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파 앤드 어웨이(199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 앤드 어웨이(1992) -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진 평평한 이야기
<스플래쉬 Splash(1984)><분노의 역류 Backdraft(1991)>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Ron Howard 감독의 9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 <파 앤드 어웨이 Far and Away>는 론 하워드 감독과 밥 돌먼 Bob Dolman의 스토리를 토대로 돌먼이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제작되었습니다.
<파 앤드 어웨이>는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커플이었던 톰 크루즈 Tom Cruise와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이 토니 스콧 Tony Scott 감독의 <폭풍의 질주 Days of Thunder(1990)>에 이어 두 번째로 같은 작품에 출연한 작품으로, 1992년 45회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특히 파나비전 슈퍼 70으로 촬영한 오클라호마의 광활한 풍광(실제 촬영지는 몬태나)과 명 작곡가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의 오리지널 스코어, 그리고 아일랜드 출신의 가수 엔야 Enya가 작곡하고 부른 오리지널 주제곡 "Book of Days"도 인상적이죠.
6,000만 달러(약 779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파 앤드 어웨이>는 1992년 5월 22일 메모리얼 데이 주에 개봉했는데요. 아쉽게도 <리쎌 웨폰 3 Lethal Weapon 3(1992)><에일리언 3 Alien³(1992)>에 밀려 주말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은 1억 3,780만 달러(약 1,789억 원)를 기록하면서, 론 하워드-톰 크루즈-니콜 키드먼의 명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1892년, 영국 식민지 시절의 아일랜드. 점점 심해지는 지주층의 횡포에 대한 소작농들의 불만이 커져가던 시기. 가난한 소작농 도넬리 가의 삼 형제 중 막내인 조셉(톰 크루즈)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후 집에 불이 나 깡그리 타버리는 비극을 연달아 접하게 됩니다.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이 악덕 지주 다니엘 크리스티(로버트 프로스키)라 여긴 조셉은 다니엘을 죽일 목적으로 그의 저택에 숨어듭니다. 다니엘의 저택 내 헛간에 몸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던 조셉. 그러다 다니엘의 딸 섀넌(니콜 키드먼)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조셉을 괴한이라 여긴 섀넌은 쇠스랑으로 조셉의 허벅지를 찌르고는 비명을 지르며 헛간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딸 섀넌의 고함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다니엘. 그리고 헛간에서 절룩거리며 걸어 나온 조셉이 다니엘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하지만 낡디 낡은 조셉의 총이 폭발하면서 오히려 조셉이 뒤로 고꾸라져 혼절합니다.
복수는커녕 모양 사납게 부상만 입어 섀넌의 어머니 노라(바바라 바브콕)의 치료를 받게 된 조셉. 그 와중에 지주의 딸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자랐지만 고루한 아일랜드 방식에 질린 섀넌은 기회의 땅 미국에서 좀 더 세련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마침 미국은 서부개척시대였고, 오클라호마의 대지를 누구든 공짜로 차지할 수 있다는 전단지는 섀넌의 꿈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 혼자 배에 타지 못했기 때문에 섀넌은 조셉에게 대가를 치를 테니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가자고 꼬드깁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던 조셉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섀넌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행 여객선에 몸을 싣습니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매력을 갉아먹은 진부한 스토리
영화 <파 앤드 어웨이>는 실제 오클라호마 출신인 론 하워드 감독의 아일랜드 출신 선조들이 겪었을 이야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심오한 미국 개척사를 다룰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겁니다. 1992년 당시 실제 부부였던 스타 커플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그리고 오클라호마의 광활한 풍광을 담은 압도적인 영상, 거기에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결합된 초특급 프로젝트의 외양은 굉장히 화려하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여러 종류의 갈등은 매우 얄팍합니다.
조셉과 섀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서 곁가지로 걸리적거리는 요소들은 재빨리 정리를 해야 했을 테니, 두 캐릭터 이외의 인물들은 적당히 등장했다가 대충 갈등의 어느 한 구석을 담당합니다. 배에서 만난 사기꾼 맥과이어라던가, 두 커플의 첫 미국 생활에 희로애락을 안겨주는 보스 켈리라던가, 섀넌의 약혼자 스티븐이라던가, 섀넌의 부모 다니엘과 노라도 모두 별 특징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셉과 섀넌의 캐릭터가 깊이가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타 조연 캐릭터들과의 결정적 차이점은 두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라는 거죠. 2시간 20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어느 한 컷도 허투루 잡히지 않고, 특별한 대사를 읊지 않아도 그림이 되는 두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파 앤드 어웨이>에 대한 감상으로는 충분합니다.
