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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90년대

맬리스(1993) - 악인(惡人)이 벌이는 악행(惡行)

by 조브라이언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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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 중에 영화 <맬리스(1993)>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 파치노 Al Pacino, 엘렌 바킨 Ellen Barkin 주연의 범죄 스릴러 <사랑의 파도 Sea of Love(1989)>를 연출한 해럴드 벡커 Harold Becker 감독의 1993년작 <맬리스 Malice>는 알렉 볼드윈 Alec Baldwin,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빌 풀먼 Bill Pullman, 비비 뉴워스 Bebe Neuwirth, 피터 갤러거 Peter Gellagher, 조세프 소머 Josef Sommer, 그리고 앤 밴크로프트 Anne Bancroft와 조지 C. 스콧 George C. Scott이 출연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조나스 맥코드 Jonas McCord의 원안을 토대로,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2010)>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고,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The Trial of the Chicago 7(2020)><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 Being the Ricardos(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각본가 겸 감독 애런 소킨 Aaron Sorkin과 <조지 클루니의 표적 Out of Sight(1998)>과 <로건 Logan(2017)>으로 아카데미 각색상 부문에 두 차례 후보에 오른 스콧 프랭크 Scott Frank가 시나리오를 쓴 <맬리스>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과 새로운 세입자를 들인 신혼부부에게 벌어진 비극, 두 가지 플롯이 섞여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 '맬리스 Malice'가 뜻하는 '악(惡), 악의(惡意)'와 같이 악한 마음을 가진 자가 벌이는 악행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1993년 10월 1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 <맬리스>의 북미 최종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은 6,100만 달러(약 846억 원)로, 평론가들로부터는 호평과 혹평이 섞인 반응을 얻었습니다(로튼토마토 지수 57% - 30개 리뷰).

 

어떤 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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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빌 풀먼)와 트레이시(니콜 키드먼)는 매사추세츠 주(州) 서부에 있는 빅토리아 풍 주택에 사는 신혼부부입니다. 앤디는 지역 여자 대학에서 부학장으로 일하고 있고, 트레이시는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칩니다. 둘에게는 곧 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침실에서 부부간의 사랑을 나누려는데, 맞은편 집 창가에 한 어린이가 있는 것을 알아채는 부부. 미처 커튼을 달지 못한 터라 당황한 부부가 보기에 아무래도 그 어린이가 자기들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한편, 앤디가 일하는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연쇄 강간범에게 공격을 당해 심한 부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가고, 최근에 지역 병원에 합류한 의사 제드 힐(알렉 볼드윈)이 수술을 통해 여학생의 생명을 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제드를 찾아간 앤디는 제드가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둘은 고등학교 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 그런지 금세 친해집니다. 앤디와 트레이시는 신혼집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벌이는 한정적이라 위층에 세입자를 들일까 하던 차였고, 마침 제드가 방을 구한다는 걸 안 앤디가 트레이시에게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친구라는 이유로 제드를 집으로 들입니다. 그런 앤디의 결정이 못마땅한 트레이시. 게다가 제드는 앤디의 이름도 앨런으로 착각했었고, 트레이시는 제드의 행동거지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 밤마다 시끄럽게 정사를 벌여 소음을 유발하는 제드 때문에 트레이시는 몹시 괴롭습니다.

 

그러던 중, 앤디의 학교 여학생인 폴라(기네스 팰트로)의 시신이 발견되고, 앤디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한 형사 데이나 해리스(비비 뉴워스)는 앤디에게 정액 샘플을 요구합니다. 잠시 후, 경찰서를 나서던 길에 트레이시가 911로 응급 신고를 해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앤디는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낭종으로 인해 손상된 트레이시의 난소 중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집도하던 제드는 트레이시가 임신 중임을 알게 되지만, 수술로 인해 태아를 낙태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트레이시의 남은 난소 하나의 모양이 뒤틀려서 괴사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다른 의사가 발견하고, 제드는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앤디의 동의를 얻어 트레이시가 다시는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되지만 목숨만은 구해야 하기에 앤디는 이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제드가 트레이시의 나머지 난소를 제거하지만, 알고 보니 겉으로는 괴사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문제가 없는 난소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트레이시는 곧 의료 과실로 제드를 고소하고, 결국 트레이시가 승소하면서 보상금 2,000만 달러(약 277억 원)를 받게 됩니다.

