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디 아더스(200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 아더스(2001) - 알고 봐도 섬뜩한 '반전(反轉) 영화'의 대표작
24세 때 첫 장편 영화 연출작 <떼시스 Tesis(1996)>로 데뷔한 스페인계 칠레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Alejandro Amenábar가 두 번째 연출작 <오픈 유어 아이즈 Abre los ojos(1997)>에 이어 각본, 음악까지 맡은 세 번째 장편 연출작 <디 아더스 The Others>는 영어 대사로 제작된 스페인 영화입니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 Tom Cruise가 제작총지휘 Executive Producer로,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디 아더스>는 1,700만 달러(약 222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억 990만 달러(약 2,75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한 흥행 성공작입니다.
2001년 <물랑 루즈 Moulin Rouge!>와 <디 아더스> 두 편의 성공작으로 행복하게 2000년대를 맞이한 니콜 키드먼은 2002년 59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에서 <물랑 루즈>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디 아더스>로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부문과 영국 아카데미 BAFTA 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945년, 막 끝난 제2차 세계 대전의 악몽에서 갓 깨어난 그레이스 스튜어트(니콜 키드먼)는 한때 독일군 점령지였던 채널 아일랜드의 져지 어딘가에 위치한 외딴 저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레이스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큰딸 앤(알라키나 만)과 아들 니콜라스(제임스 벤틀리) 모두 자연광에 민감한 증세를 보이는 원인불명의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기존에 일하던 하인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탓에 급하게 새 하인을 고용한 그레이스 앞에 나타난 세 사람, 살림을 전담할 버사 밀스 부인(피오눌라 플래내건), 정원사 에드먼드 터틀(에릭 사익스), 그리고 말문이 막힌 젊은 여성 리디아(일레인 캐시디). 밀스 부인은 그레이스에게 사실 수년 전 같은 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레이스는 집안에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감지하고 공포에 떨기 시작합니다. 그런 와중에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앤. 집안에서 꽤 여러 번 사람들을 봤다는 겁니다.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 나이 든 할머니, 그리고 빅터라는 이름의 소년까지. 하나같이 그 집이 자기들 집이라고 말했다는군요. 그러다 그레이스의 귀에 들린 발자국 소리와 누군지 알 수 없는 말소리가 들리고, 하인들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조사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19세기에 찍힌 사진들로 채워진 앨범이 발견되는데, 그레이스는 잠자고 있는 사람들 사진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죽은 시체들의 사진이라고 말해주는 밀스 부인. 그레이스는 예전에 일할 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밀스 부인에게 묻자, 결핵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밀스 부인은 대답합니다.
대체 그레이스가 사는 저택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그레이스의 예민함은 점점 더 심해지고, '그들'의 실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니콜 키드먼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빛나는 미스터리 걸작
영화 <디 아더스>는 악몽에서 깨어난 그레이스의 비명으로 시작합니다.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니콜 키드먼의 섬뜩한 비명 연기로 시작부터 압도당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영화는 내내 집안에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발자국 소리를 비롯한 이상한 현상들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그레이스를 매 순간 따라다니며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극 중 이름이 마침 그레이스 여서도 그렇지만, 니콜 키드먼은 내내 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시킵니다. 실제 2014년, 그레이스 켈리의 생애를 담은 전기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Grace of Monaco>에서 니콜 키드먼이 그레이스 켈리를 연기하기도 했죠. 하지만 온화한 이미지가 강했던 실제 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달리, <디 아더스>에서의 니콜 키드먼은 창백한 우아함 뒤에 감춰진 극도로 예민한 공포감을 드러냅니다. 배우로서의 니콜 키드먼의 존재감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도 드러났지만, <디 아더스>는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디 아더스>의 미덕이 니콜 키드먼의 존재감에 온통 가려진 것은 아닙니다. 천재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치밀한 각본 안에 녹인 탄탄한 플롯은 아메나바르의 작곡 능력이 발휘된 음악이 감싸 안은 싸늘한 저택의 분위기와 사운드 만으로 극강의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M. Night Shyamalan의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1999)>, 브라이언 싱어 Bryan Singer의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1995)>,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Oldboy(2003)>와 함께 1990년대~2000년대 초반 대표적인 '반전(反轉) 영화'로 손꼽히는 <디 아더스>의 결말은 앞에서 언급한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잘 만든 '반전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무 정보도 없이 처음 관람할 때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지만, 그 반전을 알고 반복관람을 하면서는 감독이 미리 심어 두었음직한 힌트들을 찾는 재미도 상당하죠. 물론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이미 첫 관람에서부터 그런 힌트쯤이야 쉽게 찾아낼 수도 있고, 그런 경우엔 감독과 관객 사이의 본격적인 눈치 게임이 펼쳐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디 아더스>는 처음 볼 때 반전을 통해 받았던 충격과 공포도 컸지만,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러 번 다시 관람해도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제대로 잘 만든 미스터리 공포영화입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디 아더스
원제: The Others
제작국가: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캐스트: 니콜 키드먼, 피오눌라 플래내건, 알라키나 만, 제임스 벤틀리,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 에릭 사익스, 일레인 캐시디, 르네 애셔슨 등
장르: 미스터리/공포
러닝타임: 102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02년 1월 11일(한국)/2017년 9월 7일(한국 재개봉)/2001년 9월 7일(스페인)/2001년 8월 2일(미국)
주요 수상내역:
2002년 16회 스페인 고야 어워즈 8개 부문 수상 - 작품상, 감독상, 오리지널 각본상, 프로덕션 매니저상, 촬영상, 편집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사운드상
2002년 55회 영국 아카데미 BAFTA 2개 부문 노미네이트 -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먼), 오리지널 각본상
2002년 59회 골든 글로브 어워즈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니콜 키드먼)
2001년 캔자스 시티 영화평론가협회 선정 여우주연상 수상(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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