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1980년대

이브의 건넌방(1987) - 금단(禁斷)의 사랑

by 조브라이언 2022. 4. 16.
반응형

출처-구글 이미지

※ 글 내용 중에 영화 <이브의 건넌방(198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브의 건넌방(1987) - 금단(禁斷)의 사랑

정을병 작가(1934~2009)가 1979년 출간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 <감자(1987)><을화(1979)><미워도 다시 한번 '80(1980)>의 변장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이브의 건넌방 Eve's Second Bedroom>은 35년 전인 1987년 당시에도, 요즘의 기준으로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형부와 처제의 어긋난 사랑을 다룬 영화로, 1987년 23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수상작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출처-구글 이미지

무용을 전공하는 대학생 재숙(나영희)은 대학로에서 방송반 취재 중 우연히 의사 재우(임동진)를 만나 서로 호감을 가지고 몇 번의 만남을 가집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재숙의 언니 영숙(김영애)도 함께 어울리게 되고, 급기야 영숙과 재우는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지만, 재숙의 마음 한편은 구멍이 뚫린 듯 헛헛합니다. 영숙과 재우의 결혼식에서도 상처받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재숙.

 

영숙의 결혼식이 끝난 후, 비 오는 거리를 배회하던 재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화가 주재용(강태기)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형부가 된 재우에 대한 마음이 여전한 재숙은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고, 재우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해 버립니다. 그리고 재숙의 마음을 받아들인 재우, 그날 밤을 함께 보낸 두 사람.

 

재숙은 약속한 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재우는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영숙에게 전념하기로 합니다. 얼마 후, 도쿄에서 열리는 의학 세미나에 참석한 재우 앞에 재숙이 갑자기 나타나고, 재우의 마음은 다시 미친 듯이 흔들립니다. 과연, 사회적으로 용납받지 못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앞날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파격적인 소재, 우유부단한 캐릭터

출처-구글 이미지

1987년 개봉 당시 포스터에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는 카피 문구인 '에로스! 그것은 헤어날 수 없는 유혹의 늪이련가?', 이 말이 무색하게 영화 자체는 우리가 기대하는 엄청나게 에로틱하지는 않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에로틱하진 않더라도, 도쿄에서 재회한 재우와 재숙이 료칸에서 가지는 정사 장면을 실루엣으로 처리한 장면은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결코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될 형부와 처제가 동침을 한다는 설정 자체는 파격적이긴 하나, 애초에 동생 재숙이 재우를 먼저 만났다가, 재우가 재숙의 언니 영숙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것이니 재숙의 마음 자체는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임동진 배우가 연기한 재우 캐릭터죠. 재숙과 먼저 친하게 여러 번 만났던 것은 굳이 따지면 '사랑'은 아니었다 치고, 언니 영숙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으면, 처제가 된 재숙이 고백을 하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왜냐하면, 재우는 계속 재숙에게 거절도 못 하고 내내 끌려다니다가, 아내 영숙이 결국 둘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서, 경찰 앞에서 무기력하게 재숙을 사랑한다고 말하죠. 정말 '역대급으로' 우유부단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용에 너무 몰입해서 그랬는지, 비극의 삼각관계의 원흉은 형부가 된 재우를 사랑한 재숙보다, 그런 재숙을 매번 넙죽넙죽 받아준 우유부단의 결정체 재우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재숙의 전공이 현대 무용이라는 설정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 적절하게 공연 장면을 배치하여, 단조로운 드라마에 강조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1980년대 중반의 서울의 모습 - 대학로, 광화문, 김포공항 외부, 개인택시 등이 오히려 새롭게 보였습니다.

 

벌써 35년 전 작품이다 보니, 이제 60대에 접어든 나영희 배우의 20대 중반의 모습도, 고인이 되신 김영애 배우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극 중에서 영숙에게 결정적 제보를 해 불륜 현장을 목격하게 한 기자 덕신 역의 김해숙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 또한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이브의 건넌방

영제: Eve's Second Bedroom
제작국가: 한국
감독: 변장호
캐스트: 나영희, 임동진, 김영애, 강태기, 김해숙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5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87년 3월 28일

 

주요 수상내역:

1987년 23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2개 부문 수상 - 감독상, 기술상(이봉조(음악))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