 

얼마 후, 앤디는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대학에서 보수를 담당하는 얼(토빈 벨) 임을 알아내고 격한 몸싸움 끝에 얼이 체포되면서 앤디에게 씌워졌던 혐의는 모두 벗겨집니다. 하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형사 데이나가 앤디의 정액 샘플 테스트 결과, 앤디가 불임임을 알게 되었고, 이 말인즉슨, 트레이시가 임신했던 아기의 아빠는 앤디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는 것. 이제 트레이시의 거짓말을 파헤치기 위해 앤디가 게임에 본격 참여하게 됩니다.

 

어딘가 살짝 허술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중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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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맬리스>는 학교를 마치고 귀가한 여학생이 집안에 숨어있던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의 공격을 받으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빌 풀먼이 연기한 앤디가 근무하는 학교의 다른 여학생 폴라가 그다음 희생자가 되면서, 연쇄살인극 플롯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극 중반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메인 플롯이 트레이시의 사기극을 파헤치는 앤디의 추적으로 전환되면서, 약간의 혼란과 거기에 흥미를 유발합니다. 결국 연쇄살인사건은 <맬리스>의 중심 플롯이 아니었고, 살인범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러한 플롯의 전환은 두 개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 안에 녹여 넣은 야심 찬 도전이기도 하면서, 후반부에 펼쳐질 본 게임의 충격 효과를 배가시켰습니다. 마냥 사람 좋아 보이던 앤디가 사악한 트레이시의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게 해 준 결정적 계기도 전반부의 연쇄살인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앤디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정액 샘플을 제출해야만 했고, 이로 인해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형사로부터 듣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맬리스>의 극적 변환이 되는 중요한 순간들이 마냥 치밀하지만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앤디가 불임이라는 사실도 형사로부터 듣기 전에, 그렇게 2세를 원했던 부부라면 진작에 병원을 찾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앤디가 연쇄살인범을 알아내는 과정이라던가, 트레이시가 변호사 데니스와 부정한 관계인 것으로 오해를 살만한 상황을 만들었다가, 데니스 캐릭터는 그저 맥거핀이었고, 알고 보니 제드와 한패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앤디가 데니스를 추궁하는 장면이 너무 싱겁습니다. 자신은 트레이시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트레이시가 임신했던 아기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그저 말 몇 마디로 부정하면서 앤디의 타깃에서 데니스가 너무 손쉽게 빠져나간 부분은, 미리 분위기를 잔뜩 잡았던 것에 비하면 허술합니다. 반전을 여러 차례 심어둔 것치고는 힌트를 너무 쉽게 흘리는 것도 꽤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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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 대학 관리인 얼을 연기한 배우가 '쏘우 Saw' 시리즈의 직쏘를 연기한 토빈 벨 Tobin Bell이었던 것은, 1993년 당시엔 해당 없었지만 '쏘우' 시리즈가 제작된 2000년대 이후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재미요소 이기도합니다. 잠깐 등장하는 폴라 역의 기네스 팰트로 Gwyneth Paltrow의 10대 후반 어린 모습을 보는 것도 요즘 알게 된 발견의 재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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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두 장면 짧게 등장했던 두 배우, 고(故) 조지 C. 스콧(1927~1999)과 고(故) 앤 밴크로프트(1931~2005)가 너무 반가웠는데요. 특히 트레이시의 엄마 켄싱어 여사를 연기한 앤 밴크로프트는 1993년 당시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이어가던 중이었으나, 이 영화를 하도 오랜만에 다시 보다 보니 이미 십수 년 전 세상을 떠난 그 모습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말간 얼굴 뒤에 숨겨진 악마의 본성을 숨긴 트레이시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은 당시 톰 크루즈 Tom Cruise의 아내로 더 유명했는데요. <폭풍의 질주 Days of Thunder(1990)>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하던 때였고, 특히 후반부에 가면을 벗은 트레이시의 악랄함을 연기할 때 서늘함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영화 <맬리스>는 이중 플롯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 데다 군데군데 약간의 허술함은 아쉬웠지만, 니콜 키드먼, 알렉 볼드윈, 빌 풀먼 등 주요 캐스트의 젊은 시절 연기와 이제는 세상을 떠난 대배우 조지 C. 스콧과 앤 밴크로프트를 볼 수 있는 90년대 범죄 스릴러로서의 매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영화 정보]

국내 제목: 맬리스

원제: Malice
제작국가: 미국
감독: 헤럴드 벡커
캐스트: 알렉 볼드윈, 니콜 키드먼, 빌 풀먼, 비비 뉴워스, 피터 갤러거, 조세프 소머, 앤 밴크로프트, 조지 C. 스콧, 기네스 팰트로, 토빈 벨 등
장르: 범죄/스릴러
러닝타임: 107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1994년 3월 5일(한국)/1993년 10월 1일(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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