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조강지처 클럽(199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강지처 클럽(1996) - 난 내 거야! You Don't Own Me!
미국 작가 올리비아 골드스미스 Olivia Goldsmithd의 데뷔작인 1992년 출간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조강지처 클럽 The First Wives Club>은, 문영남 작가의 2007년 SBS 주말 특별기획 104부작 드라마가 똑같은 제목을 쓰는 바람에 작품 제목 검색 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1945년생인 베트 미들러 Bette Midler와 골디 혼 Goldie Hawn, 1946년생인 다이앤 키튼 Diane Keaton, 3명의 배우가 50대 초반일 때 촬영한 작품으로, 극 중에서는 45세의 중년 여성을 연기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휴 윌슨 Hugh Wilson은 <폴리스 아카데미 Police Academy(1984)><퍼스트레이디 특수경호대 Guarding Tess(1994)>등 코미디 영화 연출에 재능을 보인 작가 겸 감독입니다.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자이자 배우였던 레슬리 고어 Lesley Gore의 1963년 히트곡 "You Don't Own Me"를 3명의 주연 배우가 부르는 엔딩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69년 미들베리 대학, 4명의 친구들, 애니, 엘리스, 브렌다 그리고 신시아는 서로 졸업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앞으로도 서로를 위해 함께 하자며 굳은 약속을 합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4명의 친구들은 연락도 끊겨 각자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화려한 펜트하우스에서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신시아(스토커드 채닝)는 가정부에게 부탁하여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칩니다. 신시아 덕분에 부를 쌓은 전 남편 길(제임스 노튼)이 훨씬 어린 정부와 결혼한다는 태블로이드 기사를 본 신시아는 펜트하우스 발코니에서 몸을 날려 자살합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 신시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은 받은 남은 세 친구는, 신시아의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재회하여 각자의 근황을 전합니다.
남편 애런(스티븐 콜린스)과 별거 중인 애니(다이앤 키튼)는 극심한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남편과 함께 심리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브렌다(베트 미들러)는 한참 어린 여자와 재혼한 전 남편 모티(댄 헤다야)때문에 여전히 우울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배우인 엘리스(골디 혼) 역시, 연하녀를 좇아 자신을 떠난 남편 빌(빅터 가버)로 인해 고통받으며, 한물간 배우로서의 경력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성형을 하다 보니 성형중독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얼마 후, 별거 중임에도 가끔 애런을 만나 데이트를 즐기던 애니에게 갑자기 이혼을 원한다는 말을 하는 애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애런의 상대가 자신과 애런에게 심리 치료를 해준 레슬리(마샤 게이 하든)였다는 것. 애런과의 관계가 회복될 거라 믿었던 애니는 몹시도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런 중에, 브렌다는 옷가게에서 전 남편 모티와 현재 모티의 아내인 셸리(사라 제시카 파커)를 만나 불쾌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엘리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곧 이혼을 앞둔 남편 빌이 엘리스의 명성은 자신 덕분이라며 결혼 자산의 절반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오랜만에 새 작품에 들어가게 된 엘리스는 감독과의 미팅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이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 역이고, 그 여자 주인공은 다름 아닌 빌의 여자 친구인 피비(엘리자베스 버클리)라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신시아가 죽기 전 부친 편지가 세 친구에게 도착하고, 애니, 엘리스, 브렌다는 전 남편들에게서 뭔가 보상받는 것을 목표로 한 '조강지처 클럽'을 결성하기로 합니다.
여성 서사의 장점을 흐리게 한, 갈등과 화해의 클리셰
어느새 20여 년이 훌쩍 지난 추억의 영화가 되었지만, 50대에 접어든 여성 배우 3명을 캐스팅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제작된 일은, 오히려 1990년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릅니다. 베트 미들러, 골디 혼, 다이앤 키튼, 세 명의 배우는 각자 대단한 연기 커리어를 이어온 대배우들이면서도, 한 작품 안에서의 앙상블 또한 훌륭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세 캐릭터 누구에게도 치중되지 않고, 골고루 전개됩니다. 하지만, 그 세 명의 갈등은 거의 같은 모양새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튈 여지도 없습니다. 모두 전 남편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은 여자에게 가버렸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젊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남편들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중 바람을 폈거나, 이혼 직후 눈이 맞았거나 상관없이 하나같이 '정부' 혹은 '상간녀'가 되는 것이고, 여기서 '여적여', 즉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해묵은 클리셰가 3번이나 반복됩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3명의 조강지처의 주적이 젊은 정부들이 아닌, 바람피운 주체인 전 남편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랄까요.
캐스팅에 있어 재미있는 점은, 다이앤 키튼이 연기한 애니의 전 남편 애런을 연기한 스티븐 콜린스는 이 작품 이후, 2007년작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Because I Said So>에서 다이앤 키튼과 다시 공연했고, 브렌다 역의 베트 미들러와는 1990년작 <스텔라 Stella>에서 함께 연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엘리스의 여자 친구 피비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버클리는, 이 작품이 개봉하기 1년 전, 폴 버호벤 감독의 <쇼걸 Showgirls>의 주인공 노미를 연기하기도 했었죠.
극 중 브렌다가 엘리스의 집에 있는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들어 보면서, 여기 안에 초콜릿이라도 들었냐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장면에 쓰인 아카데미상 트로피는 바로 골디 혼 자신이 수상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선인장 꽃 Cactus Flower(1969)>로, 1970년 42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었죠. 골디 혼 외에도 주요 캐스팅 중에 다이앤 키튼, 매기 스미스, 마샤 게이 하든, 에일린 에커트 등이 모두 아카데미상을 1회 이상 받은 배우들입니다.
1996년 당시 2,600만 달러(약 331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억 8,100만 달러(약 2,308억 원)라는 준수한 결과를 낳았지만, 속편은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09년, 뮤지컬 공연으로 제작되어 샌 디에고에서 공연 후, 2015년 시카고에서 공연 이후 별다른 소식은 없는 걸 보면,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SVOD 서비스 BET+를 통해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시즌 2까지(2022년 3월까지) 방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조강지처 클럽
원제: The First Wives Club
제작국가: 미국
감독: 휴 윌슨
캐스트: 베트 미들러, 골디 혼, 다이앤 키튼, 매기 스미스, 댄 헤다야, 브론슨 핀초트, 빅터 가버, 마샤 게이 하든, 에일린 헤커트, 엘리자베스 버클리, 사라 제시카 파커, 스토커드 채닝, 스티븐 콜린스, 로브 라이너 등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97년 2월 7일 (한국)/1996년 9월 20일 (미국)
주요 수상내역:
1997년 69회 아카데미 오리지널 뮤지컬/코미디 스코어상 노미네이트
1997년 68회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어워즈 연기 앙상블상
1997년 1회 새털라이트 어워즈 뮤지컬/코미디 부문 2개 부문 노미네이트 - 여우주연상(베트 미들러), 여우조연상(사라 제시카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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