로움을 덜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지만 은희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반장을 맡기 전까진 5등이었던 문정(김지혜)이 갑자기 1등을 한다며, 담임 박연묵과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며 은희에게 상담을 청한 예지(이지원). 알고 보니 박연묵이 반장이 된 학생을 집으로 따로 초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희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연묵의 집을 찾습니다. 은희는 거기서 반강제로 몹쓸 짓을 당하기 직전의 문정을 구해내고, 그동안 연묵이 촬영한 학생들의 영상이 담긴 태블릿을 뺏어 나옵니다. 하영의 친구 수경(이다혜)도 연묵에게 같은 일을 당했으나, 연묵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억울한 마음에 자살했던 것.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재단 이사장 조카인 연묵의 눈치를 보며 진실을 덮자고 우기는 교장 석공녀.

 

대체 새빛여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은희 앞에 불현듯 나타나는 여고생의 환영은 누구일까요?


너무 많은 재료를 담고 끓이다 넘쳐버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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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개봉 이후 10여년이 훌쩍 지나,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대로 접어들었지만,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안의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중압감은 여전합니다. 학생들이며 교사의 손에는 모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지만, 영화는 자꾸 과거를 돌아봅니다.

 

4편 <목소리>에서 음악 교사 희연으로 출연한 적 있는 김서형 배우가 6편에서는 교감으로 다시 참여하게 된 점은 캐스팅의 묘미. 그리고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통이었던 새롭게 발굴된 신인 배우가 아닌, <펜트하우스>의 배로나를 연기한 (그 전에도 이미 많은 작품에서 연기했던) 김현수 배우와 역시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최리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기존의 시리즈와의 차별점은 이런 캐스팅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5편까지 다룬 이야기들의 중심은 늘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질투, 집착, 경쟁, 우정 등이었다면, 6편 <모교>에서는 교감 은희와 문제아 하영, 두 사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되던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를 폭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후반부 반전은 은희가 겪은 '역사적 아픔으로 남아있는 그날' 벌어졌던 이야기로 귀결되어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은 분명 1980년 5월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러면 교감이 된 은희가 속한 시대는 영화 공개일 기준으로 2020년일 겁니다. 두 시간대에는 40년의 간극이 있는데, 그러면 과거의 은희가 고1이었다고 해도 16~17살이면, 현재의 은희는 50대 후반이어야 하는데... 그러면 은희를 연기한 김서형 배우가 40대 후반 즈음이면, 약 30년 후라 치고 그러면 2010년대라고 친다면, 영화 속에 굳이 등장하는 학생들의 문자메시지로 나누는 대화 CGI는 딱 요즘 유행하는 카톡 스타일이라 이것도 맞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시간대 계산은 그만두겠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시대적 아픔을 현재의 공포에 대입하려던 포부는 컸으나, 이를 다루는 방식은 너무 거칠어서 두 시대의 이야기는 서로 합쳐지지 못하고 겉돌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공감도 감동도 충격도 느낄 수 없었고, 그저 황망하기만 했습니다. 반전을 위한 장치들은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라 (떨어진 문고리라던가) 오히려 촌스러웠고, 권해효 배우가 연기한 수위 아저씨도, 이주실 배우가 연기한 미숙이 할머니도 후반부를 위해 배치된 조연이긴 하지만 역할이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국 1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박스오피스 결과로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여고괴담' 시리즈는 꼭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기일전하여, 제대로 '리부트' 되어 7번째 영화가 제작되기를 기원합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영제: Whispering Corridors 6: The Humming
제작국가: 한국
감독: 이미영
캐스트: 김서형, 김현수, 최리, 김형서, 권해효 등
장르: 호러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21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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