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1997) - 너무 심각하지 않게 적당히 즐길 만한 정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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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컨스피러시(199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컨스피러시(1997) - 너무 심각하지 않게 적당히 즐길 만한 정치 스릴러

<리쎌 웨폰 Lethal Weapon> 시리즈와 <매버릭 Maverick (1994)>으로 호흡을 맞춘 리처드 도너 Richard Donner 감독과 멜 깁슨 Mel Gibson의 5번째로 협업한 영화 <컨스피러시 Conspiracy Theory>. 여기에 1990년대 최고의 티켓 파워를 과시하던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가 가세한 정치 스릴러입니다. 아예 제목부터 직관적으로, '음모론'을 뜻하는 'Conspiracy Theory'인데, 우리나라 개봉제목에서는 '번데기' 발음이 포함된 'theory'를 '띠어리'라고 어색하게 쓰느니 그냥 떼 버리고, 한글 표기를 했을 때 위화감이 덜하다는 판단에서였는지 '음모', 즉 '컨스피러시 Conspiracy'만 남겼습니다.

 

<L.A. 컨피덴셜 L.A. Confidential>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헬겔랜드 Brian Helgeland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토대로 제작됐는데, 멜 깁슨은 1999년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페이백 Payback>의 주연을 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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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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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사고는 정부의 계략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정치적 음모론을 신봉하는 뉴욕의 택시운전사 제리(멜 깁슨)는 시시때때로 법무부 소속 변호사인 앨리스(줄리아 로버츠)를 불쑥 찾아가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설명합니다. 노상강도에게 당할 뻔했던 자신을 구해줬던 전력이 있어 제리의 방문을 마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제리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는 앨리스. 심지어 제리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늘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앨리스는 그저 갑자기 살해당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의 실체를 알아내고 싶어 합니다. 한편, 자신의 주변에서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제리는 그들이 미 중앙정보국 CIA 소속 요원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들의 뒤를 쫓아 들어간 어느 건물 안에서 감금됩니다. 눈꺼풀을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환각제를 주입하는 등 고문을 자행하며 누군가 제리를 심문합니다. 환각 증상이 제리를 덮치면서 공포감에 휩싸인 제리는 심문하는 이의 코를 물어뜯고 온 힘을 다해 그를 걷어찬 뒤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제리의 뒤를 쫓는 일당은 다시 병원에 제리를 감금하고, 이번에는 제리에게 수갑을 채워 병상에 고정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제리에게 수면제를 투약해 잠을 재워버리려 합니다. 자신을 찾아온 앨리스에게 맞은편 환자와 자신의 차트를 바꿔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제리.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이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며 다급하게 설명합니다. 다음 날 병원을 다시 찾은 앨리스는 제리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사인은 심장마비. 병원에는 CIA와 FBI 요원들이 모여있고, 그중 CIA 소속 정신과 전문의 조나스 박사(패트릭 스튜어트)의 코가 부상을 입은 것을 본 앨리스. 그 와중에 죽음을 면한 제리는 병원 탈출을 시도하고, 앨리스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데... 과연 제리의 음모론은 그저 제리의 망상이었을까요? 아니면 제리의 말대로 무언가 엄청난 정부의 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이 사실일까요? 앨리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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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재를 적절하게 살린 정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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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봉 25주년을 맞은 영화 <컨스피러시>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두 배우,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의 처음이자 현재까지로는 마지막 공연작입니다. 정치적 음모론에 심취하여 끊임없이 대사를 내뱉는 제리 역을 맡은 멜 깁슨의 연기가 꽤 인상적입니다. 커다란 눈망울을 아롱거리며 앨리스에게 자신의 음모론을 설파하는 제리의 간절함은 설사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해도 믿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시나리오가 품으려 했던 정치적 음모론은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사실로 드러나고, 조나스 박사를 연기한 패트릭 스튜어트가 그 모든 사단의 원흉인 최종 빌런으로 드러나지만, 그 또한 어떤 의미에선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조나스 박사도 더 큰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그렇게 살인 병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의 우두머리가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니, 영화에서 음모론의 실체가 밝혀지는 클라이맥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이다와 고구마를 절반씩 입에 문 느낌이었달까요.

 

후반부에서 떡밥을 모조리 회수하려니, '입전개'에 의존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조금 사드라든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앨리스 캐릭터가 너무 쉽게 조나스 박사의 말에 속아 넘어가 제리를 적대시하다가, 또 그동안의 모든 오해가 삽시간에 풀어지는 등, 일관성이 조금 부족했던 게 아쉽기도 했고요. 그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 당대의 최고 스타의 협연을 보는 재미는 확실합니다. 요즘과 같은 스마트 기기가 없던 시대라 그렇지, 제리가 꾸며놓은 자신의 아지트를 폭파시키는 장면은 여느 최신 장비로 꾸려놓은 공간보다 훨씬 정교하게 꾸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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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컨스피러시>를 떠올리면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노래 "Can't Take My Eyes Off You". 미국 록밴드 포 시즌스 The Four Seasons의 프런트맨이었던 프랭키 밸리 Frankie Valli가 1967년 4월에 발매한 곡인데요. 빌보드 싱글차트인 Hot 100 2위까지 오른 히트곡이면서, 로린 힐 Lauryn Hill이 리메이크하여 자신의 데뷔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에 수록하기도 했었죠. 그 외에도 많은 가수들이 커버했지만, 제게 가장 익숙한 버전은 역시 노르웨이의 록밴드 아하 A-ha의 리드싱어 모튼 하켓 Morten Harket이 1993년 리메이크하여, 댄 애크로이드 Dan Aykroyd 주연의 SF 코미디 영화 <콘헤드 대소동 Coneheads>에 삽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됐던 MBC 예능프로그램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에서도 매 방송마다 들을 수 있었고, 아마 그런 이유로 모튼 하켓의 버전이 가장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영화 <컨스피러시>에 관한 글이니, 마무리는 영화에 수록된 프랭크 밸리가 부른 버전으로 들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Can't Take My Eyes Off You by Frankie Valli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컨스피러시

원제: Conspiracy Theory

제작국가: 미국

감독: 리처드 도너

캐스트: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패트릭 스튜어트 등

장르: 스릴러/미스터리

러닝타임: 135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97년 9월 6일 (한국)/1997년 8월 8일 (미국)

 

주요 수상내역:

1998년 4회 블럭버스터 엔터테인먼트 서스펜스 부문 어워즈 3개 부문 수상 - 남자배우인기상(멜 깁슨), 여자배우인기상(줄리아 로버츠), 남자조연인기상(패트릭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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