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시카고(200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카고(2002) - 재즈와 탐욕이 뒤엉킨 도시에서 펼쳐지는 걸작 뮤지컬
2003년 75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영화 <시카고 Chicago>는 롭 마셜 Rob Marshall 감독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입니다. 동명의 1927년 영화를 토대로 제작한 1975년 동명의 뮤지컬 공연을 2002년에 영화화한 작품으로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유명세를 쫓는 인간들이 범죄행각을 노래와 춤으로 그려낸 블랙 코미디입니다.
르네 젤위거 Renée Zellweger와 캐서린 제타-존스 Catherine Zeta-Jones가 극을 이끄는 록시와 벨마를 연기했고, 리처드 기어 Richard Gere가 명성을 쫓는 악질 변호사 빌리 플린으로 등장합니다. 그 외에도 퀸 라티파 Queen Latifah, 존 C. 라일리 John C. Reilly, 크리스틴 바란스키 Christine Baransky 등이 노래와 춤, 연기 모두를 훌륭하게 선보입니다.
영화 <시카고>의 제작비는 4,500만 달러(약 587억 원)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억 680만 달러(약 4,008억 원)를 기록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캐럴 리드 Carol Reed 감독의 <올리버 Oliver!(1968)>가 1969년 41회 작품상 수상 이후 34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24년, 미국 시카고. 오닉스 극장에서 동생 베로니카 켈리와의 듀엣 공연을 혼자 소화해내는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존스)의 화려한 무대 "Overture/All That Jazz"가 펼쳐지고, 이를 지켜보는 코러스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스타가 되고 싶어 병이 날 지경인 록시는 무대에 설 기회를 줄 매니저를 알고 있다는 가구 판매원 프레드 케이슬리(도미닉 웨스트)와 불륜에 빠져 있습니다. 벨마의 공연이 끝나고, 한 침대에서 시체로 발견된 남편 찰리와 동생 베로니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는 벨마.
한 달 후, 그저 록시와 자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는 프레드. 너무 화가 난 록시는 권총으로 프레드를 쏴 죽입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록시는 도둑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어눌한 남편 에이머스(존 C. 라일리)를 설득하려 듭니다. 에이머스의 진술이 이어지고, 이내 록시는 남편 에이머스에게 바치는 노래 "Funny Honey"를 부르는 무대 위의 자신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형사가 록시와 프레드의 불륜 증거를 찾아내자 에이머스는 진술을 번복하고, 록시는 범행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체포됩니다. 야심가인 지방 검사 마틴 해리슨(콤 포어)은 록시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 발표합니다.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록시는 부패한 교도소장 "마마" 모튼(퀸 라티파)의 감시에 처해지고, 마마 모튼의 요란한 자기소개 가 이어집니다 ("When You're Good to Mama"). 교도소에서 자신의 우상 벨마를 만난 록시, 하지만 벨마의 거만한 태도에 록시의 호의는 무참히 거절당합니다. 그리고 벨마를 포함한 다른 교도소 동료들의 사연을 알게 되는 록시 ("Cell Block Tango."). 곧이어 마마 모튼의 조언을 들은 록시는 벨마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을 고용합니다 ("All I Care About").
이제 빌리는 자신의 계획에 따른 변론을 펼치기 시작하고, 록시는 단숨에 시카고 최고 스타로 떠오릅니다. 록시가 명성을 얻으면서 벨마의 인기는 떨어지고, 벨마는 록시에게 듀엣을 제안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늘 새로운 스타에 목마른 재즈와 술의 도시 시카고에서 록시와 벨마를 중심으로 한 야망의 블랙 코미디는 계속됩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펼쳐지는 환상적인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한창 열광해 있던 즈음,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의 내한공연을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시카고> 뮤지컬 공연을 본 적이 없기에,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라는 문구는 저의 문화적 사대주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10만 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티켓을 손에 넣은 저는 국립극장 대극장으로 향했죠. 하지만, 영화 <시카고>가 현실의 시카고와 극 중 캐릭터의 상상 속 무대가 교차로 펼쳐져 보는 내내 혼을 쏙 빼놓았다면, 무대에서 펼쳐지는 <시카고>는 무대 중앙에 배치된 밴드의 연주와 부지런히 무대 안팎을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원작이 가지고 있는 플롯이 단순하면서도 극적이기에, 이를 영화화하면서 택한 현실과 상상의 교차는 매우 영리한 방법이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벨마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캐서린 제타-존스의 오프닝넘버 "Overture/All That Jazz"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벨마와 록시 듀엣의 "Nowadays/Hot Honey Rag"까지 영화 속 넘버들을 부르는 배우들의 노래와 춤과 연기는 환상적이고도 완벽합니다. 주조연으로 등장한 배우들을 보며, 연기를 잘하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노래 실력까지 갖췄다니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들의 퍼포먼스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낱 헛되어 보이는 명성을 좇아 거만하게 굴었다가 이내 비굴하게 태도를 바꾸는 두 주인공 캐릭터 벨마, 록시의 일희일비를 중심으로 탐욕의 아이콘 빌리 플린의 비열함, 록시의 남편 에이머스의 무존재감, 교도소장 마마의 야비함, 무엇보다 새로운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에 열광하는 우매한 대중들까지... <시카고>가 담고 있는 정서는 이러한 세태를 그저 비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감춰진 치부까지 끄집어내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아우릅니다.
2003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75회째를 맞이했었고, <시카고>가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그해 최다 부문 후보작에 등극하였고, 오스카 전초전 중 감독상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 감독조합 DGA어워즈에서 롭 마셜 감독이 데뷔작으로 단숨에 DGA를 받으면서 더더욱 <시카고>가 분위기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요.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을 비롯, 6개 부문을 석권하여 역시 그해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되기는 했지만, 감독상은 <피아니스트 The Pianist>의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에게, 르네 젤위거의 수상이 유력하던 또 다른 부문인 여우주연상은 <디 아워스 The Hours>의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이 수상하면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시카고
원제: Chicago
제작국가: 미국
감독: 롭 마셜
캐스트: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존스, 리처드 기어, 퀸 라티파, 존 C. 라일리, 루시 리우, 테이 티그스, 도미닉 웨스트 등
장르: 뮤지컬/범죄/블랙 코미디
러닝타임: 11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03년 3월 28일(한국)/2016년 12월 15일(한국 재개봉)/2002년 12월 27일(미국)
주요 수상내역:
2003년 75회 아카데미 6개 부문 수상 - 작품상,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존스), 미술상, 의상 디자인상, 편집상, 음향상
2003년 75회 아카데미 13개 부문 노미네이트 -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존스, 퀸 라티파), 남우조연상(존 C. 라일리), 각색상, 미술상, 촬영상, 의상 디자인상, 편집상, 오리지널 주제가상, 음향상
2003년 55회 미국 감독조합 DGA어워즈 영화부문 감독상 수상
2003년 9회 미국 배우조합 SAG 어워즈 3개 부문 수상 - 캐스트상,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존스)
2003년 56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2개 부문 수상 -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존스), 음향상
2003년 8회 크리틱스 초이스 무비 어워즈 3개 부문 수상 - 작품상,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존스), 베스트 캐스트
2003년 60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 뮤지컬 코미디 부문 3개 부문 수상 - 작품상,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 남우주연상(리처드 기어)
2003년 74회 내셔널 보드 오브 리뷰 어워즈 신인 감독상 수상
2002년 뉴욕 온라인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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