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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000년대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 - 대체 사랑이 무엇이고 결혼이 무엇이길래

by 조브라이언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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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 - 대체 사랑이 무엇이고 결혼이 무엇이길래

소설가 이만교 작가가 2000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Marriage is a Crazy Thing>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We Must Go to Apgujung-dong on Windy Days(1992)>로 데뷔한 시인 출신 유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입니다.

 

유하 감독의 데뷔작에서 첫 주연을 맡아 17회 황금 촬영상 신인 연기상을 받았던 엄정화 배우가 주인공 연희를 연기해 39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습니다. 연희의 상대역 준영 역의 감우성 배우는 1991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로 데뷔한 이후 <결혼은, 미친짓이다>로 영화계에 데뷔한 셈으로 1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습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2002년 4월 개봉하여 전국 누적 관객수 110만 명을 기록하면서 준수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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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친구 규진(박원상)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봐주기로 한 준영(감우성)은 대학에서 영문과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준영에 대한 고마움으로 규진은 준영에게 소개팅을 주선하고, 그렇게 준영과 연희(엄정화)의 첫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처음 만난 그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된 준영과 연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은근한 연애를 시작합니다. 준영은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겨서 마냥 흐뭇하지만, 결혼을 위한 조건이 중요한 연희는 준영을 좋아하면서도 결혼에 있어서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연희는 준영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결혼상대로서 준영의 조건이 똑 떨어지지도 않는 데다 준영이 결혼 자체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조차 확신이 없습니다. 결국 연희는 맞선을 본 의사(박성근)와 결혼하기로 하지만, 여전히 준영과의 만남을 멈추지 않습니다. 다른 남자와 살게 될 신혼집에 준영을 데려오고, 결혼 전 준영과 '신혼여행'을 떠나기까지 합니다. 결국 연희의 결혼식까지 찾아간 준영. 그렇게 연희는 조건에는 맞지만 전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합니다. 그렇게 준영과 연희의 관계가 끝나느냐, 전혀 아니었습니다. 준영이 집을 나와 구한 새 집을 연희가 들락거리면서 마치 둘은 신혼부부인양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둘은 진짜 부부가 될 순 없습니다. 연희는 의사 양반과의 결혼 생활을 끝낼 생각도 없고, 그저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준영을 시시때때로 찾아와 신혼부부 기분을 내면 되니까요. 게다가 연희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팎을 아슬아슬하고 아찔하게 넘나드는 기묘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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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말을 했죠, 결혼은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고. 후회를 하든 하지 않든 그건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이니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제목에서부터 일단 파격적인데요. 막상 영화를 보다 보면 제목과 같이 '결혼은 미친 짓'인지 아닌지는 모호합니다. 주인공 연희는 결혼은 조건에 맞는 의사랑 하고, 조건이 딱 맞지는 않지만 사랑한다고 느끼는 준영과는 계속 만나지만, 백화점에 다른 남자와의 신혼살림을 고르러 갔을 때도, 다른 사람과의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으러 갈 때에도, 준영의 자취집 인근 가게에서도, 연희는 준영과 계속 '신혼부부'이거나 결혼 예정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렇다면 연희에게 결혼이 과연 미친 짓이었을까요? 아니면, 조건과 사랑, 두 가지가 부합하는 꿈의 결정체였을까요?

 

다만, 그 두 가지가 준영에게서 해소되지 않으니, 사랑은 준영과 조건은 의사 남편과 나눈 것이겠죠. 그런 연희의 이중생활이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행보인데, 여기서 더 모호한 것은 준영의 태도입니다. 연희가 결혼하기 전에는 연애하던 사이니까 그렇다 쳐도, 연희가 법적으로 기혼자가 된 마당에 준영과 연희의 관계는 불륜이 되는 건데, 준영은 그것을 감수하고 연희를 자취집에 들이죠. 결국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건 연희가 아닌 준영에게 해당되는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얽매이기는 싫고, 좋아하는 여성과의 신혼부부와 같은 삶은 이어가고 싶다는 발상에서 연희의 이중생활을 눈감아준 게 아닐까요.

 

어떤 근거로 생긴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연희의 들키지 않을 자신감은 현실이 됩니다. 하지만 연희의 이중생활이 내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의사 남편에게는 들키지 않았지만 준영과 연희 사이에는 조금씩 공허함이 들어차는 거죠. 그러다 콩나물밥과 라면을 두고 대판 싸움을 벌인 후, 연희가 한동안 준영을 찾지 않으면서 둘 사이가 완전히 끝난 걸까 싶었으나, 결국 연희가 준영의 자취집을 다시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연희는 계속 들키지 않으면서 준영과의 만남을 이어갔을지, 대체 얼마나 그 이중생활이 이어졌을지... 사뭇 궁금하면서도 또 굳게 닫힌 문처럼 그냥 궁금증을 그쯤에서 멈추는 것도 낫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보니 반가운 얼굴이 있었는데요. 결혼식 장면에만 등장한 연희의 남편 역으로 출연한 당시 신인이었던 박성근 배우입니다.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이후,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2017/2020)>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죠.

 

[영화 정보]

국내 제목: 결혼은, 미친짓이다

영제: Marriage is a Crazy Thing
제작국가: 한국
감독: 유하
캐스트: 감우성, 엄정화, 박원상, 강소정, 윤예리, 이지희, 김도자, 이주실, 류현경 등
장르: 드라마/로맨스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02년 4월 26일

 

주요 수상내역:

2002년 1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남우상 수상(감우성)

2003년 39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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