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201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달빛 길어올리기(2011) - 달빛과 한지, 그 아름다운 조화에 대하여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장편 연출작 <달빛 길어올리기 Hanji>는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수묵화와도 같은 고즈넉한 미장센 안에 담은 영화입니다.
주연을 맡은 박중훈, 강수연 배우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됴화(1987)> 이후 23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전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되었고, 거장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답게 3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공동 배급으로 2011년 3월 개봉하였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 효경(예지원)의 병시중에 지쳐 근근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용에게 그나마 꿈이라면 5급 사무관이 되는 것인데, 마침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진해서 시청 한지과로 옮겨갑니다. 또 다른 주인공 지원(강수연)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를 찍고 있습니다. 일로 엮인 필용과 지원은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히며 티격태격합니다. 그러던 중,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남겨진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려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된 지원은 그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합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다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배우 등 기성배우들이 주요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지만,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을 넘나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한지와 관련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삽입이 되는데, 대놓고 다큐멘터리 식으로 이름과 직책이 자막으로 뜨는 것이 아니라, 극 중 다큐멘터리 감독인 지원(강수연)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는 설정이기에, 그럴 땐 또 극영화의 구성을 따라갑니다. 모든 극영화가 드라마틱하고, 모든 다큐멘터리에 극적 요소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지만,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드라마틱한 구성 대신 담담한 어조로 방향을 정해 담백하게 전개됩니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담백하여 극적 긴장감이나 이른바 '재미 요소'가 다소 옅은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히 영상 속 배우들은 익히 아는 배우들인데, 그 배우들이 마치 실제 7급 공무원이고, 다큐멘터리 감독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드라마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이 영화는 한 마디의 선문답과도 같은 대사로 귀결됩니다.
"달빛은 길어 올린다고 해서 올려지는 게 아니에요. 달빛은 그대로 두고 마음으로 그 빛을 보듬을 때 비로소 한가득 길어 올려지는 거예요."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달빛 길어올리기
영제: Hanji
제작국가: 한국
감독: 임권택
캐스트: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안병경, 장항선, 정우혁, 임승대, 황춘하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8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1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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