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 중에 영화 <미쓰 와이프(2015)>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쓰 와이프(2015) - 꽤 근사하긴 하지만 깨어나고픈 악몽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깨어나 보니 9급 공무원 남편에 아이가 둘이나 되는 주부이자 아내가 되어버린 악몽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코미디 <미쓰 와이프 Wonderful Nightmare>는 <펀치 레이디 Punch Lady(2007)><육혈포 강도단 Twilight Gangsters(2010)><내 안의 그놈 Inside Me(2018)>등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멀티테이너 엄정화 배우가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 연우를 연기했고, 송승헌 배우가 연우의 남편 성환 역을 맡았습니다. 그 외에도 김상호, 라미란, 서신애, 정지훈, 이승호, 이준혁, 김병철, 고수희 배우가 함께 연우의 인생역전 코미디에 동참한 <미쓰 와이프>는 지난 2015년 8월 개봉하여 전국 누적 관객수 98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쓰 와이프>의 이전 제목이 '멋진 악몽'이었다가 변경되었지만 영어 제목은 여전히 'Wonderful Nightmare(멋진 악몽)'인데요. 같은 제목의 일본 영화 <멋진 악몽 ステキな金縛り(2011)>이 있으나 유령 증인을 앞세운 재판에 관한 코미디로 <미쓰 와이프>와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인생 막 사는 재벌 2세가 여자 대학생을 성폭행해 기소되고, 재벌 2세의 변호를 맡게 된 전도유망한 변호사 이연우(엄정화). 성공을 향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한 연우는 가해자인 재벌 2세는 쓰레기지만 어차피 외국에 몇 년 피해있다 돌아오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거다, 대신 피해자는 그사이 신상 다 털려 신세 망치면 누가 책임지겠냐며, 그냥 합의하라고 종용합니다. 성공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연우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연우의 콧대도 더욱 상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의기양양하게 운전하며 귀가 중이던 연우에게 갑작스럽게 일어난 교통사고. 자기가 왜 벌써 죽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연우 앞에 나타난 연옥을 관장하는 이 소장(김상호). 알고 보니 연우와 동명이인을 한 달 후에 데려올 예정이었는데 그만 착오가 일어나 변호사 연우를 지금 데려왔다는 것.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이 소장이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한 달 후에 올라올 예정인 다른 연우의 삶을 대신 살아주면, 그 이후 원래의 연우로 되돌려주겠다고. 동명이인인 연우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지만 일단 이 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연우.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아침, 연우는 거울 속 자신의 낯선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며 부스스한 머리 모양 하며 심지어 남성용 트렁크를 입고 있는 저 사람이 나라고? 더 놀라운 건 처음 본 남자 성환(송승헌)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듯 반항심 가득해 보이는 딸 하늘(서신애)과 밥 달라고 졸라대는 아들 하루(정지훈)까지, 하루아침에 180도 다른 인생을 맞이한 연우. 과연 한 달간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다른 연우로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 연우는 무사히 그 시간을 보내고 원래의 자기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허허실실 잔재미를 주는 캐릭터 코미디
영화 <미쓰 와이프>는 엄정화 배우가 그간 보여준 특유의 깔끔하고 깐깐한 깍쟁이 같은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합니다. 그런 깔끔한 이미지는 <싱글즈 Singles(2003)><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Mr. Handy(200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All for Love(2005)>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특히 더 빛을 발하는데요. 승소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변호사로서도, 하루아침에 아이 둘 딸린 주부가 되어서도 매사 똑 부러지는 <미쓰 와이프>에서의 연우는 엄정화 배우에게 적역입니다.
거기에 시너지를 더한 것은, 신인 시절 출연했던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6~1999)>이나 영화 <일단 뛰어 Make It Big(2002)>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은 송승헌 배우의 힘 뺀 코미디 연기였습니다. 강동구청 소속 말단 공무원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유순한 성격의 성환이 기대 이상으로 송승헌 배우에게 잘 어울렸는데요.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멋진' 역할을 해왔던 데다 본격적으로 유부남이거나 아이 아빠 역을 거의 맡지 않았던 터라, 아내 연우 앞에서 꼼짝 못 하고 직장에서도 기죽어 사는 성환을 연기하는 송승헌 배우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강효진 감독의 가장 최근 작품인 <내 안의 그놈>에서도 그랬지만, 신체가 바뀌거나 상황이 바뀌어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 영화에서 일단 배우들의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배우들이 신들린 듯이 연기를 펼치더라도 스토리가 제대로 잡혀야 그 효과가 커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미쓰 와이프>의 이야기는 배우들의 연기에 비하면 아쉽게도 조금은 아쉽습니다. 연우와 성환을 중심으로 한 갈등은 그럭저럭 넘어가겠는데, 문제는 딸 하늘에게 닥친 상황과 초반부 변호사 연우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던 상황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치는 상황입니다. 연우에게 직업적 성찰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 위해 초반 상황과 겹치는 상황을 '굳이' 만든 것인데, 필요한 설정이었을 수는 있겠지만 무난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다소 튀는 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약속한 한 달이 끝나가고 있고, 이미 죽을 운명이던 다른 연우의 삶을 대신 사는 변호사 연우와 가족들의 이별이 예정되어 있다는 걸요. 아니면, 아예 변호사 연우가 지금 살고 있는 다른 연우의 삶을 계속 산다? 하지만 영화는 예정된 눈물 파티가 펼쳐지고, 예측 가능했던 안 했던지 간에 효과는 미미한 일종의 '반전'까지 마련했습니다(연우 앞에 나타나 뭔가 주의를 주는 이 소장이 연우의 아버지였다는 반전).
전체적으로는 다소 튀는 구석도 있기는 했지만, 엄정화-송승헌 두 배우를 중심으로 한 연기 조화가 괜찮았으나, 123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조금 늘어지는 후반부로 인해 '충분히 즐겁게 볼만하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 <미쓰 와이프>였습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미쓰 와이프
영제: Wonderful Nightmare
제작국가: 한국
감독: 강효진
캐스트: 엄정화, 송승헌, 김상호, 라미란, 서신애, 정지훈, 이승호, 이준혁, 김병철, 고수희 등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15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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