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간신(奸臣)(2015)>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간신(奸臣)(2015) - 연산군, 흉폭한 광기의 기록
이 영화의 제목 '간신 奸臣'은 말 그대로 '간사한 신하', 즉 새치 혀를 놀려 임금의 주위를 흩트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여 분란을 조장하는 신하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로 데뷔한 민규동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 <간신 The Treacherous>은 조선왕조 10대 왕으로 온갖 폭정을 저질러 폐위되었던 연산군과 연산군 곁에서 온갖 분탕질을 조장했던 간신배 부자 임사흥, 임숭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요란한 광란의 기록을 보여줍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때는 연산군 11년, 자신의 생모 폐비 윤 씨의 죽음에 얽힌 비화를 알게 된 연산군(김강우)은 악몽에 시달리느라 마음 편하게 잠들지 못하며 나날이 더욱 광폭해집니다. 그런 연산군의 곁에는 언제나 듣기 좋은 말만 지껄이는 간신 임숭재(주지훈)가 있습니다. 단 하루 동안 천년의 쾌락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임숭재의 말에 홀딱 넘어간 연산군은, 당장 임숭재를 채흥사로 임명하여 그날로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미녀를 강제로 징집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임사흥(천호진)과 함께 콤비로 연산군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데 맛 들인 임숭재는,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이 권력의 핵이 되리라 야심을 키우게 됩니다. 대갓집 자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신분 계급 관계없이 궁으로 불러들여, '운평'이라 칭하며 한마디로 왕의 시중을 드는 명기로 키우기 위한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 가운데 월등한 성적을 거두어 간택된 자에게는 '흥청'이라 명하였습니다.
그러다, 백정 신분이지만 천하의 미색을 갖춘 단희(임지연)를 발견한 임숭재는 직접 단희를 수련시키며 최고의 흥청으로 키우기 위해 애쓰고, 희대의 요부 장녹수(차지연)는 화류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명기 설중매(이유영)를 영입하여 단희를 견제하게 하면서, 자신도 임 부자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습니다.
화려한 영상 속에서 돋보이는 배우들의 열연, BUT...
광해군과 함께 왕좌에서 끌어내려와 폐위된 두 명의 왕 중 하나인 연산군은 그간 꽤 여러 한국영화에서 다뤄진 인물입니다. 2005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정진영 배우 버전의 연산군도 기억나고,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연산일기>에서는 유인촌 배우가, 같은 해 이혁수 감독의 <연산군>에서는 이대근 배우가 맡았던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조선왕조의 역대 왕 가운데 꽤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왕이기도 하고, 생모 폐비 윤 씨라던가, 요부 장녹수 등 관련 인물들까지도 유명하죠. 하지만, 영화 <간신>은 유명한 캐릭터 연산군의 횡포 중 하나였던 '채흥'에 관해 집중적으로 파헤쳤으니, 소재적으로는 이전의 연산군이 등장했던 영화나 드라마와는 확실히 차별됩니다. 그러자니, 소재가 소재인지라 온갖 기상천외한 노출과 성애 장면은 피할 수 없었고, 마치 아크로바틱 동작을 연상시키는 온갖 기괴한 체위와 행위들이 난무합니다. 소위 말하는 '야하다, 아니다'의 기준으로 본다면, 영화 속 성애 장면들은 야하다기보다는 처절한 느낌입니다. 특히, 연산군 앞에서 재주를 부려야 하는 설중매와 단희의 그 장면은, 기괴하지만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보이는 성애 장면들은, 뭔가 친밀한 관계를 위한 그런 상황이라기보다는, 성별을 불문하고 다들 '명기'가 되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수련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듯 보이기 때문에 마치 운동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주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은 모두 각자 맡은 바 최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광기에 휩싸인 연산군을 연기한 김강우 배우와 설중매 역의 이유영 배우, 단희 역의 임지연 배우는 특히나 여러 특정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많이 애썼겠다 싶어 뭔가 애틋해지기도 했고요. 간신배 부자 역의 천호진, 주지훈 배우도 캐릭터에 딱 맞는 호연을 펼쳤습니다.
장녹수 역의 차지연 배우가 맡은 소리꾼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은 압권이었으나, 후반부에서 너무 구구절절한 사연이 밝혀지면서부터는 긴장감이 오히려 꺾이게 되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본편에 다 담지 못한 엔딩 이후를 쿠키 영상처럼 보여주는 장면도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졌고요. 극장판보다 11분 더 긴 감독판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고 기존의 극장판과 비교해 보고 싶기는 합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간신
영제: The Treacherous
제작국가: 한국
감독: 민규동
캐스트: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 임지연, 이유영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1분 (극장판)/142분 (감독판)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5년 5월 21일
주요 수상내역:
2015년 36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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