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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90년대

그들도 우리처럼(1990) - 희뿌연 잿빛 안개에 가려진 절망뿐인 삶

by 조브라이언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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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199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1990) - 희뿌연 잿빛 안개에 가려진 절망뿐인 삶

최인석 작가가 1988년 발표한 장편 소설 <새떼>를 각색한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 Black Republic>은 <칠수와 만수(1988)>로 데뷔한 박광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입니다.

 

주연을 맡은 문성근 배우는 연극계에서 활동하다 MBC 월화 드라마 <천사의 선택(1989)>으로 TV로 활동 영역을 넓힌 후, 1990년 두 편의 영화에 캐스팅되어 본격적인 영화 연기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그중 한편인 <그들도 우리처럼>으로 백상 예술대상과 춘사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에서 칠수를 연기했던 박중훈 배우가 기존의 청춘스타 이미지와 정반대인 반항아 성철을 연기했고,  <물의 나라(1989)><추억의 이름으로(1989)> 등을 통해 영화계에 첫발을 디뎠던 심혜진 배우의 세 번째 주연 영화였고, 낭트 3 대륙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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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이 살갗을 이는 추운 겨울, 짙은 회색빛의 어느 탄광촌에 나타난 낯선 사내 기영(문성근). 해외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원탄을 수입한다는 새로운 정책으로 대부분의 탄광은 폐업 위기에 처했고, 기존의 광부들이 너도나도 도시로 빠져나가 일손이 모자란 형국이지만 타지에서 나타난 낯선 사내에게 일자리를 내줄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러다 겨우 어느 연탄공장 잡역부 일을 맡게 된 기영. 알고 보니, 기영은 시위 주동자로 수배를 당해 피신 중인 대학생 태훈이었고, 탄광촌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태훈의 은신처였습니다.

 

연탄공장 이사장(박규채)에게는 망나니 외동아들 성철(박중훈)이 있습니다. 아버지 이사장의 외도로 버림받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뒤섞여 하나뿐인 인생을 허비하는 성철. 틈만 나면 아버지의 공장을 찾아 푼돈을 뺏아가기 일쑤인 성철은 탄광촌 다방과 술집을 전전하며 공장 인부들과 다방 아가씨들에게 꼬장이나 부리는 게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그런 성철 곁에는 다방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영숙(심혜진)이 있고, 기영 아니 태훈의 인생에 성철과 영숙이 끼어들어 태훈의 인생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탄광촌에서 펼쳐지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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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탄광촌이라는 장소 배경은 박광수 감독의 연출 의도에서 들을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회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이사장과 그런 아버지 이사장을 증오하지만 그의 재력을 등에 업고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성철, 그리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게 가장 시급한 탄광촌 사람들. 확대해서 생각해봐도 사회 전반에 (어쩔 수 없이) 걸쳐져 나뉜 계급(?) 구조가 영화 속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중에 <그들도 우리처럼>의 중심이 되는 세 인물, 기영(태훈)-영숙-성철은 하나같이 희망 없는 삶 속에 지쳤습니다. 그런 중에 성철은 영숙에게 집착하고, 영숙은 기영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다급한 상황 속 기영의 마음에는 영숙을 받아들인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 슬픔의 삼각 관계가 팍팍한 현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어떻게 감히 해피 엔딩을 꿈꿀 수 있을까요?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듯이, 기영은 어렵게 영숙의 마음을 받아들이지만, 하필 다방을 관두고 기영과 새 출발을 하려는 영숙에게 마지막 커피 배달을 부탁하는 마담의 그 한마디 때문에 산통 다 깨집니다. 결국 그 마지막 배달 손님인 성철과 영숙 사이에 칼부림이 벌어지고, 성철의 비극적 삶은 죽음으로 마무리되고 영숙은 성철을 죽임으로써 신세 다 망치게 되죠. 기영과 만나기로 한 기차역 대신 경찰서로 끌려가는 신세가 된 영숙. 내내 음울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드라마는 결국 몸서리 처질 정도로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경찰차에 실려가는 영숙의 마지막 표정이 너무도 처연하여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만큼 극에 몰입하게 된 데에는, 세 배우의 연기와 장악력이 큰 몫을 했습니다. 안성기 배우가 1980년대 한국영화배우의 대표적인 스타로 군림하는 사이, 이영하, 이덕화, 임성민 배우 등이 각자의 입지를 다졌는데요. 특히 '고뇌하는 지식인'을 형상화한듯한 문성근 배우의 등장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으로 영화계에 안정적 진입을 한 이후, <베를린 리포트(1991)><그 섬에 가고 싶다(1993)><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등 박광수 감독의 1990년대 필모그래피엔 늘 문성근 배우가 포함되어 있었고,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꽃잎(1996)>, 이현승 감독의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1995)>,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1997)>,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2000)>등의 작품들로 1990년대 대표적인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그들도 우리처럼

영제: Black Republic
제작국가: 한국
감독: 박광수
캐스트: 문성근, 박중훈, 심혜진, 황해, 박규채, 이일웅, 양진영, 김민희, 김경란, 조주미, 이수찬, 최인숙, 김하림 등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90년 11월 10일

 

주요 수상내역:

1990년 12회 낭트 3 대륙 영화제 2개 부문 수상 - 심사위원 특별상, 여우주연상(심혜진)

1990년 11회 청룡영화상 2개 부문 수상 - 최우수 작품상, 기술 스탭상(촬영)

1990년 1회 춘사영화제 4개 부문 수상 -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심혜진), 각본상, 신인 연기상(문성근)

1991년 27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 연기상 수상(문성근)

1991년 1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4개 부문 수상 -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1990년 영화진흥공사 선정 '90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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