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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80년대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 딱 그 때만 통하던 유머와 개그

by 조브라이언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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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 딱 그 때만 통하던 유머와 개그

※ 글 내용 중에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6년 <청(靑)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이규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는 1987년 7월 4일, 당시 메인 상영관 중 하나였던 종로 3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하여 26만여 명의 관객이 들어, 그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른 영화입니다.

 

아직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전성기가 시작됐던 강수연 배우가 1987년에 개봉시킨 5편의 주연 작품 중 한 편이며, 1986년 <깜보>로 데뷔했던 박중훈 배우의 두 번째 주연 작품입니다. 두 배우의 당시 실제 나이가 21세로, 자신들의 나이대에 맞는 발랄한 대학생 미미와 철수를 연기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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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농구팀의 경기를 보다가,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자 휴식시간 중에 농구팀을 찾아가 윽박지르는 영문학과 미미(강수연)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신방과 철수(박중훈). 미미를 쫓아 버스에 올라탄 철수는 어설픈 장사꾼 흉내를 내며 미미에게 접근하고, 여차 저차 해서 둘은 절친이 됩니다. 그때부터 철수는 미미에게 홀딱 빠져들어, 달을 따다 주는 꿈을 꾸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도 집중 못하고 넋이 나갈 정도.

 

그러던 어느 날, 철수는 학교 캠퍼스에서 엉뚱해 보이는 보물섬(김세준)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미미와 본격적으로 사귀지 못해 애가 타는 철수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려주는 보물섬. 가지도 않을 입대 얘기를 꺼내 미미의 동정심을 한껏 얻은 후에 뽀뽀(!)에 성공할 수 있다는 보물섬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철수. 하지만, 철수의 입대 소식을 들은 미미는 뽀뽀는커녕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격려를 해주니, 작전 대실패.

 

보물섬과 실패담을 나누며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퍼먹은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철수에게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마찬가지로 술에 잔뜩 취한 보물섬이 경찰서로 끌려간 것이었고, 그러다 철수는 우연히 보물섬이 법대 수석 입학생이라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철수는 바라는 대로 미미와 사귀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엉뚱한 천재 보물섬과의 우정은 어떤 국면에 접어들게 될까요?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그때 그 시절'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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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감독 자신이 1986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감독의 나이는 갓 30세였고, 원작 소설도 영화도 모두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영화인 <어른들은 몰라요>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1980년대에 등장한 젊은 신인 감독으로서는 승승장구하는 길이 펼쳐진 셈이었죠. 하지만, '담다디'로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벼락스타가 된 가수 이상은을 캐스팅한 영화 <굿모닝 대통령(1989)>의 흥행 실패를 시작으로 이규형 감독의 커리어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이후에도 여러 일들을 겪으며 2000년대에 접어들어선 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2월 7일, 향년 62세의 젊은 나이에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이규형 감독의 가장 큰 성공작으로 남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는, 안타깝게도 시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대열에 들어가기엔 여러 가지로 너무 '트렌디'합니다.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1987년에는 극장 안을 꽉꽉 채우며 박장대소가 터졌겠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면 설정이 진부하고 유치한 대사들이 넘치기 때문이죠. 미미와 철수, 그리고 보물섬을 중심으로 한 플롯은 일관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왔다 갔다 하느라,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장르 변환도 일어납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듯한 초중반을 지나, 불치병에 걸린 보물섬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후반부는 눈물을 쥐어짜는 감동 드라마가 되어 버립니다.

 

뜬금없는 오프닝도 지금으로선 멀쩡한 정신으로 보기엔 힘들 지경입니다. 리처드 기어, 브룩 쉴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사진이 나열되고, 영화 <슈퍼맨> 메인 스코어까지 틀어대다뇨. 배우들의 초상권 사용과 존 윌리엄스와 워너 브라더스에게 스코어의 사용을 허락받았을까, 의문이 듭니다. 게다가 설정 상 무리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영문학 전공인 미미가 아는 영어 단어라고는 'love'와 'sex'뿐이라는 설정은,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의 모순을 꼬집으려는 깊은 의도가 담긴 개그였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수긍이 가려나요.

 

물론, 강수연, 박중훈 배우의 20대 초반 때 풋풋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미덕도 있습니다. 억지스러운 유머와 개그만 참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미덕 하나를 더 보태자면, 메인 주제곡인 가수 손현희가 부른 '오늘은 어떤 일이'와 삽입곡인 산울림의 '안녕' 등 명곡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영제: Springtime of Mimi and Cheol-su
제작국가: 한국
감독: 이규형
캐스트: 강수연, 박중훈, 김세준, 최양락, 정선일  등
장르: 코미디/로맨스/드라마
러닝타임: 105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987년 7월 4일

 

주요 수상내역:

1987년 26회 대종상 2개 부문 수상 - 신인감독상(이규형), 신인 연기상(김세준)

1988년 8회 영평상 특별상(신인) 수상(이규형)

1987년 영화진흥공사 선정 '87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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