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혈의 누(2005)>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혈의 누(2005) - 핏빛 공포에 절은 범죄 스릴러
<번지 점프를 하다(2000)>로 데뷔한 김대승 감독의 2번째 장편영화인 2005년작 <혈의 누 Blood Rain>은 19세기 조선시대 말엽,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섬 동화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조사관의 수행관 원규가 이후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범죄 스릴러입니다.
차승원, 박용우, 지성 등 세 주연 배우를 위시하여, 윤세아, 최종원, 박철민, 유해진, 정규수 등 묵직한 캐스트와 미술, 의상, 촬영, 음악 등 영화를 구성하는 기술 요소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탄탄한 스토리에 힘을 실어 완성된 수작입니다.
2005년 5월 4일 개봉하여, 2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본 흥행 성공작이면서, 2006년 42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때는 1808년, 장소는 제지업이 섬 전체를 먹여 살리는 주력 산업인 외딴섬 동화도. 생산하는 제지의 특출 난 품질이 인정을 받아 나라에 진상을 할 정도의 수준인 그곳에서 순조로운 출항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던 중, 제를 관장하던 무당에게 객주 강승률(천호진)의 원혼이 빙의합니다. 그리곤 무당의 입을 빌어, 자신의 억울한 죽음의 원흉인 김치성 대감(오현경)에 대한 사무친 원한으로 동화도에 피 비가 내려 모든 주민들의 피를 말리고 살과 뼈를 발라버리겠다는 저주의 말을 쏟아냅니다. 이내 피를 토해내고 혼절하는 무당. 그리고 나라에 진상하기 위한 종이가 실린 배가 모조리 불타 버립니다.
얼마 후, 의문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양에서 급파된 조사관 최 차사(최종원)와 수행관 원규(차승원)가 동화도에 도착하고, 원규가 도착한 그날부터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기원제에서 있었던 강승률의 저주에 관해 함구하는 섬사람들과 제지소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한 원규. 특히 저주가 실제 일어날까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을 압박하는 듯한 김치성 대감의 외동아들 인권(박용우)의 태도가 원규의 촉에 감지됩니다.
과연 강승률의 억울한 죽음에 어떤 음모가 감춰져 있었을까요? 시종일관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일관하는 인권이 숨기려는 비밀은 무엇이었을까요?
범죄 스릴러로서는 합격점, 미스터리물로서는 약간 미달
영화 <혈의 누>는 진범의 실체를 꽁꽁 싸매두었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펑! 터뜨리는 본격적인 추리물보다는, 수위 높은 살해 방법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을 차례차례 처단하는 연쇄살인극으로서 더 매력 있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살인 방법에는 조선시대의 제지소라는 장소 배경을 백분 활용한 시설, 도구가 동원되는데, 초중반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진범을 짐작하는 것이 가능한 얼개라 본격적인 추리극을 즐기려던 생각은 김이 조금 빠집니다. 하지만, 객주 강승률의 처형 방법이나 종이를 이용한 살인 방법 등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 또한 사극 영화에서 보기 드문 도전이었다고 볼 수 있고, 조영욱 음악감독의 스코어가 작품 전체를 워낙 효과적으로 감싸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크게 허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피 비가 내리는 장면은 다시 봐도 역시 섬뜩한 장면이었으나, 지성 배우가 연기한 두호 캐릭터가 내내 뭔가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잡다가 정작 진범 인권이 처단당한 후에, 여전히 저주의 두려움에 절은 섬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설정은 의아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혈의 누
영제: Blood Rain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대승
캐스트: 차승원, 박용우, 지성, 윤세아, 최종원, 천호진, 오현경, 박철민, 유해진, 정규수 등
장르: 범죄/미스터리/스릴러
러닝타임: 119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05년 5월 4일
주요 수상내역:
2005년 13회 춘사영화제 7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박용우), 촬영상, 조명상, 기술상, 편집상
2005년 42회 대종상 2개 부문 수상 - 미술상, 의상상
2005년 25회 영평상 기술상 수상
2005년 25회 영평상 10대 영화 선정
2005년 26회 청룡영화상 기술상 수상
2005년 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3개 부문 수상 - 미술상, 시각효과상, 음향상
2006년 42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수상
2006년 17회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영판타스틱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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