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인가(2021) -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처 받은 개인에게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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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나의 집은 어디인가(202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2021) -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처 받은 개인에게 건네는 위로

덴마크 출신의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Jonas Poher Rasmussen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편 애니메이션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는 아카데미상 94년 역사상 최초로 지난 2022년 94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장편 다큐멘터리상, 국제 장편영화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입니다.

 

영화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라스무센 감독의 친구이기도 한 아민이라는 가명의 남자가 어린 시절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여, 난민으로서 겪었던 어려움과 개인적 갈등에 대한 소회를 실제 푸티지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혼합하여 재현한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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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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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덴마크.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감독이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아민 나와비(가명)와 인터뷰를 시작됩니다. 요나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여 덴마크에 정착한 난민으로서의 아민의 인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아민은 미래를 함께 할 남자 친구 캐스퍼를 물론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민이 과거에 겪었던 일들은 트라우마로 아민을 짓눌러왔고, 캐스퍼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아예 캐스퍼의 곁을 떠나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원으로 거처를 옮길까 고민 중입니다.

 

아민은 어머니 타헤라, 누나들인 파히마와 사비아, 그리고 형 사이프와 함께 했던 카불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발발한 전쟁 이후, 아민의 아버지는 위험인물로 투옥되는 바람에, 아민의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흔적은 없습니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무자헤딘 군대의 침공이 임박하면서 아민의 가족들은 카불을 탈출하여 러시아로 향하고, 그곳에서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 스웨덴에 살고 있는 아민의 큰형 압바스를 만납니다. 압바스는 가족들이 스웨덴으로 밀입국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출국 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당부합니다. 얼마 후, 먼저 아민의 누나들이 다른 난민 수십 명과 함께 화물 컨테이너에 몸을 싣습니다. 두 자매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여행 과정에서 겪었던 고초로 인해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아민의 인터뷰는 계속 이어지고,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아민의 어두웠던 과거와 그로 인해 그늘이 드리운 현재의 트라우마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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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아온 아민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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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디즈니나 픽사가 떠오르면서, 의례히 '꿈과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포맷입니다.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난민 신세로 전락하여 고통받은 아민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한 다큐멘터리로 제작함으로써, 그저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일반 관객들에게 더욱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현된 아민의 경험과 기억 사이사이에 실제 푸티지 영상을 삽입한 것도 상당히 현명한 선택이었는데요. 실제 영상이 나타날 때마다, '아, 내가 지금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구나' 깨닫게 되면서, 아민의 인생 이야기에 더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준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아민이 러시아를 떠나 최종 목적지인 코펜하겐으로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트럭에 몸을 싣고 가는 중 헤드폰을 통해 듣던 노래가 다름 아닌 스웨덴 출신의 듀오 록세트 Roxette의 1991년 히트곡 'Joyride'라니요! 제가 기억하는 'Joyride'는 그저 근심 걱정 없이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담은 분위기의 노래인데,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민의 불안한 여정의 BGM이 다름 아닌 'Joyride'였다니... 그 불안한 밤, 덜컹거리는 트럭에 누워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민이 느꼈을 불안 초조함이 연상되어 온몸이 경직될 지경이었습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으로서의 고통 외에도, 아민이 어린 시절부터 느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톡홀름에 사는 큰형과 누나들을 찾은 아민이 어렵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 큰형 압바스가 군말하지 않고 아민을 게이 클럽으로 데려가고, 가족들은 이미 아민의 고민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아직 난민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민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을 겁니다.

 

개인의 평온한 일상을 망가뜨리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살 곳을 잃어버린 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게 된 난민들의 고통을 차분한 톤으로 담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런 평화로운 일상에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주었고,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나의 집은 어디인가

원제: Flugt

영제: Flee
제작국가: 덴마크/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장르: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9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22년 4월 7일 (한국)/2021년 12월 3일 (미국)

 

주요 수상내역:

2022년 94회 아카데미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장편 애니메이션상, 국제 장편영화상, 장편 다큐멘터리상

2022년 75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2개 부문 노미네이트 - 애니메이션상, 다큐멘터리상

2022년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2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장편 애니메이션상, 외국어영화상

2022년 56회 전미 평론가협회 선정 논픽션 영화상 수상

2022년 49회 애니 어워즈 장편 독립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2년 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장편 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

2022년 26회 새털라이트 어워즈 3개 부문 노미네이트 - 베스트 애니메이션/믹스 미디어, 외국어영화상, 다큐멘터리 영화상

2022년 33회 미국 제작자조합 PGA어워즈 다큐멘터리 제작자상 노미네이트

2022년 6회 시애틀 평론가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2년 25회 토론토 평론가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2년 도리안 어워즈 4개 부문 수상 - LGBTQ영화상, 애니메이션상, 다큐멘터리상, LGBTQ 다큐멘터리상

2022년 노스 다코타 평론가협회 선정 3개 부문 수상 - 장편 다큐멘터리상, 국제 장편영화상, 애니메이션상

2021년 93회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선성 2개 부문 수상 - 다큐멘터리상, 표현의 자유상

2021년 87회 뉴욕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논픽션 영화상 수상

2021년 47회 로스앤젤레스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1년 42회 보스턴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1년 34회 유러피안 필름 어워즈 2개 부문 수상 - 다큐멘터리상, 장편 애니메이션상

2021년 34회 시카고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1년 27회 달라스-포트 워스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러셀 스미스상 수상

2021년 18회 세인트 루이스 게이트웨이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다큐멘터리상 수상

2021년 인디애나 영화기자협회 선정 애니메이션상 수상

2021년 유타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2개 부문 수상 - 애니메이션상, 외국어 장편영화상

2021년 뉴욕 온라인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다큐멘터리상 수상

2021년 디트로이트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다큐멘터리상 수상

2021년 영국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즈 국제 인디펜던트 필름상 수상

2021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3개 부문 수상 - 작품상, 오리지널 음악상, Gan Foundation 배급상

2021년 선댄스영화제 월드 시네마 다큐멘터리 심사위원 대상 수상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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