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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90년대

손톱(1995) - 질투의 화신

by 조브라이언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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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1995) - 질투의 화신

※ 글 내용 중에 영화 <손톱(1995)>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심혜진-진희경, 두 주연배우의 과감한 노출이 인상적인 강렬한 포스터 비주얼. 본격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기획,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손톱 Deep Scratch>.

 

1995년 초에 개봉하여 얼마 안 있으면 개봉 30주년을 맞게 되는 영화 <손톱>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장르영화가 귀한 한국 영화계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망설여지지만, 주연 배우들의 2~30대 때 젊은 모습이 반갑기는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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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회사를 경영하는 커리어우먼 소영(심혜진)은 잘 나가는 대학교수이자 다정한 성격의 남편 정민(이경영)과 알콩달콩 결혼 생활 중에도 아기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번번이 실망합니다. 그것만 제외하면 소영은, 번창하는 사업과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른바 '일과 사랑'을 모두 거머쥔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 모임이 있던 호텔의 화장실에서 추레한 복장의 동창 혜란(진희경)과 오랜만에 마주친 소영.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소영과 달리 뭔가 쭈뼛거리는 혜란은 겉모습만으로도 확연히 대비되지만, 각자 사회적 위치 자체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기세 등등한 소영과 달리, 혜란은 지하 작업실에서 조각 작업을 하지만 잘 나가지 못하는 처지라 자신감도 바닥. 소영이 꼭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혜란은 진짜 연락을 하고 불현듯 소영을 찾아가나, 그런 혜란을 보는 소영의 표정으로 역시 빈말이었음이 느껴집니다. 얼마 후, 혜란은 자신의 작업실로 소영을 초대해 자신의 스폰서가 돼주길 부탁하나, 소영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으로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편 정민에게 혜란에 관한 험담을 서슴지 않는 소영.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스스로 우월감에 절어 있는 소영이 과연 그 엘리베이터 안쪽 구석에 혜란이 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소영의 모든 말을 들은 혜란, 그리고 핸드백 끈을 쥐어짜는 손끝에는 살기가 어립니다. 그때부터 혜란의 사이코, 요즘으로 치면 사이코패스 같은 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소영의 회사 일을 돕게 되면서 은근슬쩍 공사 소재를 바꿔버린다던가, 소영이 출장 간 틈을 타 정민과 관계를 맺어버린다던가, 없던 일로 하자는 정민을 쌩까고 계속 소영과 정민의 곁을 맴도는 혜란. 목적은 오직 하나, 자신을 무시한 소영을 짓밟아버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계속해서 미친 듯한 행동을 하는 혜란의 미친 짓은 결실을 맺을지...


시도는 과감했으나 새로울 것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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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1992)>의 흥행성공과 <그들도 우리처럼(1990)>으로 낭트 3 대륙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동시에 지닌 흥행 스타 심혜진, <비 오는 날 수채화(1990)><사의 찬미(1991)><하얀 전쟁(1992)>등으로 90년대 당시 주연급 남자 배우로 각광받던 이경영, <커피 카피 코피(1994)>로 갓 데뷔한 모델 출신 진희경, 세 배우의 조합은 괜찮습니다. 특히나 자신만만한 소영 역의 심혜진 배우는, 코카콜라 CF를 비롯하여 당시 도회적 이미지로 90년대 초반부터 전성기를 누리던 바, 배우 본체의 이미지와 소영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껏 이입이 되는 겁니다. 혜란 역의 진희경 배우는 당시 영화 출연작이 두 번째라 신선한 감도 있었고, 오히려 그 낯섦 때문인지 갈등은 얕으나 캐릭터는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혜란을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혜란과 정민의 샤워 섹스 장면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배우의 육탄전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고, 소영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종일관을 큰 눈을 부라리는 혜란의 모습도 처절하지만, 혜란이 복수를 결심하게끔 하는 계기가 기대보다 조금 가볍게 다뤄지고 소영과 혜란의 전사가 몇 마디 대사로 퉁치고 넘어가다 보니, 본격적으로 갈등이 전개되는 모양이 약간 허술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민은 혜란의 육탄 공세에 무릎 꿇지만, '남자의 본능'을 이기지 못했다며 입으로 털고 말고, 중반부가 넘어가면 갈등 구조에서도 스르륵 빠지며 갈등은 전형적인 '여적여' 구도로 흘러가는 부분도 아쉽습니다. 그렇게 임신을 원하던 소영은 정민을 집에서 내보낸 후 임신을 알게 되고, 한 번의 관계로 임신을 한 혜란은 유산을 하는데, 혜란이 아기에 대해 집착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후반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같은 장르 영화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영화 몇 편의 기본적인 갈등과 구조를 은근슬쩍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부부의 가정을 파탄 내려다 자신이 처단당하는 씁쓸한 결말은 애드리안 라인의 <위험한 정사 Fatal Attraction(1987)>, 소영을 따라한 근본적인 심리는 잘 모르겠지만, 소영이 혜란을 무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일이, 혜란은 학교 때부터 소영을 따라 했다고 '말'하는 갈등 설정은 바베트 슈로더의 <위험한 독신녀 Single White Female(1992)>에서 알리슨(브리짓 폰다)과 비슷한 외모로 바꾸고 끝없이 집착하던 헤드라(제니퍼 제이슨 리)의 설정을 슬쩍 가져온 듯해 보입니다.

 

익숙한 구조의 갈등이다 보니, 결국 어떻게 흘러가고 누가 벌 받을지 이미 짐작 가능하지만, 심혜진-진희경 두 배우의 연기와 90년대 초중반 서울의 모습들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손톱

영제: Deep Scratch

제작국가: 한국

감독: 김성홍

캐스트: 심혜진, 이경영, 진희경, 정성모 등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101분

관람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1995년 1월 28일

 

주요수상내역

1995년 33회 대종상 2개 부문 수상 - 신인여우상 (진희경), 신인기술상 (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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