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 눈물이 주룩주룩, 손발이 오글오글
2005년 대성공을 거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의 상대역 현진헌 (a.k.a. 삼식이) 역으로 인기를 모은 배우 현빈과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배우 이연희, 그리고 2004년 210만 명의 관객이 들어 흥행에 성공한 로맨스 영화 <늑대의 유혹>의 김태균 감독, 이렇게 세 명의 이름이 모인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A Millionaire’s First Love>은 2000년대 초중반 유행하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듯한 제목이지만, 영화 <빙우 (2004)>의 김은숙 감독의 각본을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예의도 없고 철도 없는 재벌 3세 재경(현빈)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유산 하나 믿고 다니던 학교까지 때려치웁니다. 고대하던 주민등록증까지 받았으니, 이제 남은 일은 상속받은 유산을 탕진하며 부유하고 방탕한 삶을 자유롭게 이어가는 것뿐! 하지만 재경의 원대한 꿈은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산산이 부서집니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보람고등학교를 졸업해야만 수천억 원의 유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것. 재경 스스로 자퇴를 한다던가 해서 졸업장을 받지 못할 경우 유산은 전액 사회에 환원되고, 만약 재경이 당장 권한을 포기한다면 0.1%는 챙겨주겠다는 얼토당토않은 할아버지의 유언에 적잖이 당황하는 재경.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재경은 결국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보람고등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그런데 자꾸 같은 반 은환(이연희)이 신경 쓰입니다. 뭐죠, 티 없이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 아이는? 개망나니 같던 재경은 서서히 은환에게 물들어 가지만,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쓰나미가 재경과 은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두 글자 앞에 수천억 유산이 무슨 소용이더냐
싸가지 없는 재벌 3세와 순수한 영혼의 시골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정말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결말을 향해 꿋꿋이 나아갑니다. 남녀 주인공이 초반에는 티격태격하다가,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다가, 여자 주인공은 불치병을 앓고 있음이 드러나고, 그리고 두 주인공 사이에 얽힌 과거 서사마저 드러나면서,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결말... 마치 수학공식처럼 로맨스 영화의 공식에 맞춰 단계별로 착착 진행이 됩니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0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트렌디한 요소들 - 최신 피처폰, 바람머리, 캘빈 클라인 티셔츠 등이 동원되지만, 너무 공식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 스토리텔링 안에서 다 제각각 놀듯 그다지 트렌디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어정쩡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말로는 티격태격하던 재경과 은환이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든다고 했지만, 사실 재경의 감정 변화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그저 상황이 진행되는 데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여, 공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렇게 길 잃은 캐릭터들이 "첫눈이 와야 첫사랑이 생긴다"던가 "눈 감은 그 짧은 순간에도 네가 보고 싶을 거야" 같은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스크린(모니터 화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민망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침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길래, 설마 HD 리마스터링을 했으려나 기대했지만, 화질은 픽셀이 갈라지는 게 보일 정도의 SD급 화질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백만장자의 첫사랑
영제: A Millionaire’s First Love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태균
캐스트: 현빈, 이연희, 이한솔, 조용준, 함시훈, 조규철, 정욱, 김병세 등
장르: 로맨스/드라마
러닝타임: 116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06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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