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 7일 간 펼쳐지는 여섯 커플의 (사랑) 이야기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여섯 커플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All for Love>는, 김태용 감독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의 공동 연출로 데뷔한 민규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며, 첫 번째 단독 연출 작품입니다.
일요일부터 시작하여, 매 요일마다 챕터가 나뉘어, 총 7개 챕터 속에서 주요 캐릭터만 14명이 등장하는 이 복잡다단한 구성 안에서, 로맨스를 비롯한 드라마, 코미디가 적절히 버무려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005년 10월 개봉하여 2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성공작이기도 합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단체 캐스팅 영화답게 여섯 커플의 이야기가 골고루 분배되어 전개됩니다.
운영하는 극장을 매각하려는 구두쇠 극장주 곽만철(주현)과 극장 안 커피숍 사장 오선희(오미희)의 중년 로맨스를 비롯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조재경(천호진)과 아들 지석(이병준) 사이에 나타난 청년 가사도우미 민태현(진태현)의 이야기, 재경의 전처이자 지석의 엄마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허유정(엄정화)과 강력계 형사 나두철(황정민)의 로맨스, 경제적 어려움에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난한 동거 커플 김창후(임창정)와 하선애(서영희)의 사연이 펼쳐집니다.
거기에, 전직 농구 선수였으나 현직 사채회사 빚 독촉 상담원인 박성원(김수로)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TV 프로그램 섭외를 위해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는 이 작가(전혜진)의 끈기에 결국 병원을 찾는데, 거기서 만난 진아(김유정)는 알고 보니 자신의 첫사랑 연주(하지원) 사이에 낳은 딸이었고, 재경의 회사 소속 가수 유정훈(정경호)은 어느 날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하는데, 마침 같은 병실에서 수녀 임수경(윤진서)을 만납니다. 정훈은 모르지만, 수경은 평소 정훈을 흠모했고, 정훈과 수경의 병원 로맨스도 펼쳐집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캐릭터들은 이렇게 저렇게 서로 엮이게 되고, 각각 커플의 이야기도 점점 엔딩을 향해 달려갑니다.
살짝 성기는 이야기 속에서 살짝 방황하는 캐릭터들
10명 이상의 배우들이 맡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커다란 플롯 안에 설정된 각각의 서브플롯 내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식의 이야기는 로버트 알트먼 Robert Altman이나 폴 토머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의 몇몇 작품이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위 감독들의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2003)>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러브 액츄얼리>처럼 아예 'Love is all around'를 외치는 뼛속까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것이, 클라이맥스에 한바탕 '눈물 대잔치'가 벌어지는 '드라마'의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데엔 어쩔 수 없이 '우연'이라는 영화적 설정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런 영화적 허용으로 여러 캐릭터가 스치듯 이렇게 저렇게 스토리 안에서 만나는데, 어떤 만남은 그럴싸하지만 또 어떤 만남은 좀 억지스럽긴 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지석을 납치한 선애(서영희)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는 '착한 유괴범'의 클리셰가 범벅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따른 커플이 바로 엄정화,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유정과 두철 파트인데요. 첫 만남에서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로코의 클리셰가 반복되는데, 아예 대놓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1989)>를 언급하고, 그 영화에서 유명한 가짜 오르가슴 연기를 재현하기까지 합니다. 워낙 두 배우의 케미가 훌륭하고, 기본적으로 작품 안에서 존재감이 뚜렷하기 때문에,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전체로 봤을 때엔 좋은 부분이긴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게 재미있던 부분은, 유정과 두철이 영화를 보러 곽회장(주현)의 극장엘 가는데, 그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가 마침 <달콤한 인생(2005)>이었고, 마침 두 커플이 보고 있는 장면이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백 사장이 나온 장면!
이러한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가 부분적으로는 반짝였으나, '일주일'로 한정 지어 요일 별로 챕터를 나눈 구성 자체가 그렇게까지 효과적이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영제: All for Love
제작국가: 한국
감독: 민규동
캐스트: 주현, 오미희, 천호진, 진태현, 엄정화, 황정민, 김수로, 전혜진, 임창정, 서영희, 윤진서, 정경호, 이병준, 김유정, 하지원, 류승수 등
장르: 로맨스/드라마/코미디
러닝타임: 129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05년 10월 7일
주요 수상내역:
2005년 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편집상 수상
2005년 13회 춘사영화제 5개 부문 수상 - 심사위원 특별상, 각본상, 여우조연상(오미희), 올해의 신인배우상(남자)(진태현), 올해의 신인배우상(여자)(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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