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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90년대

인생은 아름다워(1997) - 슬픔과 공포를 웃음과 맞바꾸다

by 조브라이언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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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 - 슬픔과 공포를 웃음과 맞바꾸다

1999년 7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어쩌면 소피아 로렌 Sofia Lauren이 시상자로 나온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을 발표하면서, 영화 제목 대신 '로베르토!'를 외쳤고, 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가 객석 의자 위를 겅중겅중 뛰면서 나가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루비노 로메오 살모니 Rubino Romeo Salmonì의 저서 '결국, 나는 히틀러를 무찔렀다 In the End, I Beat Hitler' 와 로베르토 베니니의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중 베르겐-벨센 강제 수용소에서 2년간 겪었던 체험에서 영감을 받아, 로베르토 베니니가 빈센조 세라미 Vincenzo Cerami와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과 주연을 겸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è bella>는 1997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후, 1998년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을 시작으로 1999년 71회 아카데미 3개 부문 수상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았고,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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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39년, 파시스트 이탈리아. 이탈리안 유대인 귀도 오레피체(로베르토 베니니)는 삼촌 엘리세오(쥬스티노 듀라노)가 일하는 호텔 레스토랑의 일을 돕기 위해 토스카나 아레초로 거처를 옮깁니다. 귀도는 예민하지만 재치 있는 非유대인 여성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에게 반해버립니다. 얼마 후, 귀도는 도라가 교사로 일하는 도시에서 도라를 다시 만나지만, 귀도가 여러 차례 대한 적 있는 부유하고도 거만한 지방 공무원 로돌포(아메리고 폰타니)와 도라는 정혼한 사이. 하지만 도라에 대한 관심을 멈출 수 없었던 귀도는, 의도적으로 도라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여러 차례 만들어냅니다. 마침내 귀도의 진심을 알아차리지만, 현실에 순응하여 로돌프와의 정혼을 유지하기로 하는 도라. 급기야 귀도는, 도라와 로돌프의 약혼 파티장에 말을 타고 난입해, 도라를 태우고 달아납니다. 그리고, 결국 도라와 결혼에 골인하여 귀여운 아들 조슈아(조르지오 깐타리니)를 낳고, 작은 서점을 경영하며 살고 있는 귀도.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북부 이탈리아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게 되고, 귀도와 삼촌 엘리세오, 그리고 아들 조슈아는 하필 조슈아의 생일날 독일군에게 끌려가게 됩니다. 그 외에 다른 많은 유대인들은 좌석도 없는 강제 수용소행 기차에 짐짝처럼 태워지게 되고,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확인하던 도라는, 유대인이 아님에도 자신도 수용소행 기차에 탑승합니다.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는 어린 조슈아에게 지금부터 게임이 시작된 거라며 착한 거짓말을 시작하는 귀도. 집에 가고 싶다고 울지 않고, 배고프다고 조르지 않으면 상점을 받게 되고, 1,000점을 먼저 획득하면 상으로 탱크를 받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귀도의 말에, 조슈아는 점수를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합니다.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신기한 영화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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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여전히 웃기지만 눈물을 흐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영화는 도라에게 반한 귀도가 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전반부의 로맨스와 강제 수용소에 끌려갔지만, 아들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착한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 귀도의 눈물겹게 노력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 로베르토 베니니의 다소 과장된 듯한 코미디 연기가 거북할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강제 노동에 지쳤지만 조슈아에게는 계속해서 '게임'에 열중할 수 있게 노력하는 장면들에서는 그런 거북함을 느낄 새가 전혀 없습니다. 특히, 끌려온 유대인들에게 독일군이 윽박지르며 거의 협박에 가까운 수용소 규칙을 설명할 때, 독일어는 전혀 모르면서 통역을 자처해서 오로지 조슈아만을 위해 말도 안 되지만 게임의 규칙을 읊어대는 장면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죠. 그럼에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비극 속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피나는 노력을 그린 일종의 판타지 영화와도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귀도가 말도 안 되는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데, 사실 그 내용은 인권 유린은 기본이고 살해 협박까지 담긴 끔찍한 내용인 데다, 단 한 마디도 제대로 통역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수용소 안의 이탈리아인 어느 누구도 귀도를 욕하거나 화내지 않습니다. 사실 수용소 안에서 귀도 부자와 소통하는 인물은 거의 바르톨로메오 한 명뿐이지만, 그 방 안의 사람들 모두 조슈아가 게임에 몰두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미군 탱크가 나타났을 때, 조슈아는 아버지 귀도의 말이 맞았음을 알고 너무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하게 되었다면, 이 영화의 목표는 대성공을 거둔 셈이 됩니다.


1999년 7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하비 와인스타인 Harvey Weinstein이 동생 밥 와인스타인 Bob Weinstein과 이끌던 미라맥스 Miramax 배급작품들이 주요 부문을 휩쓸었던 여러 해 중 하나였습니다. 공격적이고 전격적인 오스카 캠페인을 통해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홀랑 뺏어버린 후, 미라맥스 작품들에 투표하게끔 했던 악명 높은 물량 공세가 절정에 달했던 때이기도 했는데요. 수상 결과에 대해 두고두고 씹히는 대표작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e in Love>가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휩쓸었고, 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외국어영화상뿐 아니라, 非영어 연기 최초 남우주연상 수상자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카데미상뿐 아니라 여느 영화상, 여느 영화제가 수상작(자) 결정권자들의 마음과 취향에 따라 선정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한낱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며 결과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한동안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었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과도한 캠페인은 다소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본다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미라맥스의 캠페인이 아니었다면 아카데미에서 그렇게까지 각광받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차피 20년도 훨씬 더 전에 벌어진 결과이니, '만약에...'는 별 의미가 없겠죠.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인생은 아름다워

원제: La vita è bella

영제: Life Is Beautiful

제작국가: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캐스트: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스키, 조르지오 깐타리니, 마리사 파레데스, 호르스트 부흐홀츠 등

장르: 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16분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999년 3월 6일 (한국)/1997년 12월 20일 (이탈리아)

 

주요 수상내역:

1999년 71회 아카데미 3개 부문 수상 -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스코어상(드라마)

1999년 71회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오리지널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편집상, 오리지널 스코어상(드라마)

1999년 52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남우주연상 수상(로베르토 베니니)

1999년 4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외국어영화상 수상

1999년 5회 미국 배우조합 SAG 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로베르토 베니니)

1999년 24회 프랑스 세자르 어워즈 외국영화상 수상

1998년 51회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1998년 23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1998년 43회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어워즈 9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제작자상, 스크립트상,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 촬영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의상상, 심사위원상

1998년 11회 유러피안 필름 어워즈 2개 부문 수상 - 작품상,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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