오클라호마 대평원에서 벌어지는 땅따먹기 대회는 영화가 구현할 수 있는 스펙터클의 꽤 높은 수준을 구현하고, 이는 대형 스크린으로 볼 때 그 감흥이 더해짐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땅따먹기 뒤에 감춰진 석연찮은 점들일랑 다 잊어버리고, 그저 말을 타고 내달리는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그리고 대규모 엑스트라가 재현하는 스펙터클만 생각합시다,라고 론 하워드는 설파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파 앤드 어웨이
원제: Far and Away
제작국가: 미국
감독: 론 하워드
캐스트: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토마스 깁슨, 로버트 프로스키, 바바라 바브콕, 콤 미니 등
장르: 드라마/웨스턴/모험/로맨스
러닝타임: 140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992년 8월 1일(한국)/1992년 5월 22(미국)
주요 수상내역:
1992년 45회 칸영화제 폐막작
[관련 글]
폭풍의 질주(1990) - 뛰어난 기술적 성취에 비해 빈약한 드라마
※ 글 내용 중에 영화 <폭풍의 질주(199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플래시댄스 Flashdance(1983)>를 시작으로 <비버리 힐스 캅 Beverly Hills Cop(1984)><탑건 Top Gun(1986)>등으로 히트 제조기로 각광받기..
bryanjo.com
어 퓨 굿 맨(1992) -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어우러진 깔끔한 법정 영화
※ 글 내용 중에 영화 <어 퓨 굿 맨(199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국 감독 겸 작가 애런 소킨 Aaron Sorkin의 1989년작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로브 라이너 Rob Reiner 감독의 1992년작 <어 퓨 굿 맨 A Few
bryanjo.com
제리 맥과이어(1996) - 로맨스와 스포츠가 어우러진 깔끔한 드라마
※ 글 내용 중에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는, 미국 풋볼 선수 팀 맥도널드 Tim McDonald가 1993년 NFL FA였던 시절에 테크니컬 컨설턴트로 활
bryanjo.com
탑건(1986) - 불후의 명곡 "Take My Breath Away"가 자동 재생 되는 마법
※ 글 내용 중에 영화 <탑건(198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손꼽히는 명제작자 콤비였던 돈 심슨 Don Simpson과 제리 브룩하이머 Jerry Bruckheimer가 제작하고, 토니 스코트 Tony Scott 감독이
bryanjo.com
디 아더스(2001) - 알고 봐도 섬뜩한 '반전(反轉) 영화'의 대표작
※ 글 내용 중에 영화 <디 아더스(200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4세 때 첫 장편 영화 연출작 <떼시스 Tesis(1996)>로 데뷔한 스페인계 칠레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Alejandro Amenábar가 두 번째 연
bryanjo.com
물랑 루즈(2001) - 지상 최대의 쇼가 시작됩니다!
※ 글 내용 중에 영화 <물랑 루즈(200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데뷔작 <댄싱 히어로 Strictly Ballroom(1992)>,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1996)>에 이은 호주 출신
bryanjo.com
바닐라 스카이(2001) - 모네의 그림과 매카트니의 노래
※ 글 내용 중에 영화 <바닐라 스카이(2001)>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Alejandro Amenábar의 1997년작 <오픈 유어 아이즈 Abre los Ojos>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바
bryanjo.com
스플래쉬 (1984) - 인어 공주 뉴욕 대소동
마치 어릴 때 좋아했던 옛날이야기처럼, 옛날 아주 먼 옛날, 종로 3가 허리우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던 그 기억조차 전생처럼 느껴지는 아주 예전부터, 디즈니의 <인어 공주>처럼 뭔가 웃기고
bryanjo.com
'영화리뷰 199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은 없다(1998) - 세기말 청춘들의 난리 부르스 (0) | 2022.08.11 |
---|---|
리버 와일드(1994) - 못 하는 게 없는 메릴 스트립의 협곡 액션 스릴러 (0) | 2022.08.08 |
불새(1997) - 공감하기 어려운 진부한 사각 관계 (0) | 2022.08.07 |
고질라(1998) - 중요한 것은 크기만이 아니다 (0) | 2022.08.06 |
사선에서(1993) - 노장은 죽지 않는다 (0) | 2022.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