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왓 위민 원트(200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왓 위민 원트(2000) - 나름 기발하게 시작했으나 흐지부지한 엔딩
골디 혼 Goldie Hawn 주연의 <벤자민 일등병 Private Benjamin (1980)>, 다이앤 키튼 Diane Keaton 주연의 <베이비 붐 Baby Boom (1987)>,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 주연의 <아이 러브 트러블 I Love Trouble (1994)>등 로맨틱 코미디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낸시 마이어스 Nancy Meyers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인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
2000년 당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던 멜 깁슨 Mel Gibson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렌 헌트 Helen Hunt가 주연을 맡은 판타지/로맨틱 코미디로, 7,000만 달러(약 867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억 7,410만 달러(약 4,636억 원)의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시카고에 있는 광고 회사 슬론 커티스의 임원인 닉 마셜(멜 깁슨)은 라스베가스 쇼걸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닉은 남성 고객 대상의 제품 광고 기획에 능력을 발휘해 회사에서 인정받는, 타고난 바람둥이. 다가온 승진 기회를 잔뜩 기대하고 있던 차에, 직속 상사 댄(앨런 알다)은 여성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 보강을 위해 경쟁사 출신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를 영입하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닉에게 전합니다. 그러던 중, 닉의 전처 지지(로렌 홀리)가 재혼한 새신랑과 신혼여행을 떠나 있는 동안, 15살 딸 알렉스(애슐리 존슨)와 서먹한 동거생활을 해야 하니, 닉은 집 안팎으로 난감한 일 투성이입니다.
그러던 중, 달시는 첫 출근을 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여성향 제품들로 가득한 상자를 하나씩 나눠주며, 다음 날 아침까지 제품에 관한 광고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안 그래도 달시가 못마땅한 닉은, 투덜대면서도 상자 안에 든 이것저것을 욕실에서 써보며 아이디어를 짜내던 중, 헤어 드라이기를 손에 든 채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져 욕조에 빠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닉이 손에서 놓친 헤어 드라이기가 공중에 떠올랐다가 그대로 욕조 안으로 첨벙! 온몸에 전기가 오른 닉은 욕조 밖으로 고꾸라지며 의식을 잃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닉은 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여성들의 생각이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과연 닉에게 이 능력은 득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분명 아이디어는 재미있었는데... 끝이 용두사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왓 위민 원트>의 상업적 성공 이후, 다이앤 키튼 Diane Keaton, 잭 니콜슨 Jack Nicholson 주연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2003)>, 카메론 디아즈 Cameron Diaz, 케이트 윈슬렛 Kate Winslet 주연의 <로맨틱 홀리데이 The Holidays (2006)>,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주연의 <사랑은 너무 복잡해 It's So Complicated (2009)>, 앤 해서웨이 Anne Hathaway,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주연의 <인턴 The Intern (2015)> 등의 연출, 각본, 제작을 겸하며 특히나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 튼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습니다.
주인공 닉 역을 맡은 멜 깁슨의 코미디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느끼하게 여기저기 추파를 던지거나, 갑자기 생긴 능력으로 당황하다가도 이내 그 능력을 곧잘 써먹거나, 울상을 짓다가 해맑게 웃다가, 멜 깁슨 코미디 연기 종합 선물세트처럼 신들린 연기를 펼칩니다. 상대적으로 달시 역의 헬렌 헌트는, 애초의 설정은 광고 회사 중역으로 닉의 상사로 오지만, 닉에게 생긴 여성의 생각을 읽는 능력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다 뺏기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극 중에서 커리어에 흠이 가지만,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어중간한 마무리 때문에 캐릭터 특성마저도 애매해졌습니다. 스토리 자체도 초중반까지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멜 깁슨의 하드 캐리로 무난하게 잘 진행되다가,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용서와 화해무드가 뜬금없이 펼쳐지더니 너무 급작스럽게 호다닥 마무리가 된 듯하여 아쉬웠습니다.
제작 당시에는 신인급이었던 사라 폴슨 Sarah Paulson이 닉의 비서 애니를 연기하고, 비중은 크지 않지만 주디 그리어 Judy Greer, 마리사 토메이 Marisa Tomei, 로레타 드바인 Loretta Devine 등 낯익은 배우들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그중에서도, 닉이 찾아간 심리상담사 퍼킨스 박사 역의 베트 미들러 Bette Midler는 한 씬에만 등장하고 크레디트에 이름이 오르지도 않은, 일종의 특별출연 식으로 출연했습니다.
영화에 귀에 익은 노래가 몇 곡 삽입되어서 귀가 즐거웠는데요. 메레디스 브룩스 Meredith Brooks의 1997년 히트곡 "Bitch"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에 수록된 "What a Girl Wants"입니다.
영화 <왓 위민 원트>는 2011년 공리 巩俐, 유덕화 劉德華 주연의 중국 영화 <아지녀인심 我知女人心>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2019년에는 주인공의 성별을 바꿔서 <왓 멘 원트 What Men Want>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타라지 P. 헨슨 Taraji P. Henson이 주연을 맡았고, <헤어스프레이 Hairspray (2007)><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 (2012)>의 애덤 섕크먼 Adam Shankman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왓 위민 원트
영제: What Women Want
제작국가: 미국
감독: 낸시 마이어스
캐스트: 멜 깁슨, 헬렌 헌트, 마리사 토메이, 로렌 홀리, 마크 퓨어스틴 등
장르: 로맨틱 코미디/판타지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01년 1월 13일 (한국)/2000년 12월 15일 (미국)
주요 수상내역:
2001년 58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멜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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